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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게시물ID : humorbest_57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구라
추천 : 17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9/03 09:21:39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8/27 08:02:35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의 일부분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국내의 비판 강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다만 중국측에서 전개돼 온 일련의 ‘고구려사의 중국사化’ 과정을 아는 범위내에서 소개하고, 아울러 여기에 담긴 정치 외교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짚어봄으로써, 우리의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내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이 글은 저의 개인적 견해이며, 조선일보의 공식 입장과는 관계없습니다.) 

1. 중국의 高句麗史 편입 노력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오늘자(2003년12월17일자) 조선일보 23면에는 서길수 고구려연구회장의 학술발표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기 위한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1995년부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1998년 ‘古代中國高句麗歷史論叢’이란 책을 펴낸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노력이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돌이켜보면, 이 시기는 한중수교(1992년) 이후 수많은 한국 관광객이 백두산을 여행하고 연변 등 중국 동북지역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만나, 동포애를 나누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과 몇몇 과열 애국주의 인사들은 백두산 정상에 올라 “대한민국만세”를 외치는가 하면 “만주는 우리땅”이란 주장을 공공연히 하던 때였습니다. 이 때문에 동북 조선족 자치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몇차례 한국 가수들의 공연이 중국측에 의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측 자료를 보면, ‘東北工程’이란 용어는 2002년2월부터 공식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 산하의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中國社會科學院)은 1983년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약칭 邊疆中心/chinaborderland.com)이란 연구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변강(邊疆)이란 변경(邊境)이란 뜻으로, 육지의 국경선과 바다의 국경선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또 사지(史地)는 역사와 지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이 연구소를 발족한 목적은, ‘중국변경사지 연구의 우수한 유산과 중화민족의 애국주의 전통을 계승 홍양(弘揚)하고, 본 조직과 전국 변강사지 영역의 학술연구를 조직·협력하며, 국가통일을 유지보전하고 변경지역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공헌하기 위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국토를 지키고 국경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변강중심은 2002년2월 연구소내에 ‘東北邊疆歷史 現狀系列硏究工程’이란 5년(2002~2006년)의 연구프로젝트를 발족시켰습니다. 이것을 줄여서 ‘東北工程’이라 부르게된 것입니다.이 프로젝트는 전 국무위원 리티에잉(李 映)과 샹화이청(項懷誠) 등의 지도아래 중국사회과학원과 동북3성(길림, 흑룡강, 요녕) 선전부의 협력을 받아, 모두 18명의 전문가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북공정의 주요연구내용은 고대중국변강이론연구 동북지방사연구 동북민족사연구 古朝鮮 高句麗 渤海史연구 중조(中朝/중국-북한)관계사 연구 중국동북변강과 극동러시아지구의 정치 경제관계사 연구 동북변강 사회안정전략연구 조선반도 형세변화와 그것이 중국동북변강 안정에 미치는 영향연구 등입니다. 

중국은 그러면서 “이 연구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갖고있다”면서, “일부 국가의 연구기구나 학자들이 역사를 왜곡하는가 하면, 소수 정치인들은 정치목적에서 공개적으로 각종 황당무계한 논리를 선전하고 혼란을 조성한다”고 지적, 연구의 창끝을 한국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2. 중국의 역사논리 

중국 역사학계 내부에서 그동안 고구려사를 중국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학술계의 대다수 학자들은 그런 주장을 무시해왔으며, 학계의 ‘이단아’로 취급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너무나 터무니없는 사실관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시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수(隨)-당(唐)과 고구려는 대등하면서도 독립적인 국가 관계에서 여러차례 전쟁을 치른 나라입니다. 특히 수나라는 무리한 고구려 공격으로 국력이 약화되어 왕조가 멸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아마도 90년대 중후반부터) 중국은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내어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로 편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논리란, ‘통일 다민족국가’(統一多民族國家)라는 용어에 집결되어 있습니다. 

