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panic_20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프킬러★
추천 : 18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08/07/24 02:31:28
"이제 일어나시죠.."
"으..."
나는 찢어지는 스피커음에 깨어났다... 머리는 깨질듯이 아팠고 형광등빛은 너무나 눈 부셔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다..
'여긴 어디지..??'
나는 실눈을 뜨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불쾌한 냄새가 났다..
"으아악..!!"
나는 놀라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내 바로 옆에 이제 다 썩어문들어져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시체가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뼈잔해라고 보는게 옳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경황이 없는 내게 불쾌함을 주기엔 충분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내 손목에 채워진 수갑의 존재를 느꼈다..
수갑의 다른 쪽은 천장과 바닥까지 이어진 길고 두꺼운 철봉에 이어져있었다..
"뭐.. 뭐야 이거..?"
나는 도저히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지지직.. 그때 스피커에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대충들 어떤 상황인지 아시겠죠..?"
"..?!"
"예... 두분께서는 지금 저한테 납치되서 각가 따로 똑같은 형태의 방에 갇혀 계십니다.."
"뭐 두분..?"
나는 아직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고 상황자체가 나에게 혼란스러웠다...
"예 교수님.. 지금 차명현 교수님과 유희정양께서 갇혀 계십니다.."
"뭐..!?"
희정이가.. 희정이가 갇혀있다고...?
나는 순간 정신이 번뜩 깨었다...
"아.. 두분이 서로 대화할 시간을 잠깐 들이겠습니다.. 지금 아니면 얘기할 수 없을테니깐요.."
지지직... 스피커 비음소리가 들렸고 잠시후에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흐흐흑..흐흑"
"희정이..? 희정이냐..?"
"교..교수님..흐흐흑.."
"희정아!.. 희정아 괜찮아?"
"교..교수님..흐흑..무서워요.."
"희정아 내가 구해줄께..희정아..!"
지지직.. 그순간 다시 스피커 비음소리가 들렸다...
"대화는 이쯤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야이 색꺄! 너 뭐야!"
나는 온 몸에 퍼져 있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너 이 색히 목적이 뭐야?! 빨리 희정이 안 풀어내..! 내가 목적이면 나만 죽이면 되잖아..!
희정이는 빨리 풀어내라고 이 개색꺄!"
나는 방금전까지 징그러워 했던 해골바가지를 과감히 들고 스피커를 향해 던졌다...
내 손에 집히는 것 중 던질게 그거 밖에 없었지만 그마져 빗나갔다...
"하하"
"...!"
"교수님 재밌군요... 충분히 교수님만 죽고 희정양이 살아서 나갈 수 있습니다.."
"뭐!?"
"이제 간단한 방의 규칙을 설명하지요.. 앞으로 한시간이면 방에 독가스가 살포될 것이고 약 3분정도면
여러분들은 죽을 겁니다..."
"...!"
"물론 살 방법은 있습니다. 여러분 바로 천장 위를 보시면 두 줄기의 체인들이 보일겁니다."
스피커의 미친놈이 말한대로 내 바로위에 체인 두개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체인 두개에는 각각
이름표같은 것이 달려있는데.. 하나는 '삶', 다른 하나는 '죽음'이라고 써있었다..
"체인마다 각각 표말이 달려있지요..? 뭐 체인의 의미는 써져있는데로입니다. 먼저 '삶'의 체인을 잡아
당기는 분만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
"역시 두분께서는 서로 사랑사이가 맞군요. 아무도 체인을 잡아당기지 않으셨습니다."
당연히 잡아당길 수 없다... 저놈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도 없거니와 더욱이
이곳에 희정이만 남기고 나만 나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아까전에도 말했듯이 '삶'의 체인을 잡아당기시면 저한테 신호가 와서
잡아당기신 분은 철문이 열리고 다른 한분은 바로 독가스가 살포되어 죽습니다... 반대로 '죽음'의
체인을 잡아당기신 분은 그분의 방에 바로 독가스 살포되며 다른 한분은 자동으로 그 방에서
나갈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말하셨던 데로 희정양을 살리고 싶다면 '죽음'의 체인을 잡아당기시면
됩니다."
