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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금 소설) 요녀
게시물ID : panic_524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숏다리코뿔소
추천 : 32
조회수 : 605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7/11 21:00:16





 
양광도(지금의 경기, 충청일대) 봉춘골에선 백정 놈인 마 가(家)만큼 유명한 상놈이 없었다.

마 가 놈이란 상놈은 봉춘골에서 불리는 이름이 많았는데,
널리 로는 마 가, 마 씨, 마 도가, 마 백정 정도가 있었고,
가까이로는 망아지, 도박꾼, 술주정뱅이, 등신, 병신, 호구,
상노무자식, 상노무 새끼가 있었다.

모르는 이라면, 마가가 백정이라 하대 받고 사는가 보구나… 싶을 수 있으나,
정녕 그렇지는 않았다.

일대의 총각들은 마 가를 이르기에 어르신, 마 어른, 마 선생 이라 존칭하며 고개를 굽실거렸는데,
이것은 아주 요상스러운 일이었고, 대단스러운 일이었다.

그 중 가장 대단하다 여길만한 일은 지난달에 저질러졌다.

이것은 지난 달 봉춘골서 모르는 사람 없다는 양반인 박 대감댁의 장손, 성곤 도련님께서
종 것인 떡쇠를 끌고 봉춘골 어귀를 배회할때의 일이다.

성곤 도련님라는 분께서는 몸이 장신이라 듬직하고, 어깨는 떡 벌어졌거니 박력이 있었으며,
타고난 양반댁 장손이라 눈에는 총명함이 그득 한 분이셨고,
팔뚝은 무쇠도 꺾어버릴 듯 아주그냥 딴딴하고 두툼한 것이 흉기와도 같았으며,
뒷모습은 산신령처럼 지식이 철철 넘쳐 현인도 그런 현인이 없어 뵈는
아주 남자 중 상 남자였고 도령 중에서도 상 도령 같은 분이셨다.

그 성곤 도련님께서 봉춘골 개암나무 앞의 개울가 좁은 외길을 걸으시다가,
아니 글쎄 망아지 같은 마 가 놈과 그 비좁은 길에서 얼씨구나 하고 떡하니 마주친 것이었다.
성곤 도련님은 마 가 놈을 보더니,
아랫도리를 만지작거리다 들킨 놈처럼 주춤거리고
갈팡질팡 뒤가 마려운 미친 소 새끼 모냥 이리가지도 저리가지도 못해 쩔쩔맸다.
그렇게 한참을 당황하던 성곤 도련님은 분주하게 하늘을 살피고,
아무도 몰래 스리슬쩍 주변을 살피고,
결국엔 썩쇠 놈의 뺨까지 갈기더니,
숨을 못 쉬는 것처럼 콧구멍을 발름 거리고,
발에 불똥을 떨군 것 마냥 동동 굴렀다고 한다.

그때 마 가 놈은 길을 비켜나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는데,
마 가 놈이 조아린 모가지 밑으로 성곤 도련님이 설설 개새끼처럼 기어 들어가더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그 광경을 이상하다 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마 가 놈과 떡쇠 놈은 주춤주춤 성곤 도련님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마 가 놈도, 떡쇠 놈도 필시 성곤 도련님께서
미친개에게 물려 실성을 하신 줄로만 생각이 되어서였다.
미친개에게 물리면, 사람도 개새끼처럼 땅을 기고 멍멍 짖는다더니,
딱한 성곤 도련님도 그 꼴이 난 것인 줄만 아는 게,
차라리 멀쩡한 사람이 생각키엔 당연한 일이었다.

양반의 장손이 백정 놈 앞에 무릎을 꿇고 도포자락을 더럽힌 다는 것은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허나 성곤 도련님은 정녕 말짱했다.
그렇게 한참을 마 가 놈 앞에 무릎을 꿇던 성곤 도련님은 마침내
번쩍 손을 하늘에 들었다가 땅에 철퍼덕 쏟아버리니,
아니나 다를까?
마 가 놈에게 큰 절을 올려버렸다.

오라질 일이었다.

성곤 도련님의 절을 받은 마 가 놈은 마 가 놈이요, 절을 올린 성곤 도련님도 성곤 도련님이요,
제 주인 어른이 자기만도 못한 백정 놈에게 절을 올리는 것을 지켜본 떡쇠 놈도 떡쇠 놈이이요,
하늘이요, 땅이요, 강이요, 바다요, 어매요, 할매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스런 사단이랍디까,
하며 모두가 놀라 자빠졌다.

