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총리 인준 여론조사…“그건 민주주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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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앞줄 왼쪽 넷째)와 의원들이 12일 오후 새누리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완구 국무총리 청문결과보고서를 일방 채택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
문 대표 제안에 새누리당 반대
유승민 원내대표 “하루 만에 약속 뒤집어”
새정치 내부에서도 부정적 반응
정치학자 “이럴 거면 국회 필요없다” 지적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해 “만약 (사퇴하라는) 우리 주장을 야당의 정치 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여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기를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한다”며 “우리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표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모처럼 자리잡아가는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를 부적격 총리 후보와 맞바꿔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제의했다. 문 대표는 또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당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며 “우리 당은 번번이 국정을 발목잡는 것 같은 그런 모양을 원하지 않지만 국민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품격있는 총리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아울러 “이 후보자는 종전의 총리 후보자들보다 결격 사유가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총리에 걸맞은 국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국회 본회의가 16일로 연기된 것은 이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덜 끼치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가 하루 만에 이렇게 말씀을 바꾼 데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제(12일)까지 문재인 대표는 원내대표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분명히 말했고, 어제 서로 양보해서 국회의장 중재 하에 어려운 합의를 도출한 게 지금 불과 몇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그렇다면 공무원연금 개혁도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적했고, 김영우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행정업무를 관장하는 국무위원의 수장인 국무총리를 여론조사로 뽑겠다는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중 뒷덜미를 만지고 있다. 이정아 기자 [email protected] |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이완구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자가 총리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41%로 ‘적합하다’는 의견(29%)보다 12%포인트나 높았다. (▶ 바로 가기 : “이완구, 총리 부적합” 여론, 2주 새 2배 이상 늘어) 특히 총리 후보 지명 이후 2주일 동안 부동산 투기와 병역 면제 등 각종 의혹과 ‘언론 통제’ 발언이 공개되면서 ‘부적합 의견’이 2배 이상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제안을 두고 130석을 가진 제1 야당의 대표가 당선되자마자 의회정치보다 국민 여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력과 리더십의 빈곤함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완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국민이 어색하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초선의원도 “의회의 역할과 정치의 역할 실종에 대한 역풍이 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제안이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학자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막힌 상황을 풀어보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는 정치적 결정권을 시민에게 행사하라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대표에게 충분히 심의해서 결정을 내리라고 헌법도 만들어주고 의회에 결정권도 넘겨준 것인데 이럴 거면 국회는 필요없고 정당도 해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시민들은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안에 대해 자세하게 조사할 시간이 적다”며 “사안마다 여론조사를 하자는 것은 시민들이 맡긴 민주적 책임성을 거부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표나 그 주변 분들이 국민 경선이나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말씀을 반복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회사가 미덥지 않으면 외부 컨설턴트나 주주들이 일을 하게 만들겠다는 신자유주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