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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강간 당할 뻔한거 구해준 남자를 어떻게 잊어야될까
게시물ID : lovestory_582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볼리베어ψ
추천 : 28
조회수 : 3812회
댓글수 : 82개
등록시간 : 2013/08/10 01:03:37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qavIk



 http://pann.nate.com/talk/318906111

 

 

 

밤에 길 걸어갈 때 이어폰으로 통화하지 마세요

전자파 그딴거 신경쓰지 마시고 그냥 통화하세요

(그 때 통화했던 친구한테 나중에 얘기했더니

그런 일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하고 밧데리 다되서 끊긴 줄 알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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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 달 전까지 아무 사고 없이 


설마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고 살아왔던 


22살 대학생입니다 


올해 5월 말에.. 학교에서 조별발표한 날 뒷풀이하고 


지하철 막차타고 집에 오던 길이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그것도 저희 집 라인 앞 1층에서 비밀번호 누르다


끌려갔습니다.


저희 동 뒤로 끌려가서 당할 뻔 했습니다.


당할 '뻔' 했다는 건


직전에... 기적적으로 '그 분'이 구해주셨거든요.


절 구해주신 그 남자분은 저희 동이랑 마주보는 동에 사시는 분이셨어요.


경찰서에서 나온 뒤에도 


저 겁탈하려했던 그 인간 (이미 이런 일로 합의한 적도 있는.........) 


고소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두 번 더 뵈었어요. 


귀찮다거나 사례를 바란다거나 하는 내색 전혀 없으시고 


법학과 조교분이셔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만날 때마다 저한테 괜찮냐고, 상담 잘 받고 있냐고 걱정해주셨던


정의롭고 따뜻한 분입니다. 


20살 제 남동생이 알려줘서 



밤에 당하는 여자 도와주다가 피해입은 남성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분도 알고 계신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그런 얘기 듣고나니 더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세번째 만났을 때 그런 남자들 얘기 모르시냐고 여쭤봤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도망갔으면 어쩔뻔했어요, 어느 라인 사는지는 아니까 


30개 집 하나하나 벨누르고 이 집에 따님이 계십니까 할 뻔했네요"


하시면서 저한테 그 짓 안하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ㅋㅋㅋㅋㅋㅋ


또 그런 얘기 듣긴 했는데 그 때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지 안났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세번째를 마지막으로 본 게 한 달도 더 전입니다.. 


그리고 그 뒤로...... 


자꾸 생각이 났어요. 


소소한 그 분의 모습들이 떠올라요


처음에 제가 자기를 무서워한다는 걸 아는 거 같았어요 


그 때 제가 그냥 상황 자체가 무섭고 말도 안나오고 혼란스럽고 흥분상태? 


아무튼 제정신이 아니였거든요... 


거기다 체구가 크고 표정도 그 땐 험악하게 보여서 더 무서웠어요


경찰서에 부모님 오고 나서야 저한테 다가오시고 


"많이 무서웠죠, 괜찮은 거 같아도 꼭 상담치료같은거 받아요" 하고 조심조심 말해주시는데


저랑 본인 사이에 부모님 두고 떨어져서 말해주셨어요 


돌이켜생각해보니 그분도 놀라셨을텐데 그 와중에 배려해주셨던건가 자꾸 생각나고... 


저희 부모님께서 감사하다고 사례하고싶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그 돈으로 전기충격기부터 사야한다고 한사코 거절하셔서 


웃게 해주시고...


"00씨(제 이름) 잘못은 아니지만 밤늦게 다니지말아요"하고 


약간 엄하게 말씀하시던 목소리도 생각나고... 


그 일이 다 끝나고 다 지나고 나서


처음 그 분 생각이 났을 땐 날 구해줘서 내가 잊지못하고 있나보다고 


몇 일 지나면 잊을 거라고 다독였습니다만..


하루도 그 분 생각이 안 난 날이 없었고..


그 분 생각만 하면.. 뭐라고 해야되지... 


