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독자님들에게 드리는 부끄러운 고백
게시물ID : sisa_4134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감기군만쉐
추천 : 10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11 17:11:39
부끄러운 고백을 합니다.
르디플로의 발행인으로서 프랑스판 7월호 1면 톱기사를 보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사본 -K-1.jpg
http://www.monde-diplomatique.fr/2013/07/journal#!/p_10

마틴 뷜라르 기자가 쓴 “삼성, 또는 공포의 제국”(Samsung ou l’'empire de la peur)이라는 선명한 제목이
제 뇌리에 복잡 미묘한 심경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면에 이어 두 개면에 걸친 뷜라르 기자의 글은
한국 사회에서 유비쿼터스적 존재이자 파놉티콘적 실체나 다름없는 삼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감히
말할 수 없었던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잠시나마 저는 자기검열에 빠져들었습니다.

삼성관련 기사를 1면이 아닌 중간 깊숙이 넣어 대충 넘어갈까도 생각해봤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주류 언론 뿐 아니라, 일부 진보매체들에까지도 삼성 광고로 도배질하는 현실에서
저도 모르게 미셸 푸코가 지적한 파놉티콘적 규율과 자기기만에 포섭된 듯 했습니다.
어느 순간, 지난 5월말 삼성관련 취재를 위해 방한한 초로의 절친(切親) 마틴은 삼성비자금을 고발한
책을 출간했으나 삼성을 의식한 몇몇 언론들로부터 책 광고게재마저 거부당한 김용철 변호사를
만난 뒤에 제게 걱정을 해주었습니다.
“삼성기사가 나가면, 아마도 기업 광고를 받기가 더 힘들텐데…”
사실, 르디플로 지면에는 지난 수개월동안 한겨레와의 교환광고 외에 이렇다 할 유료 광고가 없었지만,
독자 여러분의 굳건한 지지가 지금까지 버팀목이 되어왔습니다. 마감하느라 며칠째 날밤을 샌 편집장이
주저 없이 “독자를 생각하자”라고 말했을 때, 내심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MAIN_5_661_929.gif
http://www.ilemonde.com/

생택쥐베리가 <어린왕자>에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꽃 중에 누군가에 의해 길들여지는 꽃만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저희 <르디플로>도
다른 매체들과는 달리, 자본이 아닌 독자여러분들에 의해서만 길들여질 때 의미를 갖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르디플로>의 진가는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은 날카로운 분석, 따스한 시선,
균형 잡힌 시각에 있습니다. 독자여러분! 부디 <르디플로>가 당당하게 올곧은 독립 대안언론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격려와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주위 친구분들에게도 권유하고,
각 도서관에도 적극 추천해주신다면, <르디플로>의 가치는 보다 더 많이, 보다 더 넓게 공유될 것입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
성일권 드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의 소식 메일입니다. 삼성 비판 기사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이렇게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 참... 물론 광고 수익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진보 계열에 속한다는 언론들도 쉽사리 비판하지 못하는 삼성 공화국입니다만 르몽드는 프랑스 쪽에서 나온 기사를 번역해서 올리는 것 뿐인데도 이런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이네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편집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동시에 이런 현실이 과연 해결되기는 하는 걸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