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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oju_58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숲고양이★
추천 : 6
조회수 : 162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01/02 21:22:00
사실 가슴 아프고, 마구 욕이라도 해대고 싶지만.
너무 착하고, 맹했던 그 녀석에게 쓰는 글이라고 생각하니.
차마 하소연조로 글을 쓰지 못하겠네요..
이 글은 이제는 보지 못할 천경아.
이제는 편한, 고생같은것 없을 곳에 가 있을 천경아.
이제 스무살, 만으로 십구년 조금 넘도록 이 세상과 살을 맞대고 살아온 천경아.
착하디 착했던 천경아..
인석아..
뭐가 그리 급해 그렇게 빨리 떠났더냐..
나 입대하기 전에 얼굴 한번..
얼굴 한번 보고..
술 한잔 하는거..
어려운일이었더냐..
누구나가 지나간 뒤에 후회를 한다지만..
이럴 줄 알았다면..
정말 더 잘해줄걸.. 더 잘해줄걸 이라는 후회만 남는구나..
내 남동생도 성격이 순하고, 맹한 부분이 있어 너와 참 성격이 닮았다 생각해서..
그리도 편하게 대했고.
그리도 편하게 대하라고 말했다.
특히나, 내가 동아리 회장을 처음 맡고.
선배 누나의 동생, 그리고 내 회원 이라는 생각에 더 네가 친근감이 느껴지고, 동생같이 느껴졌다,
맛있는거 한번 못사주고, 아픈줄 모르고 있던것이 너무나 한스럽고 후회되는구나.
네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면 네 부모님께서 힘들어하실거라고.
다짐하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제 스무살이 끝나가는 무렵에 가버린 널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더라.
정말 미안하다.
맛있는거 한번 못사주고, 더 잘해주지 못한것만 생각나 정말 미안하다.
정말로 진짜로 미안해.
천경아.
형이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얼마나 힘들었냐...
그래도 형이 회장인데..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전화 한통 주지 못했더냐..
기숙사에서 볼때마다 웃으며 안녕하세요, 라고 했던, 실없이 웃던 니 얼굴이 생각나는구나.
어른들, 어르신들 돌아가실때에는, 그래도 슬프기보다는 보내드려야한다는 생각이 더 컸는데.
젊디 젊은.
나보다 어린 네가 나보다 먼저 떠났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슬프고 눈물이 다 흐르는구나.
이새끼야.
형이
내가..
종강파티때 분명히..
나중에 또 보자고..
나 제대하면 두고보자고..
너임마 그땐 술 제대로 정신 놓을때까지 마셔보자고 했잖냐.
내가 다시 보자고..
제대하면 우리 동아리 사람들 모여서 또 놀자고..
안잊어버릴게.
힘들고 여유 없을때는 생각 못하더라도..
여유 있고, 생각할 시간이 된다면..
내 동아리에 누가 있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우리 모두 일년동안 티격태격 했지만..
즐거웠노라고..
생각하도록 하마..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줘라.
저 위에서.
지켜볼 사람 많겠지마는.
나처럼,
내가 말한듯이.
시간 남고, 여유 있을때.
회장님 어떻게 지내나.
형이 어떻게 지내나 잠깐만 살펴봐주라.
잘 지내라.
저 위에서도.
저 위에서도 그 착하고 순하던 모습 잃지 말고.
좋은곳에서, 즐겁게 지내면서..
잘 지내라.
미안했다.
동아리 제대로 못끌어간 못난 회장이었고.
후배들, 동생들한테 돈이 없다 핑계대며 맛있는거 한번 못사준 못난 형이었다.
정말로 마지막으로..
잘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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