"네놈의 말을 어떻게 믿지..?"
"믿고 안 믿고도 전적으로 교수님께 달렸습니다."
"이 시발..."
"여러분 정면에 보시면 커다란 타이머가 달려있는데.. 지금 막 52분 22초가 지나가는 군요... 저 타이머의
숫자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독가스가 살포될겁니다.. 그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겠습니다.."
지지직... 스피커비음소리가 나면서 그 미친놈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나는 황당한 가운데서도 온 몸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 시발놈아... 너 누구 사주 받고 하는 짓이야..!? 어..?"
나는 분노가 치밀어 애꿎은 벽만 쳐댔다...
"이 미친색히... 개색히.. "
나는 그렇게 허공에 욕설을 퍼부어 분노를 삭히고 있었다..
그러나 곧 힘이 빠져 한숨을 내뱉으며 그자리 주저앉았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내가 왜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내인생에 누구 원한을 사고 그런 적이 없었다..
설마 내아내가.. 희정이와 내 사이를 알고 이런 일을 꾸민 것은 아닐까..?
아니다 아니다.. 절대 내아내는 그럴 위인이 아니다...
그 여자가 만약에 내연관계를 알았다면 뒷조사로 증거사진을 수집한후에 바로 간통죄로 고소했겠지...
아니면 김 교수 그 자식?.. 내가 항상 집안빨로 교수가 된 걸 못마땅하게 생각했는데...
그 색히가 설마..? 아니다 김교수도 성격이 좆같긴 해도 이런 미친짓을 할 사람은 아니다...
"아아악... 시발!!"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건가?
아니 이런 쓸데없는 생각만 할때가 아니다... 여기 어떻게 나가야 할지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후우.."
나는 한숨을 내뱉고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의 크기는 한 15평 남짓 되었고...
나는 방의 모퉁이중 한 군데에 위치하였다.. 천장 한가운데 형광등이 하나 켜있는데...
온 방에 하얀 타일로 깔려 있어 더 눈부셔 보였다... 그리고 내 정면에는 철문이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저 철문이 이 방에서 바깥과 연결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철문위에는 빌어먹을 타이머가 달려있다... 지금은 막 44분 44초를 지나가고 있었다..
시발 숫자도 좆도 불길하다...크으...시발...
그 타이머 왼쪽 끝에는 그 미친놈의 목소리가 나온 스피커가 매달려있었다...
내 예감에도 그 스피커에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외에 이 방에는 나를 구속하는 두꺼운철봉과 수갑 그리고 체인 두줄 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나처럼 여기서 혼자 괴로워하다 죽은 시체 아니 뼈 잔해들이 있다...
갑자기 나와 같은 신세로 죽었다고 생각하니 아까전에 화가 나서 해골 바가지를 던진게 미안해 졌다..
혹시 수갑을 열만한 철사나 쇠붙이가 없나 내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지갑이고 열쇠고 소지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멍청히 앉아서 죽어야 하나...?
아니면 저 좆같은 체인을 당겨서 내가 죽고 희정을 살려야 하는가...?
갑자기 희정이가 보고 싶어졌다...
희정이를 처음 본 건 1년전이었다... 나는 연극영화과 교수로 주로 연출쪽을 강의를 했지만
그해에는 연기수업도 하나 맡아서 수업을 하였다...
그때 수 많은 학생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내 평생 살아오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거니와..
유희정 그녀의 눈에는 아름다움을 넘어선 무언가 초월한 신비감이 있었다..
게다가 희정이의 연기적 재능은 다른 동급생에 비해 월등했다...
아니 현역 연기자들 중에서도 희정이의 재능을 능가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희정이는 항상 나에게 찾아와 개인적으로 연기지도를 부탁했다...
나는 기꺼이 응했고... 매일 서로 교습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어느날인가 나는 그녀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집 아니 저택을 보자 깜짝 놀랐다...
