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울부짖는, 찢어지는 듯한 매미의 울부짖음이 불안하게 떨렸다. 구름이 해를 가렸는데도 더위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길가의 무궁화는 오늘따라 유난히 섬뜩해보였다.
5.18 기념공원.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얼굴이 없었던 누군가들의 얼굴이 되었던 국화 무궁화.
나는 무궁화를 보면서 참담한 그들의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의 시체의 모습. 한 눈알이 기괴하게 빠져나온 참혹한 청년의 시체. 4.19 혁명의 도화선 고 김주열의 죽음.
그 죽음은 헛되지 않았을까.
나에겐 그 모든 것이 필요했다. 그 죽음의 이유가 필요했고 내가 언젠가 승리할 것이라는 의지가 필요했다.
나는 내 죽음의 이유가 필요했다.
그녀는 꼭 감았던 눈을 떴다. 숨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느낌이 들었다. 실상은 그렇지 않음에도, 왠지 온 세상이 백지처럼 보였다.
그러나 살벌한 풍경이 연이어 그녀의 눈을 비집고 들어왔다. 이윽고 그 여자의 입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천지를 뒤집어 놓을 것만 같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독재 정권은 물러가라! 우리에게 자유를 달라! 우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