통일 다민족 국가란, 용어 자체로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통일국가’란 뜻입니다. 중국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漢族)과 55개 소수민족 등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란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 속에는 무서운 역사해석의 전략이 포함되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한마디로 역사를 거꾸로 해석할 여지를 포함한 것입니다. 다시말해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소급의 역사 해석법’인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인가. 55개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구성된, 즉 ‘다민족의 통일국가’란, 한족의 역사뿐만 아니라, 55개 소수민족의 역사까지도 자기네 역사로 본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55개 소수민족 속에는 몽고와 티벳, 위구르, 하사크, 회족 등은 물론 조선족도 포함되는 것입니다. 중국은 지난 2~3년 사이에 이 용어를 만들어내면서, ‘중국사’에 대한 개념을 가다듬었습니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中國史’란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 중국 영토안에 있었던 과거 모든 민족(즉 56개 민족)의 역사는 곧 중국역사’란 것입니다. 여기에는 과거 민족간의 차이나 대립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설사 민족이 다르고, 그 민족과 한족 왕조간에 흥망을 결정짓는 치열한 전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벌어진 지리적 위치가 현재의 중국 영토 안이면 그것은 곧 중국역사란 주장입니다. 즉 중국인들 스스로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라고 불렀던 변방 민족의 역사까지도, 그들의 활동범위가 지금의 중국 영토내에서 이루어진 것은 모두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해괴한 역사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은 그리하여 한족 왕조를 멸망시킨 거란족(金) 몽고족(元) 만주족(淸)의 역사를 모두 자기네 역사로 편입하였습니다. 아울러 이들 이민족과의 전쟁을 ‘중화민족 내부의 분쟁’이지, 외국과의 전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를 통해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도 ‘민족 내부의 분쟁’이라고 주장할 여지를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이런 논리라면 청나라와 싸운 일본이나 구러시아, 국경분쟁을 벌인 인도, 베트남까지도 ‘중국역사의 일부분’이라고 나중에 우기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엄연히 다른 나라의 역사를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는 모습이 마치 일본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를 연상시킵니다. 아무 것이나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다가 배가 터지는 괴물 말입니다. 

3. 악비(岳飛) 논쟁과 역사교육지침 

지난해 중국에서는 남송의 충신 악비(岳飛)를 ‘민족 영웅’에서 ‘충성스런 장군’으로 격하시킨 것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악비는 금나라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간신 진회(秦檜)의 모함에 빠져 옥중에서 처형된 남송의 충신입니다. 중국은 그동안 악비를 ‘민족 영웅’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항주(杭州) 서하령(棲霞嶺) 남쪽 기슭에 있는 악비묘에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찾아가 그의 충성심을 기렸으며, 그의 묘 앞에 그를 모함한 진회상(손을 뒤로 묶은 형상)에 대해서는 ‘침을 뱉지말라’고 한 경고문구가 무색하도록 많은 사람들이 침을 뱉어 그의 배신을 질타하였습니다. 중국의 역사 교과서에는 이러한 악비를 ‘민족영웅’으로 지칭하였습니다. 

그러던 중국이 지난 2002년 ‘중고교 역사교육지침’을 개정하면서, ‘악비는 더이상 민족 영우이 아니다’고 내부 역사서술 원칙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교육당국이 개정된 역사교육지침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일부 내용이 유출되었습니다. 

중국 교육당국이 악비를 격하시킨 것은, 악비가 맞서싸운 금나라(거란)의 역사가 타국의 역사가 아니라 바로 중국 자기네들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를 더이상 타민족과의 전쟁에서 충성심을 보인 ‘민족영웅’으로 칭송해서는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남송은 장강(長江)부근까지 내려온 거란족(금)의 위협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있었습니다. 이같은 송과 금의 관계를 ‘민족 내부의 분쟁’ 정도로 재해석한다는 것은, 과거를 오늘의 기준으로 왜곡하는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닐 수 없습니다.<계속> 

4.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심혈을 기울이는 까닭 

그러면 중국은 왜 동북지방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억지주장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현재 중국이 점령하고 있는 동북지방(만주지역)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중국이 염려하는 것은 200만 조선족이 살고있는 동북3성 지역에서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고 ‘한국편입’을 주장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하는 것입니다. 동북3성 지역은 조선족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탈출한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이 은신하고 있으며, 2백만 조선족과 혈연관계에 있는 수만명이 한국에 돈을 벌러가서, ‘한국 국적(國籍)’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우려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국 변방의 우환거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것입니다. 중국의 56개 민족 가운데 5개 민족이 주변에 모국(母國) 내지는 망명정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몽고족(몽고), 조선족(한국과 북한), 하사크족(카자흐스탄), 티벳족(달라이라마 망명정부), 대만입니다. 