그녀가 부자라는 것은 소문을 들어 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저택을 보아 보통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저택에 일하는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모두 5시가 지난후에는 다들 자기집으로 퇴근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녀와 나는 단둘이서 그녀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어디 나가 계시니?"
명색히 자기 딸의 지도교수가 왔는데 부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그녀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안 계세요.."
"아.."
"예.. 돌아가셨어요.."
그녀의 신비로운 눈이 슬픈 빛을 띄었다..
"아.. 미안하다.. 괜한걸 물어봤구나.."
"괜찮아요.."
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는 어색한 가운데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계속 먹는 중에 시선을 느껴 그녀를 보았다..
역시나 그녀는 나를 그 신비롭고도 슬픈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접시에는 음식이 고스란히 있었다..
"교수님"
"음..?"
"교수님 절 사랑하나요..?"
"...?"
나는 너무 갑작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분명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나는 가정이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었다...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몰라 고민하던중 그녀는 다시 내게 물었다..
"교수님 절 사랑하나요..?"
"희정아 나는 가정이 있고...그리고..."
"교수님 절 사랑하나요..?"
그녀는 내 말을 짜르고 그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슬픈 눈으로 또 다시 내게 물었다...
같은 질문이지만 마지막 질문은 무언가 나에게 거스를 수 없는 절대성이 느껴졌다..
나는 분명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녀와 나는 비밀스럽고도 특별한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그녀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교양수준이나 발상은 그녀 나이대를 생각할때 굉장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내가 그녀에게 항상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에 출판하는 내 책도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나...
나는 그녀와의 만남이 진심으로 행복했고 즐거웠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교수님 절 사랑하나요..?"
그녀는 그렇게 매일 나한테 사랑을 확인하려 하였다...
"물론이지 나는 널 사랑해.."
그럴때마다 조금 짜증도 나기도 하고 그랬지만 그녀의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졌기에
나는 항상 사랑의 확신을 심어주려하였다...
그런데 일주일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매일 하던 질문이 아니라 다른 질문을 나에게 하였다...
"교수님 같이 살아요..?"
"희정아 그건..."
"예..?"
"그건 좀 생각해봐야겠다... 쉽사리 결정할 일이 아니야.."
"교수님은 절 사랑 하지 않나요..?"
"희정아 사랑만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너도 잘 알잖니...? 나는 이미 결혼한 상태이고..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도 있잖아..."
"..."
"희정아 내 말 알아듣지... 응?"
"..."
"후우 희정아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응?"
"...네"
그녀는 울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힘없는 대답은 나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날이후 그녀는 학교에서 보이지도 않고 연락을 하려해도 도통 받질 않았다...
나는 초조하고 지치고 괴로웠다...
술로 나를 위로하려 했지만 술은 술일뿐이다..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한번이라도 이렇게 뜨거웠던적이 있는가..?
재벌가 막내 아들로 태어나 돈이나 흥청망청 쓰며 살아오다가
대충 미국에서 학위를 따고 아버지의 힘으로 교수직을 얻고
결혼도 다분히 정략적 목적으로 다른 재벌가 딸과 이어지고....
아.. 정말 맥없는 인생이다...
나는 결심했다... 이젠 누군가에게 떠밀려 살지 않고 내 의지대로 내 감정대로 사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집으로 청혼하러갔다...
그리고
그리고 나는 알수 없는 방에 어떤 미친놈에게 잡혀서 갇혀있다..
왜 내가 이런 처지가 되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나와 그녀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없었는데...?
아.. 한명 있었다..
고영준 이 개색히...
몇달 안 보여서 군대나 간 줄 알았는데...
희정이는 그 매력때문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 중에는 소위 킹카라 불리우는 애들의 구애도 많이 있었지만 그녀는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나와 만나고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그녀수준에는 또래 남자들은 흥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고영준 이 놈은 희정이를 쫒아다니는 녀석중에도 유난히 집요한 녀석이었다..
거의 뭐랄까 스토커나 다름없었다...
그러던중 자연스럽게 그 녀석이 우리 사이를 알게되었다..
개색히 음흉한 웃음을 흘리면서 나한테 건방진 소리를 해댔지...
