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는 많은 요소들이 눈에 띄는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아름다운 영화 속 미술과, 촬영, 적절한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언급할 부분이 많은 영화지만...
한국에서 연출로 만랩을 찍었다고 평가받는 박찬욱 감독이기 때문에,연출에 대한 인상적인 부분을 리뷰하려합니다.
사실 상하, 좌우에 대한 프레임 나눔이나, 대칭구도 등은 영화이론에서 나오는 가장 기본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연출적 기술입니다.
놀라운 점은 거장이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아주 기본적인 연출기법들을 이용해서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면서, 이미지로 아주 효율적으로 주제와 이야기, 인물들의 상황들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요즘처럼 풀 샷 미디엄 샷 찍고, 클로즈업을 360도를 찍어서 편집으로 바르고, 쓰잘머리 없는 슬로우와 CGI를 덕지덕지 붙여서 연출력을 논하는 최근의 한국 영화들과는 확실히 연출적인 부분에서 클래스가 달라보이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고 CGI나 슬로우등의 기교적인 연출을 디스하거나 싫어한다는건 아닙니다만...^^
영화의 전체적인 컷들을 보면 굉장히 좌우 ,상하 혹은 수직, 수평의 대칭구도의 컷이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더군요.
그리고 그 대칭구도로 대비효과를 극명하게 주는 기법들이 많았습니다.
박쥐, 스토커에서는 상하에 대한 위치에 따른 연출이, 전작 JSA의 엔딩 장면에서 의도는 했으나 그리 잘 나오지 않았었다고 코멘터리에서 밝혔던 이영애와 송강호의 병원 그림자 밑 대화 장면 등으로 그런 대비효과에 대한 연출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면...
이번 영화는 철저하게 대칭으로 인물을 구성하고, 대비와 긴장, 혹은 편안함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출은이것은 영화의 주제와,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계급에 대한 부분과 굉장히 일치하다는것을 알수가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남성으로 상징되는 권위와 계급구조에 대한 여성으로 상징되는 저항과 자유"
라고 읽혀지는데, 즉, 인물들의 위치가 곧 계급과 상하, 긴장을 만들어 내며 그것이 스토리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물에 따른 구도 표현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표현되는지 좀 적어보겠습니다.
1. 히데코와 숙희
히데코와 숙희는 만나서는 시종일관 히데코가 위쪽에 위치를 해서 몸종인 숙희를 내려다봅니다.
이것은 주종관계에 대한 표현이고 수직적인 위치이기도 하죠.
그러다가 둘의 심정적인 무언가가 불 튀는 목욕장면에서는 숙희가 히데코의 약간 위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것은 앞으로 전개된 위치 전복에 대한 암시기도 하고, 둘의 위치가 점점 변화한다는 암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둘이 격정적인 배드신을 찍는 신에서는 사람들께선 노출 수위와, 노출 협의 절대 불가 하다고 못 박았을 그런 야한 과연 나올 것인가 하는 데 집중하셨겠지만, 저는 철저하게 좌우 대칭구도로 짜여진 구도에 감탄했습니다.
영상 속 장면이기 때문에, 스샷을 구할 수는 없지만, 글로 풀어서 설명하면요.
둘이 누워 침대에 있어 등을 돌릴 때는 서로 수평적인 위치의 좌우 대칭인 버드아이 샷(직부감)으로 촬영 되었어요.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야기를 하는 히데코에 전등이 비춰서 주목하게 만들죠.
대화가 바뀌면서 둘이 돌아 눞는데,서로 시선을 마주치자 좌우대칭 구도가 다시 되면서,이번엔 숙희가 전등의 불빛을 받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이때 대화 내용도 재미있는데,숙희가 전등의 불빛을 받으며 하는 대화로 인해 둘이 점점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배드신도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데요
첫 번째, 오히려 종의 위치였던 숙희가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성관계를 리드하며 시작됩니다.
그것은 두 인물간의 계급의 관계의 전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부를 지나 후반부에 들어서 벌어지는 배드신의 구도는 철저하게 수평적 대칭구도입니다.
69자세나, 가위 치기등의 체위도 철저하게 수평적 대칭구도로 이루어져서 구성되어 있더군요.