벼락이 칠일이었다.

그건 천하의 이치와 양반 상놈의 이치를 무시하고 즈려밟는 이상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풍문은 삽시간에 입에서 입으로, 산에서 산으로 퍼져나갔다.

이 사단을 믿는 천치는 별로 없었으나,
마 가 놈과 성곤 도련님의 소문은 날로 번창했고,
마 가 놈은 날로 유명세를 떨쳤다.

떡쇠 놈에게 이 사실 연유를 캐물으면 떡쇠 놈은 시름시름 앓는 모양으로 입을 때곤했다.

"아, 말도 말랑께……. 아, 꺼지랑께………."

마 가가 어떤 백정 놈이던가.

마 가는 남들 모르게 높은 학식을 쌓은 것도,
그렇다고 저기 먼 지방의 꺽정인지 깍정인지 하는 백정 놈 마냥
기골이 장대한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꾀가 많은 자도 아니었고,
지리산에 산다던 백발 산신령처럼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쥐뿔 뭣도, 아니, 좆도 아니었다.

마 가는 무식한 놈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무식했으며,
성깔은 더럽다 못해, 고약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다고 말해야
그나마 듣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큼 개 같았으며,
평생을 씻는 법도 몰라 몸에선 고린내도 아주 상 고린내가 났고,
먹는 건 소, 돼지, 개처럼 소리 내어 씹고,
한 입에 두 세 수저를 몽땅 밀어 넣고 먹어,
그 꼴을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딱 읊기에 천치 중의 천치처럼 먹었다, 일러야겠다.

심지어 마 가는 한심하게도 백정인 주제에 고기 손질도 개판으로 했다.

쉽게 말해 마 가 만큼 못난 백정은
세상천지를 뒤집어 탈탈 털어봐야 나올라야 나올 수가 없었다.

마 가는 사실 서른이 되던 나이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반푼이 취급을 당하며 살았다.

허나 그런 마 가가 그 유명한 박 대감댁의 성곤 도령에게까지
큰절을 받았다는 풍문이 도는 연유가 아주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 연유라 하며는 다름 아닌 마 가의 딸년 소진의 덕이었데,
소진이란 년은 올 들어 혼기가 훌쩍 지난 스무 살의 여식으로,
마 가 놈과는 겉과 속을 달리하는 아주 참한 년이었다.

소진이란 년은 그 몸태가 보통 년들과는 달라도 아주 다른 것이,
그 옆구리 살부터 엉덩이를 타고 매끄르르 흐르는 허리와 골반이,
물건을 빌려 표현하자면 절구통도 아주 옥으로 빚은 절구통만 같았다.

봉춘골 저자거리로 소진이 년이 출몰하여
방뎅이를 살랑살랑 발걸음을 사뿐사뿐 내 딛을 때마다,
고을 청년, 노인 할 것 없이 넋을 놓고
그 옥절구를 구경하는 일대의 장관이 펼쳐지곤 하였다.
어디 그 뿐인가?
가련하게 구부러진 어깨와 남산만한 젖통은
심심하면 덩실덩실, 흔들흔들, 출렁출렁하니
그를 지켜보던 남근은 불끈불끈, 울컥울컥 아주 지체를 할 수가 없었더랬다.

그리하여 소진이란 년이 어디 우물물 곁에서 물이나 좀 기르려거든,
이 잡것들이 어디 정보통을 들쑤셨는지, 귀신처럼 소식을 듣고서는
동네 맹추들이란 맹추들이 모두모여 보통은 일각,
많게는 이각이나 전부터 장사진을 치고, 우물가를 지켰다.

소진이란 년의 빼어남은 글로 표현키가 힘들었다.
붓으로 종이에 판을 박는다는 그림쟁이도 소진이란 년의 외모를 완벽히 구사하진 못하였다.
사람들은 소진이란 년이 왜 그리도 절색인지 말로도 표현을 하지 못하였다.

글로도 설명치 못하고 붓으로도 그릴 수 없는 이유가 무엇 인고하니,
그 이유인 즉 따지고 보면 소진에게 미색이라고 일컬을 만 한 것이 밝고 하얀 피부뿐이었다는 것이다.