내몽고의 몽고족은 옛 영광이 사그라들어 중국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이 되면 외몽고와의 통일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사크족은 카자흐스탄과 같은 민족이뿐만 아니라, 그곳에 ‘동투르키스탄’이란 망명정부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이슬람교라는 종교족 요인까지 지니고 있어 중국에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티벳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달라이라마의 망명정부가 자치형태의 사실상의 티벳독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최근 천쉐이비엔 정부가 내년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독립’을 중요한 구호로 내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이런 변방의 우환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적극 나서는 것도, 북한이 핵문제로 미국과 대립하게되고 한반도가 위기상황에 빠져 중국이 거기에 말려들게 되면, 그 틈을 타 대만을 비롯한 변방의 독립세력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서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즉 북핵문제를 잘 해결해야 다른 변방의 위기요소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인 것입니다. 

둘째는, 남북한과 중국 동북3성지역의 ‘한민족’이 민족주의(民族主義)의 기치 아래 하나로 뭉치는 것을 중국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인들의 민족의식을 두려워합니다. 중국의 축구가 한국에 매번 지는 것도 한국인들의 민족의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한 이후, 또는 미국이 북한을 무력점령하거나 혹은 내부요인에 의해 북한 김정일 정권이 급작스레 붕괴할 경우, 동북지역의 조선족들이 모국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중국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신강(新疆)위구르자치구 처럼 무장독립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東北工程의 연구내용 가운데, “조선반도 형세변화와 그것이 중국 東北邊疆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시킨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해줍니다. 

5. 조선족에 대한 중국의 3관교육 

최근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동북지역의 조선족들을 상대로 이른바 ‘3관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3관(觀) 교육’이란 조선족들에게 역사관 민족관 조국관을 심어주는 교육입니다. 歷史觀이란 바로 동북지역의 고구려 발해 역사가 조선의 역사가 아니라 중국의 역사라는 것이고, 民族觀이란 조선족이 비록 한국이나 북한과 혈연적인 관계라 하더라도 현재 중국의 56개 민족 대가정(大家庭)의 일원이라는 것입니다. 또 祖國觀이란 조선족의 조국은 한국(혹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이러한 3관 교육 때문에 동북3성 지역의 조선족들은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동북3성의 ‘韓民族 지역화’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고구려사의 중국역사 편입’ 작업을 해왔던 것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장기적인 안목과 전략에 비하면, 제대로 된 ‘조선족 정책’ 하나 갖지못하고 조선족 문제를 오늘의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우리 정부(특히 외교통상부와 법무부)의 수준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최근 한국내에서 농성과 시위를 통해 한국국적을 회복해달라고 주장하는 일부 조선족으로 인해 중국내에 살고있는 200만 조선족들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제가 최근 북경에서 만난 몇몇 조선족들은 일부 조선족들의 국적신청운동과 노무현 대통령의 농성장 방문은 “몇만명 살리자고 수백만명 죽이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저의 글이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게 언급할 생각은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 외교적 고려와 역사적 사고없이 불쑥 조선족 불법체류자들의 농성장을 찾아간 것은 참으로 경솔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에 앞서 불법체류 문제에 대해 끊임없는 양보와 물에 물탄듯, 정부가 없는 듯 행동해온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한국처럼 외국 불법체류자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나라는 없습니다. 국외 동포에게 출입국 편의를 주는 문제와 불법체류자가 국내에서 활개치고 다니도록 놔두는 문제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한국인들이 비자와 거류 문제에 대해 현지 정부에 의해 얼마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지를 우리 외교 당국과 경찰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6. 한국의 대응방안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은 변경지역에서 그들이 과거에 점령한 영토가 군사적 지배력으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역사의식) 지배가 추가될 때 안정된다는 인식 위에 일찌기 변강(邊疆)사지연구소를 세우고, 한중수교 이후인 90년대 중반부터는 동북지방에 대한 ‘중국역사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한 두사람만의 아이디어로는 부족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깊이있는 논의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저의 생각을 보태자면, 첫째, 학계에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실태를 연구분석하는 팀이 발족돼야 할 것입니다. 역사는 역사 자체로 대응해야 합니다. 중국의 역사관은 ‘오늘’을 기준으로 ‘과거’를 해석하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과 보편타당한 역사관 앞에서 허점을 드러낼 것입니다. 아울러 후손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정확히 가르침으로써 역사의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역사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남북한 학계와 문화계가 협력하여 내야합니다. 중국은 고구려사 연구를 ‘동북 변방의 정치사회적 안정’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역사 차원에서 연구되어야 하며, 그것을 오늘의 관점으로 왜곡하는 것은 옳지않다는 것을 주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중 학자들간에 고구려사 연구 공동위원회 같은 것을 발족하여 사실관계의 규명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 내부에서 고구려사 연구와 ‘만주는 우리땅’이라는 식의 주장을 분리하는 노력입니다. 고구려사가 비록 과거 한민족의 역사였다고 해서 그 무대였던 중국 동북3성 지역이 곧 우리땅이라는 논리는 비현실적인 주장입니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의 규명이 우선입니다. 반면 영토의 확보는 정치 경제 사회 군사를 망라하는 총체적 국력의 소산입니다. 이것을 구분하지 않고 경솔한 주장을 한다면 한중 양국간에 오히려 불필요한 마찰만 야기할 뿐이며, 정상적인 학술연구나 인적 교류도 어렵게 만듭니다. 