이 더위에도 피곤하다거나 짜증나는 기분같은 건 싹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발표할 때 긴장하는 것처럼 흉부가 불편할 만큼 떨리고... 


또 나도 모르게 그 분 생각을 하면서 더 열심히 산(?) 것 같아요


예전엔 지하철에서 핸드폰 게임을 했는데 이젠 영어단어 외우고 


아침잠 진짜 많은데 알람 듣자마자 일어나서 아침 챙겨먹기가 잘 되고... 


상담 받고 약먹는게 귀찮고 이젠 괜찮은 것 같아도 그 분 말이 걸려서라도 챙기고...


뭐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요.... 


그동안 남자들이 관심을 표현하거나 고백해도 


이런 감정 전혀 없었는데..


중3 때 사겼던 남자친구한테 느낀 이후로 


몇 년동안 바쁘게 살면서 또 인간관계에 다치면서


연애감정이 무뎌진건가 생각할 정도였는데... 


그런 감정 모르면 몰랐지 아니까 


.............이미 제가 그 분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원인이야 뭐든 내 마음이 약해져서 그런거든 뭐든


한 달도 넘게 보고싶고 설레고 .. 이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면 뭘까요.... 



보고싶어서 괜히 집 올 때 그 분 동 앞으로 해서 가곤 했어요 



혹시라도 마주쳤으면 해서


얘기는 못해도 보기만 해도 좋을 거 같아서요... 


그런데 며칠 전에 


학원 끝나고 집에 오다가 또 그쪽으로 가면서 



혹시 나오는 사람 없나 보는데



중간 라인에서 



1층 유리문이 열리고 나오시는 거에요 그 분이



이 일로 그 분 사시는 라인까지 알아버렸어요..... 



바라긴 했지만 정말로 나타나니까 


저는 너무 놀라서 순간 그 자리에 섰고


그 분이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들고 계시더라고요 


제 이름을 한 번 부르고 


그거 버리고 저한테 다가오셨어요


"오랜만이네요!"


"네! 안녕하세요!!"


"같은 아파트 살긴 사네요ㅋㅋ 잘 지냈어요?"


"네, 덕분입니다. 정말정말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두손모아 배꼽인사 하니까 그 분도 같이 해주시면서)


"하하하하하 고생했어요 집에 가요?"


"네, 학원 갔다왔어요"


"일찍 잘 다니네. 뭐 후추스프레이나 공기총 갖고다녀요?"


"공기총ㅋㅋㅋㅋ 스프레이 갖고다녀요. 근데 전기충격기 어플 있으면 좋겠어요ㅋㅋ"


얘기하는데 너무 떨려서 얼굴 달아오르는게 느껴지고 



목소리 떠는것같고 더 오버하면서 웃고 말하고.... 



마지막에 또 조심하라고 당부하시고 


인사하고 헤어졌는데요


저희 라인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들어갈 때 살짝 뒤돌아보니까


그때까지 뒤에 서게셔주시더라고요 ...... 손 흔들어주시고... 


엘레베이터 타고 거울보는데 얼굴 엄청 빨갛고 



이상해보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너무 좋고


오랜만에 탁 마주치니까 



그동안 살랑이던 감정이 확 터지는 거 같고... 



그동안에는 넥타이 메고 정장 입은 모습만 봤는데



이번엔 그냥 반바지에 반팔티입고 있는거 보니까 


새로운 일상 모습을 봐서 그런지 더 떨리고... 


사실 그 일이 있고 나서.. 솔직히 남자들이 무서워요. 


밝은 대낮에도 그 아저씨랑 비슷한 분위기 아저씨가 보이면 숨이 멎어요 



젊어도 늙어도 성인 남자랑 단 둘이 엘리베이터 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 끝이 저려서 피하게 되요.... 



근데 오랜만에 뵌 그 분은 


다른 일반 남자들이랑 느낌이랑 기분이 너무 다르고.. 


전혀 무섭지 않고 


떨리긴 했지만 그런 쪽으론 오히려 안심이 됬던 거 같아요 .. 


더 더 좋은 감정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어요.. 