아 까고 말하여, 방뎅이가 큰 것이야,
고을서는 최 가댁 종노릇을 하는 개똥이 년이 제일가는 방뎅이였고,
젖가슴이 큰 것으로 치자면, 마을 건너 유곽의 기생 년 청월이 만한 젖가슴이 없었다.
허나 남성들은 개똥이와 청월이 년에게는 눈길 한 번 주는 일이 없었다.

기묘한 일이었다. (청월이란 년에게는 가끔 눈독을 들이는 잡놈도 있기는 있었으나, 소진이란 년에 비하면 그건 개뿔도 아니었다.)

소진이 년을 그아무리, 저아무리 글 솜씨로 정성껏 주욱 풀어서 표현하려 해보아도,
막상 생긴 것이 요사스럽고 괴랄 맞게 생겨 먹은 년이라 묘사는커녕 엄두조차 불가하였다.

소진이란 년의 눈은 큼지막해도 너무 괴상스레 큼지막한지라,
무슨 산기슭서 사나흘 굶주렸던 고라니새끼 같았는데,
그렁거리는 눈망울, 그 것이 보통적인 놈년들의 것처럼
옆으로 찢어지지 않고 둥그렇고 매끄러운 것이 해괴하게 컸고,
깜깜한 밤처럼 어두운 색이었으며, 바다처럼 수심이 깊어 보이는 게, 아무튼 이상했다.

코는 오뚝해도 너무 기묘하고 절묘하리만치 오뚝해서 저기 중국 놈들 땅의 황산인가
그 뭐 시긴가 하는 높고 유명하다는 산처럼 과하게 높았고 곧았으며
이상하게 낮볕을 받으면 반짝반짝 윤이 돌았다.

입술은 더 가관이었다. 백정 딸년이라 날고기를 먹고 다녔는지,
마치 피 칠갑이라도 한 것처럼 사시사철 항시,
본디 그리도 뻘건 빛을 내는 것처럼 다홍색인데,
이년이 고깃기름이 아주 입술에 배인 것 모냥치
입술기름이 좔좔좔좔, 줄줄줄줄 흘러, 요상해도, 아주 요상했다.

대갈통은 조막만한 년이, 어찌 이목구비가 저리도 괴상망측하게 생겼을꼬!
소진이 년이 어렸을 적부터 마 가 놈은 자주 한탄을 했다.

허나 고을 남정네들은 그 말에 동하면서도, 그 시선은 그렇지 아니하였다.
소진이란 년은 어디에서나 빼어나게 눈에 띄었는데,
그 시초가 되어 고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분명
이 판서 댁의 혼례 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판서 대감에게는 고귀하신 아씨들이 자그마치 넷이나 되었는데,
그 혼례 날은 그 중 가장 곱다고 소문이 나있는 셋 째 따님 수정 아씨의 혼례였다.
연지며 곤지며 화사하게 화장술로 얼굴을 꾸민 수정 아씨의 모습을 보기 위해
혼례에 모인 청년들은 한탄의 숨을 내쉬었다.
그날은 마침 소진이 년이 마 가의 안사람 대신하여 고기를 퍼 나르기로 한 날이어서,
아주 우연히도 어찌어찌하고 저찌저찌하여 미진아씨와 비슷한 장시에 있었다.

기이한 풍경이었다. 고을에서 내로라하는 절색의 수정 아씨와 소진이 년.

그런데 웬일인가.
옷은 때지고, 헤지고 비천한 백정 딸년이 수정 아씨 근처에 서서 버티는 데,
그 날 처음으로 소진이란 년의 몰골을 본 청년들은
수정 아씨라는 가슴 속 화살을 저 멀리 날려 보내고,
소진이란 년의 뜨끈 거리고 화끈거리는 불화살을 가슴에 맞아,
모두가 하나 같이 순정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훨훨 타오르는 그 불은 저기 백두산에 불이 붙어 저기 제주도 한라봉까지
날개를 돋친 것 마냥 신나게 퍼져나가,
아주 봉춘골 뭇 남성들의 마음을 홀라당 다 태워먹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해괴하게 큰 눈은 입으로 설명키엔 망측하나,
기품이 절절 흘러넘쳐 소진이 년 바로 옆에 있던 수정 아씨에 견줘 보아도,
압도적이 그 무언가를 느낄 만큼 도도하고 영롱하게 보였고,
꽃잎처럼 아련하고 봄바람처럼 따스해 보이는 입술은
글쎄 소문으로만 듣던 양귀비란 기생 년의 그 입술처럼
색기가 좌르르르 흐르는 게 꼭 양귀비란 그 기생 년이 봉춘골에 환생한 것만 같이 황홀했다.

