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의 재탐구.
새벽에 근거없는 멘붕에 빠져서 오랜만에 꺼내 들었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무섭다고 잘 안들었는데, 패닉의 노래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중의 하나입니다.
이 곡은 사실 대중가요... 라기보단 뮤지컬같은 형식과, 가사의 노래이죠.
바로 앞 트랙에서 어릿광대의 죽음에 대해서 섬뜩하게 설명하고
바로 그 뒤 트랙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데요.
제목 그대로 그 (죽은)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한 노래죠.
세상에서의 존재감이 아주 미약하다고 볼 수 있는 한 어릿광대의 죽음.
남들 앞에서는 웃는 모습만 보여주는 '어릿광대'이지만 그 내면에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픔과 슬픔도 함께한다는, 옆에서 지켜본 세 아들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광대로 살면서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회를 비판하며 돌아가시던 그날 웃으며 춤추며 혹은 울며 떠납니다. 그리곤 어느날 다시 그 세 아들들이 돌아와 마을에(세상에) 복수를 하는 내용이죠.
ps. 이적의 뛰어난 언어구사능력을 해석하기는 쉽지 않아서 이 해석또한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 것임을 명시합니다. 딱히 노래가 전하는 메세지를 찾으려 하지말고 그저 노래를 즐기셔도 좋습니다.
부가설명. 이 노래의 구성은 '균형과 반복-불균형과 엇박'이 자아내는 기묘한 질서 속에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1절-2절-3절의 구성은 가사만 바뀌고는 동일하며 멜로디는 세 아들들의 복수를 노래하면서 고조-하강을 반복하다가 반복되는 '해마다 그날이 되돌아올때면 우리를 저주하네' 부분에서 작은 결말을 맺습니다. 그러다가 3절 뒤에 덧붙여진 말단부에서는 더 격해진 상승으로 저주의 메시지를 날려 줍니다. 실은 각 절 안의 구성도 안정적이지만 묘하게 어긋맞습니다. 노래의 시작과 주선율은 서양 고전 악법을 제법 잘 지킨 우아한 현악중주이지만 그 선율 밑에 깔리는 비트는 굿거리장단과 매우 흡사한 엇박자 장단. 알고 들으니 신기하죠? 작은것이지만 이런 묘한 매력도 있죠.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음악적 완성도에서 최고로 꼽는 건 김진표의 랩과 이적의 노래가 한 노래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조화된다는 것입니다. 김진표의 악마적이고 눅진한 나레이션(참고로 '밑' 앨범때 김진표 나이는 스무살이었습니다), 이적의 어린애같은 날것의 절규가 절 하나씩 교차되다가 점점 교차되는 간극이 짧아지면서 주거니 받거니, 그러다 김진표의 목소리에 이적의 절규가 겹쳐지면서 '춤추는 광대는 서럽게 갔어도...'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는 구성은 어디 하나 뺄 데도 더할 데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