숙명의 한·일전이 4월을 찾는다. 양국 프로축구 자존심을 건 격돌이 9일 사이 무려 8차례나 열린다.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3~4차전은 아시아의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맞대결을 펼치는 장이다. 서울과 전북 포항 수원 등 K리그 4개 구단이 센다이와 우라와 히로시마 가시와 등 일본 J리그 4개 구단과 2일부터 10일까지 각각 홈앤드어웨이로 격돌한다. K리그 클래식 4팀은 구단을 넘어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심정으로 '극일'에 나선다.
◇16승8무16패…힘의 균형 깨질까. 두 나라 프로축구가 선보인 팽팽한 힘의 균형 때문에 더 주목받는다. AFC가 한 나라에 최대 4장의 본선 티켓을 주기 시작한 2009년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 리그는 총 40차례 격돌했다. 상대 전적이 흥미롭다. 16승8무16패로 어느 한 쪽에 전혀 기울어지지 않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K리그 구단은 2009년부터 4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고 그 가운데 3번이나 우승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 반면 J리그는 최근 4년간 단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맞대결에서는 J리그에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2009년 3승2무5패, 2010년 4승1무5패로 뒤지다 2011년 5승3무4패, 지난 해 4승2무2패로 그나마 우위를 되찾았다. 이번 8차례 맞대결에서 양국 프로축구 힘의 균형이 깨질지 주목된다.
◇K리그, J리그 넘어야 아시아 간다 '슬로우 스타트'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을 넘어야 한다. 올시즌 K리그 4팀은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이 1승1무로 준수한 스타트를 끊었지만 전북과 포항 수원은(이상 2무) 아직 마수걸이 승리가 없다. 각 조 4팀 가운데 상위 2팀에 16강 티켓이 주어지는 데 올시즌엔 중국과 태국 호주 클럽들의 약진이 눈에 띄어 16강 진출을 쉽게 장담하기 힘들다. J리그 구단과의 3~4차전에서 삐끗하면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리는 셈이다. 이런 사정은 J리그도 비슷하다. 가시와(2승)는 선전하고 있으나 우라와(1승1패)와 센다이(2무)는 아직 16강을 장담할 수 없다. 히로시마는 2패로 탈락 직전이다. 이번 한·일전이 혈전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번 대결은 한일 국가대항전" 패하면 벼랑 끝으로 몰리는 맞대결이라 각 구단 사령탑과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2일 센다이와 겨루는 서울 최용수 감독은 이번 대결을 아예 국가대항전으로 간주했다. 그는 1일 기자회견에서 베갈타 센다이와의 대결을 '한일전'으로 규정했다. 최 감독은 "두 국가가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다"면서 "어릴 때부터 일본과의 격돌을 앞두면 감정이 남달랐다. 난 클럽과 클럽의 대결보다 국가와 국가의 대결로 이 경기를 접근하고 싶다.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상대에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같은 날 히로시마와 원정 경기를 치르는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히로시마 홈구장에서 골도 넣었는데 감독으로서 다시 찾아오니 감회가 새롭다"며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베스트 멤버를 모두 동원해 이기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