거적 같은 옷차림은 오히려 뻔질거리며 슬쩍슬쩍 소진이 년의 은근한 속살을 보여줬고,
그를 보는 남정네들은 환장을 하여, 혼례는 뒷전이 되고, 대감댁은 아수라장이 되어 난리였다.

봉출골 남자들은 소진이란 년을 보는 눈알은 불알처럼 커져만 갔다.
제기를 만드는 장 가란 놈은 실성한 것처럼
침까지 질질 흘렸다고도 하기도 하고 말기도 하고,
옆 마을서 잔치 밥 좀 얻어먹으러 온, 명 가란 놈은 소진이란 년에게 보고 홀려
가슴에 급질할 병이 솟아 그 자리서 졸도했다고 하기도 하고.

그랬다.

혼례날 남정네들은 입을 모아 마 가에게 물었다.

"아, 자네. 딸년이 올해로 몇이던가?"

마가는 마른하늘에 괜한 심술통을 부리며,
"아! 그딴건 뭐하러 물으쇼?" 하고 쏘아붙였다.

마 가 놈 성질 더러운 것이야,
봉춘골 사람 저 옆 마을 사람 할 것 없이 개나 소나 다들 아는 것이었기에,
그래서 대답해 줄 마음이 아주 없는 것 같았기에,
청년들은 애가타고 목이타고 심장이 벌렁거려, 도저히 주체를 못했다.

물음을 던진 청년의 뒤로 대감들이며
노인들까지 큰기침을 하며 천출의 한 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는 꼴이 아주 꼴 같았다.

마 가 놈은 시큰둥하게 뭐라 중얼거렸는데,
그 말을 다른 상놈이 받아 큰소리로 되 소리치니,
청년들이고 대감들이고 노인들이고 눈을 크게 떴다.

"열 너이?!"

그 날 이후로 봉춘골서 최고로 유명한 여식은 소진이 년이 되었다.
남정네들은 연유도 모른 채 소진이 년에게 깊이 빠졌다.
그리고 유명한 사건이 하나 고을을 흔들었는데,

아 그것이!
아 글쎄 그것이!!!

(이 부분은 너무 야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자체 검열 삭제함을 알립니다.)

소진이 년이 계곡을 오르는 걸 본 청년들이 쥐떼처럼 그 뒤를 따랐는데,

(이 부분은 너무 오지게 야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자체 검열 삭제됨을 알립니다.)

소진이 년이 그 계곡서 멱을 감기 시작하는 데,

(이 부분은 너무 야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자체 검열 삭제함을 알립니다.)

풀 숲 사이로 소진이 년을 훔쳐보던 놈들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서
다리가 바들바들 손은 부들부들, 대갈통은 흔들흔들, 아구통은 아달달달,
귓구멍은 쫑긋쫑긋, 입술은 바짝바짝, 오줌보는 찰랑찰랑, 정신은 혼미혼미,
낭심은 살랑살랑, 내심은 아청아청,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다.

(이 부분은 너무 야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자체 검열 삭제함을 알립니다.)

아, 글쎄 그러고 나니 상놈 잡놈 할 것 없이
소진이 년에게 다들 혼을 빼앗긴 것 아니겠는가?
그나마 정신 온전히 하려 발버둥을 치는 선비 놈들도,
밤잠을 이루기 전엔 소진이 년의 뽀얀 얼굴을 떠올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탈이었다.

소진이란 년은 탈도탈도 아주 고얀 탈이었다.
누구에게 탈이었냐면, 봉춘골 아낙네들에게 탈이었다.
소진이란 년을 본 천치들이 봉춘골 아낙들을 문둥이 환자처럼 쳐다가도 안 보니,
그게 문제가 특별로 문제였다.

아낙들은 꾀를 냈다.

시간이 지나며 봉춘골서 산을 일곱 고개 넘어있는
장판마을이란 곳까지 소진이란 년의 뒷소문이 퍼졌는데,
그것들은 대게 봉춘골 아낙들이 소진을 뒤에서 오물오물 씹고, 뜯고
일부러 음해코자 널리 풍문용으로 지어낸 것들이었다.

