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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를 읽다가...
게시물ID : readers_8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떼
추천 : 1
조회수 : 9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13 03:53:15
책,,,책,,,들에 대해 정리해야 하긴 하겠는데...
해야 하긴 하겠는데,,,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김주영의 '객주'를 보는 중인데...
보통 10권 정도를 대중없이 같이 보니까 어떤 건 헛갈리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만....

소설을 보다 보면,,,꼭 그런 생각을 한다...
하많은 시간 동안 책하고는 멀게 지내다,,,
영화나 음악만 머리 속에 많이 들어 있어,,,
소설을 보면,,,,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어떻게,,,누굴 감독/배우로 써서 하면 그림이 나올까,,,그런 생각을 꼭 한다...

연전에 '남쪽으로 튀어'를 읽다가,,,,
이거 재밌네,,,영화로 딱이겠다...싶어서 혼자 막 상상을 하고 그랬는데,,,
세상에나,,,내가 생각했던 딱 그 김윤석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잖아...

고래고래,,,그 영화를 다운받았는데,,,
이게 인생 최초로 3천원의 적법한 저작권료를 주고 다운받은 영화였단 거다...
뭐 망했다...영화가 망한 건 나랑 상관없지만,,,내 3천원은 폭망했다...
혹시나 '남쪽으로 튀어'를 알고 싶거든,,,
보지 말고 읽으시라...
읽고 나서 보지도 마라...

'객주'를 읽는데,,,9권짜리니까,,,
당연히 안 사고,,,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는 거니 시한이 있긴 한데,,,
워낙 재밌어서 기간 내 못 읽을 일은 없다...

'토지'도 보면 야한데,,,
'객주'는 뭐,,,끈적끈적,,,척척하다...

세계 최초의 소설이,,,일본의 '겐지 이야기'인데,,,
이게,,,대략 현대 판형으로 15권짜리지만,,,
이른 바,,,연애소설이잖던가...
청소년 관람불가 수준의,,,말이다...

그게 천년 지나서도 전세계에서 읽히는 걸 보면,,,
사람 사는 얘기라는 게 상열지사가 '얘깃거리'로는,,,와따라는 게 고금소이로소이다...

근데,,,'객주'에는,,,
대한민국 평균은 넘는 한국말 사랑사람인,,,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한국말이 난무한다...

이 작가가 이 한 페이지를 쓰려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보수집을 했을까,,,하며 놀라웠던 최초의 기억이,,,
고등학교 때 '사람의 아들'을 읽으며 느꼈던 감탄이었는데,,,
그때 이문열은 리어카 한대 분량의 레퍼런스를 참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어커 한 대면 지금껏,,,내가 평생 읽은 책을 넘을 거다...
'사람의 아들'은 중편소설이고...

고등학교 때 일고 옆 어디서 '사람의 아들' 연극을 한다길래 태윤이랑 그것까지 보러 갔던 생각도 나는데,,,
내가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행태, 성취가 나에게 보여주는 것만 접수하면 되지만,,,관심을 기울이게 된 사람이라면,,,그 업적의 배경과 노력까지 되짚어 보게 되지 않던가...

소설과 논픽션의 차이는,,,
논픽션은 훌륭한 사람이 직접 겪은 일을 본인이나 필자가 재구성/문학화하는 거니까,,,이른 바 문학적 상상력은 독자가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훌륭한 논픽션을 위해서는,,,훌륭한 글쓰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훌륭한 삶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되겠다...
참 쉽죠잉~

훌륭한 픽션을 위해서는,,,
위와는 아무래도 반대되는 게 필요할 거다...

'객주'가 던져주는 충격은,,,

19세기 민초들의 삶...
이건 퍽으나 중요하다...
인생을 배우려거든 학술서가 아닌 소설을 읽으라는 말이 어딘가 있더라만...
작가들이,,,사람의 아들이나 토지, 관촌수필,,,등을 쓴 이들처럼 조사하고 연구해서 소설을 쓴다면,,,백번 옳은 말이다...

발자크가 자기 인생의 목표를 나폴레옹 1세 전후의 프랑스 사회의 기록,,이라는 데 두고,,,백이십 몇편의 소설로서 이를 백과사전식으로 형상화하려는는 작업을 벌였듯이,,,글쓴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전하는 수단으로써,,,'이야기,,,요새말로 스토리텔링'은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데 동의한다...

객주는 그러한 19세기 구한말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어디 다른 데서 다른 구한말의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작가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때 그사람들,,,우리 할배들의 모습이겠거니,,,믿는다...

근데 그것보다 더 감동스러운 건,,,
그걸 어떻게 복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9권짜리 책,,,2700쪽에 20세기 사람인 내가 모르는 말이 절반이다...

이를 테면 이렇다...
20권짜리 토지에는 귀에 못이 닳도록 나오는 표현이 있다...
'강약이 부동이니...'하는 표현인데,,,
미안한 얘기지만 박경리 작가가 그걸 너무 많이 써먹었다는 발심이 든다...
김주영은 객주 9권 동안에 같은 관용구를 거의 두번도 반복하지 않는다...

모르는 단어 수천개와 처음 들어보는 관용구,,,속담 수백개...
이게 책 전체를 채우고 있다...
심지어는 어느 단어가 너무 궁금해서 내가 창비 홈페이지에 들어가 편집자에게 뜻풀이를 부탁하기도 했다...구글링도 안 되길래...

