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짝사랑 하는 여자애가 있어요.
이제 2년쯤 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 기간 동안 지고지순하게 걔만 바라보고 있었던 건 아니고 기회 닿는대로 다른 여자 만나보고 그랬어요.
왜냐면 걔는 저를 친구로만 생각해서요.
근데 저는 마음이 안 접어져서 그렇다고 계속 들이대자니 걔를 괴롭히는 것만 같아서 그냥 다른 여자만났어요.
육개월 전 쯤에 둘이 술이 꽐라가 되게 마신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막 울었어요. 왜냐면 걔가 좋은데 걔는 저를 남자로 안보니까 말도 못 꺼내는게 너무 괴로워서요. 나중엔 둘이 얼싸 안고 울고 있었어요. 걔는 제가 좋아하는거 다 알고 있었대요. "나도 니가 너무 좋은데(친구로서) 너한테 상처줘서 미안해" 그랬어요.
근데 저희 둘이 같은 직장에서 일해요 ㅋㅋㅋ 좀 특이한 업종이라 말씀드리면 지인들이 알까봐 말은 안할게요. 게다가 저랑 그 여자애랑 둘이서 핵심 멤버라서 단 둘이서 일하거나 밥먹을때가 많아요 ㅋ_ㅋ... 근데 그 뒤론 제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대했어요. 걔가 우는 모습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서요.
어쨋든 그 뒤로는 제가 사적인 연락도 자제하고 몸이 닿거나 하는 일도 최대한 피했어요. 말도 최대한 상냥하게 하고 의견이 갈려도 그 친구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줬어요. 그래서 그런지 둘이 사이는 더 좋아졌어요. 예전엔 걔가 저랑 눈 마주치는 것도 피하고 어쩌다 가까이 가면 슥하고 몸을 반대편으로 기울이고 그랬는데 이제는 말하면서 눈 마주치고 웃고, 어깨가 닿아도 아무렇지 않게 가만히 있어요.
저는 그게 너무 기뻐요. 그 친구가 나를 남자로 안본다 해도, 매일매일 볼 수 있고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흐믓하고 예뻐서요. 가끔 그 친구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저한테 얘기를 늘어놓는데, 예전엔 저한테는 말이 없었거든요. 제가 성격도 쎄고 말도 막 자르고 그래서(이젠 안그래요). 어쨋든 그렇게 얘기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맛있는거 막 먹이고 싶고 그래요.
그래서 요즘엔 내가 걔를 좋아하는지 그냥 귀여워 하는지 긴가민가한 그런 상태였어요. 여동생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종종. 근데 최근에 걔가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그리고 저한테 카톡이 왔는데 알아볼 수도 없게 막 오타가 났더라구요. 결국엔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들다는 얘기였는데 기분이 복잡했어요. 술먹고 그렇게 꽐라가 된 상태에서 저한테 연락이 온게 처음이라서 조금은 설렜고, 걔가 힘들어하니까 속상했고, 남자친구랑 헤어졌다니까 또 반갑기도 하고...
그 이후엔 잠들었던 연애감정이 다시 눈떠서 힘들어요. 다시 접근해 볼까 하다가도 아무리 봐도 걔는 저를 남자로 보지 않는 것 같아서 포기해요. 또 하나 무서운게 있다면 걔는 얼굴이 예뻐요. 아주 막 예쁜건 아니고 평균 이상 정도에 성격이 냉랭하긴 한데 새침떨진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남자들이 되게 찔러봐요. 심지어는 유부남이...(두명봄) 걔가 딱히 끼부리는것도 없는데. 그 친구는 그게 되게 스트레스예요. 근데 제가 막 들이대다가 그런 남자들 중에 하나가 될까봐 무서워요.
좀 더 최근엔 더 가까워진것 같아요. 둘이 직장에서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사적으로 보는 일은 없었어요. 근데 얼마전에 그 친구가 저한테 제가 자주가는 장소가 있는데(이것도 아시는 분이 보면 너무 빤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죄송합니다.) 오늘 거기가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왜 그러냐니까 나 오늘 거기 갈까했다고... 그래서 둘이 거기서 만났네요. 그리고 또 그 전엔 둘이 떡볶이를 먹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친구가 되게 미묘한? 평소엔 보기힘든 표정으로 계속 쳐다봐서 5초 정도 아이컨택하고... 이러고 나서 설레서 오후 내내 그 생각만 했어요. 오늘은 또 자기 있었던 일 얘기해 준다고 막 하면서 제 손을 잡았어요. 제가 스킨십하면 막 싫어라 하던 애인데...
저는 이게 허물없는 친구가 되는 과정인지 연인이 되는 과정인지 너무너무 헷갈려요. 근데 아마 연인이 되는 과정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껏 걔가 사귀었던 남자들한테 하는 행동하고 저한테 하는 행동은 완전 다르거든요. 그래서 씁쓸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데 걔를 보면 또 너무 반갑고 좋아요.
음 마무리 어떻게 하지...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