이것은, 둘이 계급을 떠나 평등한 관계의 위치하게 되었음을 박찬욱감독은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점은 POV 로 옮겨져서 손을 맞잡는 면에서 둘의 그런 관계를 확실하게 그런 면을 맻읍 짓고 있습니다.
이후, 재미있는 연출 컷이 굉장히 많은데,
몇 개만 꼽자면
극 중반 이후에 히데코가 자신의 계획을 숙희에게 고백하고 나무에 매달려 목을 메다는데 숙희가 구해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숙희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순간 화가 나서 들고 있던 히데코를 놔버리자 히데코가 목이 졸려 당황해하는 장면은 어찌보면 많은 관객들은 웃음을 보이면서 개그신처럼 보이겠지만,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가 한 샷에 담긴 신입니다.
우선 위치를 보면 히데코는 숙희의 위에 그리고 나무의 아래에 있습니다.
우선 전체적인 인물들은 수직적으로 위치하고 있죠.하지만, 자신의 그런 계급중심적인 계획으로 스스로 목이 졸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아래에 위치한 숙희가 잡아주면서 목숨을 살리게 되는 처지에 놓입니다.
그것은, 둘의 관계가 더 이상 주종 관계가 될 수 없음을 나타내기도 하면서, 동시에 상위계급에 있는 인물이 하위 계급에 있는 인물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집에서 도망쳐서 담을 넘는 장면 또한 인상적입니다.
숙희와 달리 옷 때문에 높은 담을 넘지 못하는 히데코는 숙희의 도움을 받아 담장을 넘는데,담장 자체가 성 계급의 장벽이라면,둘의 협동으로 그것을 넘어가는 부분은 상징적이라고 볼 수 있고,또한 처음에는 담장 아래에 있더 하단 위치에 있던 히데코가숙희의 도움으로 담장위에 올라 상단 위치로 프레임 위치를 면화 시키는 장면은주종관계의 한계와 더불어 하위 계급의 협동이 있어야만 상위로 오를 수 있는 시각적 표현감을 줍니다.
그러다 극의 마지막 엔딩에서 보여 지는 히데코와 숙희의 배드신은 굉장히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마무리 합니다.
우선 자세와 컷의 구도가 완벽히 수평위치의 대칭구도에요. (데칼코마니처럼)
그것은 둘의 관계가 평등하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고, 이 후 나타나는 만월의 그림은 그것이 완전한 형태의 인간관계 (사랑) 이라고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영화가 지향하는 주제가 표현된 엔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모부와 백작, 그리고 히데코 및 여성의 위치.
위에서 언급했던 두 여성은 점점 상하 관계에서 대칭적 수평관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성과의 관계는 계속 수직적 상하관계, 그리고 극명한 대비 관계로 표현됩니다.
우선 이모부가 어린 숙희 및 이모에게 일종의 불순한 ‘훈육’하는 장면을 보더라도 이모부는 철저하게 위에 위치합니다. 한 번을 제외하고 아래에 위치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 부분은 이모가 매달린 나무를 보는 장면.)
심지어 이동 또한 거동이 불편한지 지게에 타고 가는데, 지게를 지는 사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봅니다.
거기에 인물 자체가 친일파로 묘사된 장면은이모부라는 인물의 상징이 억압적인 상위 계급의 인물이자 근대적 ‘남성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낭독회>라며 주최되는 공간을 보면 참 재미있는데,일종의 억압을 받는 히데코는 홀로 밝은 곳에서, 낮은 위치에서 위를 올려다보며 책을 읽고 그것을 즐기는 신사들은 어두운 높은 곳에서 단체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듣고 있습니다.
수직적인 구도이며 대비적인 표현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억압적인 남성성과 계급의 이미지 표현입니다.그들의 풀 샷은 둘의 극명한 대비를 나타내며,
이어 나무 인형과의 장면은 표현이 인상적인데, 그들의 성적인 계급관계가 인간적이지 않다는 관점의 표현이고,히데코와 나무인형이 줄을 타고 올라가면서 위치가 변화하는데, 그것은 일종의 후반부에서 벌어질 전복의 암시입니다.
또한 그 이후 벌어지는 SM플레이 장면은 일종의 후반부를 향한 암시로도 볼 수 있습니다.