다른 남자들은 무서운데 당신은 좋다고 말하고 싶다.. 


자주 보고싶다.. 


저 남자가 내 남자친구면 좋겠다... 


사귀고 싶다...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그 분 연락처는 아빠는 아시는데 저는 몰라요...


아빠한테도 지우라고 해야될 것 같은데 괜히 이상하게 생각하실까봐 그러진 못해요.


그래서 아빠 핸드폰 보고 번호 알아내자고 


카톡으로 인사정도는 보내도 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충동이 일어요


하지만 매번 쳐내요


왜냐면요 ... 


여자친구가.... 있으시거든요..........


저렇게 괜찮은 남자를 여자들이 가만 놔둘리가 없죠.... 


두번째 만났을 때 커플링이 눈에 들어와서 


(이 때는 놀라기만 했어요..)


"우와, 반지 이뻐요. 커플링이죠?" 


"맞춘지 얼마 안 된 새거라 그래요" 


"결혼반지에요?" 


"결혼반지면 더 좋은 걸로 해야죠 이거 은이에요ㅋㅋㅋ" 


"은도 좋은건데ㅋㅋ 몇일됐어요?" 


"대학생답네ㅋㅋㅋ 일까지는 모르고 2주년이라 맞췄어요" 


"우와 2년?! 짱 오래됬네요 결혼식에 불러주시면 축가도 불러드릴 수 있어요"


진심이냐고 웃으면서 뭐 부를거냐고 그래서 


싸이 연예인 불러드린다고 했었던 제 주둥이를 꼬매버리고 싶네요


그러고 세번째 만났을 때 두 분이서 보시라고 



영화관람권 2매 제일 좋은걸로 선물해드렸어요 



처음엔 이런거 안 해도 된다고 저 보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이런 거 밖에 못해드려서 죄송하다하셨더니 결국 받으셨어요


"그 이시영 나오는 거 웹툰 보고싶었는데, 진짜 고마워요 잘 볼게요ㅋㅋ"


"저 그거 봤어요!! 혼자 비오는날ㅋㅋㅋㅋ"


"왜 혼자 봤어요?"


"더 무서우라고ㅋㅋㅋ 그거 재밌어요 짱 무서운데ㅋㅋ 눈 감고 소리만 들어도 대박이에요"


"아 여자친구랑 보기 전에 미리 보고 가야지ㅋㅋ"


"올ㅋㅋㅋㅋ"


그 땐 재밌었던 일들이 지금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 


저 원래 남자들은 물론 처음 보는 사람이랑 말 잘 못하는데 


그 분이랑은 되게 말도 잘 통했고 편했고 ... 


웃는 얼굴도 좋고 웃음 소리도 좋고 


다 좋은데...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필요한데


왜 하필 이렇게 만나서..


차라리 그냥 평범하게 만났더라면


여자친구분에겐 죄송해도.... 이렇게 포기하지는 않을텐데


진짜 좋아한단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뭐라고 날 구해주신 은인이 사랑하는 연인이랑 헤어지길 바랄 수 있어요..... 


그래서 포기합니다... 


이 배은망덕한 마음이 너무 죄송해서...... 


그 앞 동으로 앞으로 다시는 안 지나갈거에요.... 


이렇게 쓰고 보니 


바쁜 3개월이었네요... 


지옥이었다가... 봄이었다가... 이제는 우기가 되겠죠



 

 


왕자님. 제가 당신 좋아하는 거 전혀 모르겠죠. 


걱정말아요, 절대 고백같은 거 안할거에요.


만에 하나 결혼식에 불러주면 친구들 다 끌고가서 싸이 연예인 축가 불러줄게요.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당신이 지켜준 인생 열심히 잘 살게요.


다만 앞으로는 당신이 위험한 것도 한번 살피고 남을 도와줬으면 해요.


대신 제가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 돕는데 주저하지 않을게요.


하늘이 당신에게 제가 줄 수 없는 큰 상을 주길 바래요. 


안녕히 가세요.


ㅂㅍ.png

퍼온곳 :쭉빵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 박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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