혹자는 ‘비록 지금은 우리가 힘이 없어 달성하지 못하지만, 상황이 변하면 만주땅이 우리 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후세들에게 그런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자꾸 그런 주장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것 역시 어린이 같은 주장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꿈은 누구나 꾸는 것이지만, 가정을 전제로 하여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희망사항을 무책임하게 내뱉는다면, 목적을 이루기도 전에 상대방의 견제를 받게될 것입니다. 

중국의 견제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핵모험을 감행하는 북한을 귀찮아하면서도 북한 김정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와 식량을 대량 무상지원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가 곧 중국 동북지방의 위협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넷째, 역사문제와는 별도로, 통일 후 한반도가 중국에 결코 위협이 되지않을 것이란 점을 중국에 납득시키는 것입니다. 중국은 통일 후 중국 동북지역이 한국쪽에 기우는 것을 매우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변에 미군이 주둔해오는 상황을 우려합니다. 아울러 한국의 경제력이 중국 동북지방에 미쳐 그곳의 조선족들이 심정적으로나, 현실적으로(경제적으로) 한국을 선택하게 될 것을 걱정합니다. 게다가 이곳에는 수십만명(최대 30만명 추산)의 탈북자가 살고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 정부에 대해, 한반도가 통일되더라도 중국에 결코 위협이 되지않을 것이란 점을 중국에 확신시키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우선 통일 이후에는 주한미군의 지위와 역할이 바뀔 것이란 점, 그리고 통일 이후 북한이 한국 및 국제사회의 지원속에 안정되면 북한주민의 대규모 난민사태 같은 것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점, 오히려 중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점 등을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남북한이 통일되면 한반도가 중국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경제 생활권’이 탄생할 것이란 점을 중국에 알려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을 출발한 한국인들이 평양과 신의주를 거쳐 북경과 서안 등지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한중 양국간 경제교류가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지고 나아가 자유무역지대가 출범한다면, 한국어를 구사하는 조선족들은 중국내 한국기업에 취업함으로써 경제안정을 누리게 되고, 중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향유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코 재중 조선족들이 집단적으로 한국 국적을 요구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EU(유럽연합)와 비슷한 관계가 되어, 국경의 의미는 퇴색하고 양국간에 ‘평화공존’(平和共存)의 틀이 형성될 것입니다. 프랑스 주민이 스위스에 취직을 하여 출퇴근 하는 일이 압록강과 두만강 쪽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다만 ‘평화공존’은 우리의 국력이 주변국들과 대등할 때 가능한 것이란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는 중국이 남북한 통일에 협력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하며, 감정적이고 경솔한 언행으로 중국이 통일 자체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이 우선이지 통일도 되기전에 중국의 방해를 자초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교류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주는 교류는 지양해야할 것입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냉정하게 분석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지, 결코 감정적으로 대응할 사안은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를 역사의 문제로 되돌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과 객관적 논리로써 중국의 오류를 밝혀내는 것이 중국을 설득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이와 별도로 첨언하고 싶은 것은, 정치 경제 외교적으로 크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전략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분석 가공하는 일이 지금은 각 부처로 흩어진 채 진행되고 있어, 깊이도 얕고 정보량도 절대 부족입니다. 이것을 통합적으로 모아서 분석하여, 그 결과를 정부 각부처가 공유하고 나아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에게까지 피드백할 수 있는 ‘중국정보센터’ 같은 것을 발족하는 문제를 현 정부는 적극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기업과 개인이 중국이라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시점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을 찾기 위해서는 대통령 주재로 ‘대중국 국가전략회의’ 같은 것이 상설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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