소진을 시기한 아낙들,
즉, 글 깨나 쓰고, 그림 좀 그린다는 년들과 방귀 깨나 뀐다는 년,
성깔한 번 더럽다는 년, 동네방네 입씨름만 하고 다닌다는 년, 오지랖 넓은 년,
손맛이 태양초처럼 맛있게 매운 년 등이 모두 한가슴 한뜻으로 모였다.

이렇게 모인 아낙들은 방을 만들어 붙이고 다녔다.
때로는 밤늦게 천하대장군 옆구리에 못을 치는 가하면,
나아가선 주막의 걸상에 못을 치기도 하고,
포도청 지붕에 걸어 놓기도 하고,
우물물에 도배질을 하기도 하고,
넘의 집 장독을 깨부수기도 하고,
엄한 개새끼의 옆구리를 차기도 하고,

하여간 극성맞았다.

그 방에 쓰인 글귀와 그림의 내용이란 지저분하고 저질스럽고 치졸하기 짝이 없더랬다.

그를 열거해보자 하면,

소진이란 년이 봉춘골에 있는데,
거두절미하고 일단 그 년은 아주 독사 같은 년이며,
남의 서방 도둑질에 난봉질 하는, 이골이 난 색골에,
총각이란 총각들은 모두 홀려 양기를 쪽! 쪽! 빨아먹는 요부이자,
할 줄 아는 일은 쥐뿔도 없는 맹추도 아주 상 맹추이고,
힘도 쓸 줄 몰라, 바느질도 몰라, 뭣도 몰라 허구한 날
집구석에만 박혀있는 식충이 같은 년이고,
그러니까 그년 살갗이 기생 년 마냥 희멀건 한 것은
모두 밖에서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천성 탓임이 분명하고,
밥은 처먹기를 지 애비를 닮아 푸줏간서 키운다는 똥돼지보다 더 처먹는데,
얼마나 처먹어 대면, 그 년의 옆에선 항시 고기가 썩는 지독한 냄새가 진동하고,
뱃살이 기름처럼 흐르며 얼굴을 기름으로 온통 곰보가 나있는데,
말은 한 마디로 할 줄 모르는 벙어리라 입을 항시 다물고 있는 통에
그리하여 이가 온통 보름달마냥 누런 것이
그년이 웃을 때면 그렇게나 세상에나 만상에나 추잡해도 그렇게 추잡할 수가 없고,
가끔 유별한 성깔이 돋칠 때면 살아있는 돼지나 쥐새끼들을 생으로 때려잡아설남니
숨이 남아 색색거리는 것들을 생니로 뜯어 먹었고,
이건 정년 비밀인데, 아무도 본이는 없으나,
남의 집 아기를 훔쳐다 솥에 팔팔 끓여 남몰래 먹고 있다는 소문도 있으며,
그 년이 타고난 도박꾼인데,
걸핏하면 돈을 잃어서 잃은 돈 대신에 남정네들에게 허벅지를 벌렸다느니……….

소문은 끝이 날 생각이 없는 듯하였다. 도저히 소문은 그칠 줄을 몰랐다.
소진이란 년은 풍문을 찍어내는 물레방아와 같은 신세가 되었다.

위와 같이 소문은 소진이란 년 보다는 그 애비인 마 가 놈을 빗대어 쓴 것이 많았고,
하나 같이 날조된 소문이었다.
정말 심한 소문으로는 심지어 소진이란 년이 아주 봉춘골에는 없다는 소문도 돌았고,
작년에 소뿔을 가지고 가랑이로 장난치다 뿔에 치여 죽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또 소진이란 년은 중국 고서 속에만 있는 년이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년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아낙들이 돌리고 뿌린 방에는 추신으로 그런 년은
세상천지에 없으니 덜떨어진 남정네들아 정신 차리고 나를 좀 봐라!
하는 글도 있었다.

끝이 없는 소문은 소진이 년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으며 발목의 발목을 부여잡았다.

정작 소진이란 년은 지 애비인 마 가 놈 수발을 드는 것으로
하루가 나고 하루가 지는 불쌍한 년이었다.

