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불멸의 이순신 첫회라길래 무지무지 기대하면서 봤다. 예고편에서의 그 웅장함, 임진왜란이라는 독특한 소재에의 기대감 특히 이순신이라는 전 민족적 영웅이 주인공이라는 데서 오는 벅찬 감정. 하지만 첫화를 보고 난 나의 감상은 "완전히" 실망이었다. 뭐 뻥뻥 대포 터뜨리고 CG로 배를 복사해서 열라 스케일이 크게 만든 점은 높이 사겠다. 그건 한국 드라마의 큰 발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필이면 첫화의 내용을 패전으로 할 것은 뭔가. 약간 핀트가 맞지 않는 듯한 캐스팅은 그렇다고 쳐도, 드라마 상에 나오는 이순신의 성격과 전쟁의 과정이 그렇게 맘에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선 처음에 말할 것은 이순신은 단 한 번도 전쟁에서 진 적이 '없다'라는 것이다. 23전 23승 무패. 세계 해군 역사상도 경이적이라 할 만한 전적이다. 다시 말해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처참한 패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마치 조선 수군 130명 죽은 것이 엄청나게 큰 손실인 것 처럼 나오지만, 이순신이 한 번 출전할 때마다 무찌른 왜군의 수는 수천명이 넘었다. 더군다나 그 전투는 조선 수군과 명나라의 연합 공격이 아니라 명나라 수군이 단독으로 선봉에 나서 고립된 것을 이순신이 구출한 '구출극'이었다. 그 전투에서 죽은 명나라 군은 무려 2천명. 그에 비한다면 조선 수군은 그야말로 이순신의 탁월한 지휘에 의해 극소수의 피해만 입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맘에 안 드는 것은 이순신의 성격 묘사이다. 그는 작전을 짤 때, 특히 해전에 임할 때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었다. 그의 스피디한 지휘와 칼 같은 결단력으로 조선의 수군은 연전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라. 그는 적군에게 잡혀 있는 아군 포로의 모습에 동요한다. 우선 적진에 조선의 포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이순신이 한 번 출전 할 때 평균 조선 수군 전사자가 몇 명인 줄 아는가? 10명 안팎이다. 전사자가 10명 안팎인데 조선군 포로가 수십명이 된다? 말이 안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려 했는지는 몰라도, 동요해도 너무 동요한다. 그래서 아군의 피해를 늘린다.우리가 알고 있는 삼국지의 제갈량이나 초한지의 한신이라면 거기서 그렇게 우물쭈물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순신이 해전에 임함에 있어서는 그들보다 떨어질 것이 없다. 드라마 상에 나오는 우유분단함에 나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끝부분에 나오는 닌자는 또 뭔가? 이젠 이순신 드라마를 다모로 만들려고 하는가? 젊은 세대에게 즉흥적인 흥미를 주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혹시 오해가 있을 지도 몰라 하는 말인데, 본인도 늙은 세대는 아닙니다;;) 갑자기 그런게 왜 튀어나오는지... 솔직히 나는 그대로 어이를 상실해 버렸다. 이번 화에서는 이순신의 카리스마적인 면모라든지 탁월한 용병술, 절묘한 작전 등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의 대사는 "진군" "후퇴하라!" 등의 단조로운 것 뿐이었다. 지휘나 작전을 일절 보이지 않는다. 이순신이 어째서 그렇게 답답할 수 있단 말인가! 고니시의 그 묘한 침착성도 맘에 걸린다. 당시는 임진왜란 말, 왜군이 조선 수군에게 당할 대로 당해 공포에 떨다 못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였다. 그들은 '이순신'이라는 말만 들어도 싸움을 회피하고 도망칠 궁리만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직접 '이순신의 함대를 마주치거든 싸우지 말고 가능하면 피해라'라는 교지까지 내렸을까. 그런데 드라마에서 고니시는 "이순신을 오늘 밤 안에 잡겠다." 라고 자신 있게 단언한다. 오히려 어떨 때는 그가 더 카리스마 있게 보일 정도였다.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서일까? 첫화는 솔직히 나에게 있어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전에 언뜻 들은 말로 불멸의 이순신 감독이 원균의 지지자고 이순신을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설마 진짠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순신 장군을 과소평가하는 일만은 절대로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짤방은 이순신 장군의 전적. 이순신 함대 1차 출전 전과 위가 조선 아래가 일본 격침 전함 없음 42 척 전사자 없음 6920여 명 부상자 2 명 확인 불명 이순신 함대 2차 출전 전과( 당항포 해전 및 율포해전 ) 조선 일본 격침 전함 없음 69 척 전사자 11 명 10120여 명 부상자 50여 명 파악 불가능 이순신 함대 3차 출전 전과( 한산도 대첩 ) 조선 일본 격침 전함 없음 59 척 전사자 약간 명 8980여 명 부상자 약간 명 파악 불가능 이순신 함대 4차 출전 전과( 연합함대 ) 조선 일본 격침 전함 없음 100여 척 전사자 6 명 3800여 명 부상자 25여 명 역대 가장 많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