히데코를 매질한 이모부를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장면은 이모부는 절대로 종의 관계로 가지 않는다는 인물의 입장을 보여주지만, 여타 다른 남성들이 매질을 당하는 장면은 이런 계급 구조가 무너질 것이라는 암시처럼 보여 집니다.
또한 그 모습을 꽤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것 또한 그것을 향한 일종의 비웃음라고 할 수도 있겠죠.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백작역을 맡은 하정우입니다.
처음엔 히데코에게 자유를 약속하여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하는 부분에서 둘의 관계가 평등해질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주지만,후반부 히데코와 정사하려는 장면에서 표현되는 체위는 후배위인데,그것은 마치 이모부와는 또 다른 일종의 또 다른 계급관계, 수직적 상하 주종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근대적 ‘남성성’의 한계를 보여주는듯 합니다.
굳이 체위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가 싶지만, 체위의 기능적인 면이나
(강제로 하는 성교에선 후배위를 할 수 없습니다. 애써 넣은 것은 의도적이라고 해석이 됩니다.)
또한 앞서 보인 숙희와의 배드신에서의 체위와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위치의 차이로 보면,백작 또한 근대적 남성 계급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라고 보여 집니다.
그런 백작과의 첫날밤에히데코가 관계를 거부하고 자위를 한 후, 일어서서 손에 피를 내는 장면에선히데코가 일어서서 백작을 내려다보는데,이것은 이미 히데코가 남성적 계급구조를 벗어나서 위에 올라섰다는일종의 여성상위적 표현이라고 도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에서 두 남자의 죽음은 결국 그런 계급적인 관계는 스스로 파멸한다는 암시라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썩어빠진 그들 내부의 부조리를 정신승리로 일관하다 핵폭탄을 얻어맞고 말아먹은 일본 제국주의가 멸망한 역사적 사실의 기반이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그런 억압적인 계급사회는 ‘자멸’ 할 수 밖에 없다는 냉소적인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공간적으로 보면 그런 부분이 더 확실해지는 데, 창이 없는 지하실이라는 공간이 상하위치에서 밑 부분에 있는 위치라는 점.그리고 창이 없어서 수은 연기로 서로 동귀어진 한다는 점은 꽉 막힌 세계에서 서로 자멸한 일본 제국주의 국가, 그리고 계급적 남성성의 멸망구조에 대한 비유로 보여 집니다.
(로마 건, 나치건 소련이건 제국주의 일본이건 외부로부터 갇힌 사회였고 내부분열이 멸망의 한몫을 했다는 면에서 그 점을 볼 수 있으며, 그 멸망한 모든 사회가 남성중심사회였다는 면에서 위의 해석이 일리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장황하게 쓰긴 썼는데, 결론부터 정리하면,연출적인 표현인 대칭, 수직, 수평구도인 이 영화는 ‘평등’ 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성성 여성성도 있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평등이고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시스템의 자멸과, 그것을 극복하고 평등과 자유를 얻기 위해선 서로의 협동과 동등한 수평적 관계만이 가능하다는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연출적인 면을 떠나서 영화에서 보이는 관점은 2000년대 페미니즘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2010년 중반을 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더 복합적인 부분에 대한 관점이 아닌, 원론적인 진보입장을 고수한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차별이 전부가 아니며, 역차별 그리고 발전과 정체의 모순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출적인 면을 봤을 때는 오히려 거장임이 틀림없는 굉장한 솜씨이며,영화적인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ps1) 올해의 사회적 키워드는 ‘성 평등’ 이 아닌가 싶기도하네요
ps2) 영화의 단역들은 가슴이 크던데, 일부로 주제를 위해 노리신 것 같습니다. 일종의 조소를 위해서...
ps3) 왜 박찬욱 감독님은 배드신이 있는 영화들은 친절한 금자씨를 빼고 전부 여성상위가 꼭 나오는 건지....
ps4) 하정우씨는 이 영화로 4대 남성문제인 거근과 소근, 바람둥이와 발기부전을 전부 해본 배우가 되셨군요ㅋㅋㅋ
ps5) 이작품 보면서 여러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 라쇼몽, 재키브라운, 바운드, 델마와 루이스, 친절한 금자씨 등등 ...
ps6) 두번째로 볼때 부터 디테일에 감탄했습니다. 미장센은 말할 것도 없고 메타포도 효율적이었고 디테일은 진짜 완벽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