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전.
참호야 다들 알다시피 야전에서 몸을 숨기면서 적과 싸우기 위하여 방어선을 따라 판 구덩이를 말합니다.
이 참호전이 극에 달했던때가 1차세계대전 독일군과 프랑스-영국 연합군이 맞붙었던 서부전선.
당시 독일군의 진격로.
독일군은 벨기에 같은 중립국을 무단으로 침범해 우회한 후 프랑스를 기습공격하는데 성공.
프랑스는 형편없이 밀려나 수도를 보르도로 옮길만큼 위험에 처하죠.
(그리고 26년 후 독일한테 또 털리지.)
하지만 독일군의 진격이 너무 빨랐던지라 부대간의 간격이 벌어지며 공세가 멈칫하게 되고.
당시 프랑스군의 총사령관 조셉 조르프(Jacques Joffre)
당시 슐리펜 계획대로 파리를 포위하지 않고 오히려 병력을 빼 동부전선으로 보내버리는 병크를 저지른 독일군의 참모총장 몰트케 덕분에 연합군(프랑스+영국)은 기회를 잡습니다.
병력의 공백이 발생한 걸 눈치챈 연합군은 영업 중이던 택시(윗사진)까지 징발해 병사들을 전선으로 날라 반격.
연합군은 반격에 성공해 독일군을 몰아내는데 성공하지만 그들도 전투의 피로가 심했기 때문에 퇴각하는 독일군을 추격해 섬멸하는데는 실패.
결국 독일군은 밀려났지만 재정비를 했고, 연합군도 전투를 준비하며 전선이 고착화.
....그리고 지옥 같은 참호전이 시작.
양측 모두 2중, 3중은 기본인 참호선을 파내고, 그 앞에 철조망을 설치.
참호에 병력과 기관총호를 배치한 뒤 최후방에서는 대포로 포격 지원을 하는 식.
이 작업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 됬고 결국 참호선은 엄청나게 거대해졌으며,
그 참호를 판 당사자들이 헤맬 정도로 미로화.
참호는 취사장과 화장실 심지어 극장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거대화되었고,
(물론 극장 같은 건 최전방 참호에는 없었죠.)
전투 후 참호가 붕괴되면 더 넓게 파내고 또 파고 끊임없는 삽질.
....1차대전이 지금까지 계속되었으면 지하에 도시를 세웠을 거라는 개그짤.
하지만 문제는 삽질이 아니었죠. 사실 삽질이야 군대가면 누구나(우리도ㅠ) 다 하는 거니까요.
1차 세계대전이 기존의 전쟁들과 차별화 되는 이유는 규모가 거대했던것도 있겠지만,
무기의 발달로 인해 "대규모 학살이 너무나도 손쉽게 일어났다"는 것.
당시 프랑스 육군의 구경 220mm 슈나이더 Mle 1917 대포.
발전한 화포로 양측은 서로의 참호를 향해 맹렬하게 포격을 개시.
그리고 포격이 끝나면 상대의 참호를 향해 돌격.
하지만 철조망과 기관총의 화망을 맨몸으로 돌파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죠.
상대의 참호에 도착하기도 전에 태반이 죽어나가고 설사 도착해 참호를 점령한다 해도,
공격보다는 방어쪽의 병력 증원이 더 빠르기에 결국 참호를 점령하는데는 실패하기 일쑤.
그럼 공격측은 후퇴해 재정비하고 방어한 쪽에서 돌격을 개시.
....이 짓을 번갈아가며 끊임없이 반복.
1915년에는 아르누아에서 양측 포함해 38만명이 전사했고,
다음 해에는 솜강 전투라 불리는 악명 높은 전투에서 하루에만 5만 8천명, 총 120만에 가까운 숫자가 죽어나가는 극심한 소모전이 전개.
양측은 이 지지부진한 참호전을 타개하기 위해 독가스, 화염방사기, 기총소사 등등을 동원.
초기형 전차들도 등장해 꽤 활약을 했지만 이건 다음에;;
하지만 병사들을 괴롭힌 건 적군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바로 쥐. 많은 병사들이 참호에서 사망했고 쥐들은 그 시체를 먹이삼아 번식.
쥐 1쌍이 보통 1년에 800~900마리의 새끼를 까니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
영양(시체-_-)이 매우 풍부했기에 크기도 컸고 공격성도 강해 부상병들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또한 전장에서 위생을 제대로 신경쓰기 힘드니 "이"가 온몸에 번식.
목욕을 시킨다 해도 금방 다시 생기고, 이 "이"들이 가려움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병도 전염.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영국 병사.영국짬밥
전장이니만큼 신선하고 따뜻한 음식은 거의 꿈도 꾸지 못했고,
8일에 한 번 참호로 빵과 캔음식이 보급이 됐는데 이 또한 취사를 하려고 하면 연기로 인해 포격이 집중.
잘게 썬 순무와 당근, 진한 스프가 들어있는 마코노치(Maconochie)라 불리는 캔음식과 빵의 질은 대단히 형편없었다고.
혐오주의
그리고 참호족염.
비가 오거나 홍수로 인해 참호에 물이 차면 배수로로 물을 빼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에,
참호에는 항상 물이 차있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물이 썩고 그 속에 각종 배설물들이 떠다니면서 병을 유발.
참호에 대기하며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던 병사들이 멀쩡할리 없죠.
발에 감각이 점점 없어지고 피부색이 변해가며 치료가 늦으면 발을 절단해야 했다고....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병사들은 자해부상(Self-inflicted wounds)을 시도.
부상으로 인해 후방 이송을 노리거나,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네요.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거나 참호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저격 당하기 등등.
정리하자면,
아래에는 오물이 떠다니는 물이 흐르고 쥐가 득실거리며,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고 발이 썩어가며 멘탈이 나가 자해를 하는 와중에,
맹포격 - 돌격 - 기관총 난사 - 백병전 - 후퇴 + 삽질 해가며 땅파기를 4년간 끊임없이 반복했다는 그런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