실은,,,우리가 나름대로 익숙한 20세기 초반 문학...
이를 테면,,,염상섭이나 박태원, 이상, 이기영 이런 축들의 글에도 모르는 단어들은 무지 많이 나온다..
근데 그건 그 사람들이 그때 살면서,,,우리와 비슷한 한글을 썼지만 시쳇말은 달랐으니 당연하겠지,,,하며 넘어가는데...
김주영 작가는 내 아버지보다 조금치 뒷배일 그런 연배에,,,자기가 안 쓰는 말들을 죄 찾아내 글을 썼지 않겠는가...

김소진 작가가 소설가로 들어서기 위해,,,한국어대사전,,,토지사전 만들기를 몇 년 동안 했다는 게 새삼 이해가 된다...
내 친구 이주영은 성을 갈지도 못 할 텐데,,,어떡할지,,,큰일이다...

최명희 작가가 혼불을 쓰다가,,,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를 더 어울리는 의성으로 쓰고 싶어,,,냇가에서 얼마를 그 소리를 듣다가,,,소살소살,,,이라는 말을 발명했다고 했던가...

근데 김주영에 따르자면 100년 전에 우리 할배들이 쓰던 말은 태반이 내가 평생 듣도보도 못한 말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늘 드는 생각이...
이런 얘기를 영화로 만들면 말이다...
꽝이겠다는 거다...

그것보다도 더,,,이걸 번역한다면?
답이 안 나온다...

전혜린이 오영수의 '갯마을'을 번역하다가 '니캉내캉 살자꾸나'에서 막혀서 때려쳤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데...

객주처럼,,,말재미로,,,달리,,,말빨로,,,녹작지근하게 녹여내다 녹다운시키는 이런 글은,,,그 글빨을 번역할 재주가 있을 리 없겠다 싶은 거다...

이를 테면,,,내가 한국말로 씌어진 글 중 최고로 치는,,,숭앙하는,,,관촌수필도 번역불가 소설이다...
근데 꽤 비슷한 느낌의,,,윤흥길의 '장마'는,,,우리나라 안에서만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TV문학관에서도 두번인가 리메이크되고 그랬다...
그건 말맛보다 코스모폴리탄한 스토리텔링의 줄기가 있어서 그럴 수 있었던가...

그러다,,,잠자기 전 양 세기 타임에,,,하던 생각으로...
내가 읽은 외국소설은 그럼 어찌 된 것이냐...

셰익스피어 문장투,,,라면 우리에게도 어떤 전형이 떠오르긴 한다만,,,
이를 테면,,,you와 thee의 차이를,,,
너와 당신,,,그대,,,이녘,,,,자기,,,어느 걸로 번역하든,,,영어 쓰는 이가 느끼는 느낌을 우리가 느끼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나 말이다...
우리네야,,,옛글들이 대부분 한글로 씌어 있지 않으니,,,기본적인 한계 때문에 옛글에 대한 향수 자체가 별로 없지만...

셰익스피어가 세종대왕보다 100년 정도 어린 터수이니,,,용비어천가보다도 햄릿이 젊은 글인데 그네들은 자기들 조상이 5백년 전에 쓰던 말과 글을 같은 알파벳으로 지금도 되새겨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근데 현대 영어권 독자들이 읽는 셰익스피어나 100년 전의 조이스 등의 글빨에서 느끼는 감흥이,,,내가 김주영이 되살려낸 19세기 조선말에서 느끼는 괴리감,,,뜨악함,,,그와 더불어 변치 않았을 향수 내지는 기시감과 다르지 않다면,,,이는 애초에 번역 불가능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겠는가 말이다...

이를 테면 이렇다...
'쇤네가 무엇에 상성을 하여 그 위인을 보비위하겠으며, 무엇을 노리어 거짓 발고를 하겠습니까'
'쇤네가 외간 사내를 행랑으로 불러들여 화냥을 놀았다는 겁니까, 통을 짰다는 것입니까. 보고 들었단 위인은 왜 등시포착은 않고 나으리께 달려가서 발쇠를 놓았더란 말입니까. 그 위인을 잡도리하든지 쇤네를 족치면, 월장했던 위인을 찾을 수가 있겠군요.'
'그 거짓 하자한 위인이 누구이옵니까?'
'통모를 하였다면 쇤네가 무슨 반죽으로 핵변을 늘어놓겠습니까'

이게 기생도 아닌 송파 왈짜 남편에 의해 몸을 파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인데,,,뭐랄까,,,이런 느낌이다...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이라는 프랑스 책을 보면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제 아무리 이윤기 13대조 할아버지가 번역을 해도 번역으로 느낌을 전할 수 없는 글,,,이라는 막막함이었을 거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 느끼는 좌절 같은 거 말이다...

그러니까,,,혹여나 객주나 관촌수필이 외국어로 번역되었다손 치더라도 그걸 읽은 외국인과 내가 만나서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얘기하면,,,참 웃길 거라는 얘기가 되겠다...동시에...

우리가 본 많은 외국책들도 기실 게 중 많은 책이,,,스토리텔링보다,,,이러한 악마의 글빨로 명작의 반열에 오른 글들이 하 많을 터인데,,,
그 말맛을 느낄 수 없는 처지에,,,나는 왜 이 책이 유명한 만큼의 감흥을 못 받는 걸까,,,하는 고민도 여러 사람이 했을 터...

제 아무리 셰익스피어의 후손일지라도,,,관촌수필의 정취와 객주의 말맛,,,혼불의 소살스러움은 되려 얻어갈 수 없음이니...

내가 외국글을 보며 얻으려 하는 것에도 한계를 두어야 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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