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취임 첫날밤 빨간뚜껑 소주로 나홀로 힐링
평소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TV보며 독한 술 한잔" 밝혀
10일 오전 기자가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 거실 탁자에는 소주 한 병이 놓여 있었다. 일반 소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높은 '빨간색 뚜껑'의 소주였다. 문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남편이 술을 한잔 해서…"라며 빈 소주병과 잔을 정리했다.
전날 야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의 묘역까지 찾았다. 취임 첫날부터 '광폭 행보'를 보였던 문 대표가 이날 밤 집 거실에서 홀로 소주잔을 비우는 모습이 그려졌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2개월간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쌓인 피로를 소주 한잔에 털어내고 잠들지 않았겠느냐"면서 "당 대표로서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당 노동위원회가 금융노조를 통해 마련한 직장인 20여 명과의 만남에서 "증세도 하고 봉급쟁이 지갑을 턴 것은 이중 배신"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전날 박 대통령이 정치권의 증세 논쟁에 대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을 역비판한 것이다. 소주 한잔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며 정국 구상을 한 셈이다. 수십 장의 클래식 음반과 인문·사회 과학 서적, 소설 등이 꽂힌 오래된 책장과 원목 가구들이 배치된 소박한 거실은 '서민의 술'인 소주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뤘다.
문 대표는 애주가는 아니지만 간혹 소주를 찾는다고 한다. 주량은 소주 1병이다. '폭탄주'보다는 '알 잔'을 선호한다고 한다.
문 대표는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TV를 보며 혼자 독한 술 한잔 하는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 당일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단둘이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했다고 회고했다.
2012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추모식이 있었던 날 밤에도 문 대표는 트위터에 "소주 한잔 한다"고 적으며 복잡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다음 날 "정치인 문재인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한 측근은 "중요한 정치적 선택과 고비가 있을 때,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때, 혼자 있고 싶을 때 소주를 찾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열린 한 방송 토론회에서 문 대표는 '소주 한잔 하며 오해를 풀고 싶은 사람'으로 안철수 전 대표를 꼽았다. 대선 당시 그의 대중 연설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과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 같은, 이웃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 빠지지 않았다.
문 대표를 오래 접한 한 지인은 "취임 첫날 문 대표는 새정치연합을 수권 정당으로 변모시켜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