소진이 년의 애미는 일찍부터 몸이 성치 못한 터라
마 가 놈이 더럽게 입은 옷을 빨고 널고 말리고 하는 것은
물론 소진이란 년의 몫이었으며,
끼니야 당연히 딸년이 짓는 것이 옳았고,
고기 손질을 못하는 애비를 대신하여
닭 새끼며 소, 개, 돼지 새끼를 손질하는 것도 소진의 몫,
애비의 노름빚을 탕감하려 동네를 뛰어다니며 굽실거리는 것도 소진의 몫,
애비의 술값 외상의 독촉을 받으며 시달리는 것도 소진의 몫.

그러니까, 소진이란 년은 애비의 뒤도 닦아줘야 하고,
자기 앞가림도 해야 하며, 입에 풀칠도 하고, 똥도 싸고,
허리도 펴고, 하늘도 좀 올려다보아야하니,
소진이란 년은 바빠도 상 바쁜 년이었다.

웬 종일 밖을 쏘다니는 것이야 소진이란 년에겐 보통이었고,
밤늦게 서야 돌아오는 일도 허다했는데,
이는 사실, 놀랍게도 못나기로 유명한 마 가 놈의 책략이었다.

마 가 놈은 천치였고 무식했으나,
짐승만치 육감만은 날이 바짝 살아있는 놈인지라,
소진이 년이 고을서 남정네들을 깨나 꿰고 다닌 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챘다.
빚쟁이가 마 가 놈을 찾아와 빌려간 돈을 지금 당장 갚으시오! 호통을 치고,
버티는 날이면 눈치 좋은 마 가 놈은 그렇게 대답하곤 했다.

"내가 사흘 안에 딸년 소.진.이.를 통해 갚도록 할텐게! 아! 우.리.소.진.이.가.직.접.댁.으.로. 찾아 갈 것인게! 그리 아쇼."

그렇게 떵떵 소리를 치면 마 가를 아둔하다 뒤에서 호박씨를 까던 놈들도,
마 가의 꾀에 속아에 침을 꼴까닥 삼키며 고분고분 돌아 가버리곤 했다.
마 가는 막상 사흘이 지나면, 소진이를 보내기는 보내는데,
갚을 돈은커녕 소진이 년의 끼니도 안 챙겨 보냈고,
당부만 하나 달랑 던져주며, 또 어디론가 쏘다니기 일쑤였다.

그 당부라 함은

“당장은 갚을 수가 없으니, 보름이 지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일러라!” 였다.

몰매를 맞을까, 걱정스럽고, 죄송스러워, 어쩔 줄 몰라,
올가미에 걸린 산토끼마냥, 꽃사슴마냥,
소진이 년이 절절매고 질질 짜고 빌고 또 비니,
그런 소진이 년을 맞이한 빚쟁이들은 소진이 년이 그렁그렁 눈물 짖는 모습에 홀려
그저 멍이나 때리며 소진이 년을 바라만 보았고,
구슬피 우는 듯한 목소리에 넋을 잃어 차라리 혼절해 버리는 놈들도 허다했다.
점차 지나며 빚쟁이들은 소진이 년이 유예를 구하러 올 때마다
소진이 년을 집안으로 들이고, 방석을 깔아주고, 밥상을 내어주고,
옷감을 내어주고, 가락지네, 노리개네, 간이네, 쓸개네 내줄 것은 다 줘가면서,

“그럼, 보름 뒤에 꼭 다시 오너라? 응? 꼭이니라? 응? 꼭? 응? 꼭? 응? 꼭꼭꼭?”

아주 신신당부를 하니, 소진이란 년은 어리둥절 하기도 짝이 없었다.

소진이란 년은 별달리 한 것이 없었다.
눈만 껌뻑이고, 손을 잡으면 내어주고,
물으면 끄덕이고, 또 물으면 대답을 한 것 밖에는.

빚쟁이들은 차라리 영영 마가놈이 빚을 갚지 않고,
보름마다 소진이 년을 보내 줬으면, 생각했다.

멍청한 마 가 놈은 어찌 된 영문인지 그런 쪽으론 도가 튼 상놈이었다.
그러니 그 상곤 도령님께서 마 가 놈에게 큰절을 올리고,
그 다음부터도 마 가 놈만 만나면 껌뻑 죽는 척 인사를 올린다는 풍문도,
마 가 놈은 험험! 큰기침만 했다는 풍문도, 아주 거짓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즈음하니, 소진이란 년을 시기하는 아낙들은 분기탱천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빚쟁이들의 조강지처들에게는 소진이란 년이 죽일 년이 되고 말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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