몇 푼 띄어주었는데 그 뒤로 안 보여서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이 색히가 분명하다
분명 희정이를 못 잊고 미친 짓을 하는게 분명해..
"아 시발.."
우리를 가둔 녀석이 고영준이든 아니든 솔직히 중요하진 않았다...
타이머의 시간이 막 12분 22초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죽게되는가..?
물론 살수 있다.. 녀석이 약속을 지킨다면 '삶'의 체인을 잡아당기면 살수 있으리나...
별로 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면 희정이는 죽고 내가 살겠지...
내가 살겠다고 희정이를 죽게하는 것도 싫지만 그 죄책감하에 사는 것도 싫었다...
만약 그냥 있는다면.. 아무 일이 안 일어나진 않을까..?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 스피커 아래서 처량하게 날 보는 해골바가지를 생각하자면...
정말 저 미친놈이 희정이하고 날 죽이리라...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저 빌어먹을 '죽음'의 체인을 당겨서 내가 뒤지고 희정을 살리는 것이다...
희정을 살리는 대가로 내가 죽는 거라면 그리 가치없는 죽음은 아니리라..
"그래 희정아 내가 죽고 널 살리마.."
나는 결심하듯이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위를 올려보면 체인 두개가 있다...
하나는 '삶', 또 하나는 '죽음'
'죽음'
나는 그렇게 써있는 체인에 손을 천천히 갖다 되었다.
"후우우"
나는 체인을 잡은체 그렇게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야 고영준! 아니 누구든간에 내가 지금 죽을테니깐 희정이는 확실히 살려줘라.."
역시나 응답은 없었다..
'개새 마지막 선심으로 희정이하고 대화할수 있는 기회 정도는 줘야하는것 아닌가..?'
희정이하고 마지막으로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저 미친놈이 들어줄리도 없거니와
구차해 보여서 관두었다..
'죽음'
그렇게 써있는 체인은 내손에 있다..
이제 내가 손에 힘을 주고 잡아당기면 나는 죽고 희정이는 산다..
'죽음'
그 글자가 유난히 커보인다..
결심이 흔들리면 안된다.. 나는 눈을 감고 이를 꽉물었다..
이제 잡아당기기만 하면된다..
.
.
.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크흐흐"
나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죽기 싫다..
나는 체인에서 손을 떼고 바로 주저앉았다..
"크흐흐흑"
그대로 나는 울었다...
'죽음'
이게 얼마나 큰 공포인지 내 인생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자살을 생각한적도 없었고, 그다지 죽을 수 있는 위험도 겪어보지 못했다..
무섭다 나는 죽는게 무섭다..
내 마음속에 나에게 작은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녀에게 가졌던 작은 반란...
죽음을 직면하기 전까지는 절대 꺼낼수 없었던..
'과연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가..?'
확실히 예전부터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나한테 먼저 대쉬를 했지만.. 평소 그 무미건조한 인형같은 모습은
항상 나로 하여금 그녀가 정녕 무슨 생각을 하고 나한테 진짜 진심을 가지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하였다..
분명 그녀가 먼저 나에게 고백을 했고, 프로포즈를 했으며 항상 나에게 사랑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에게 사랑을 보여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녀가 정말 날 사랑한다면...
그녀가 정말 날 사랑한다면... 왜 나를 위해 죽지 않는가..?
...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다... 방금전에 죽는 것이 무서워 질질 짜던 사람은 누구던가..?
하지만...
...
나는 내 생각이 두려워졌다..
나는 죽음 앞에 비겁해지는 내 모습이 너무 역겨웠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합리화하려는 생각은 스스로도 섬찟할 정도였다..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인가...
나는 겁쟁이고, 한심하다...
하지만 이런 이성적인 자각은 잠시뿐이였다...
타이머의 시간을 보자 나는 다시 초조해졌다..
앞으로 5분이다...
이대로라면 나는 5분이면 죽는다...
아니..
만약에 희정이가 겁에 질려 '삶'의 체인을 잡아당기면 내 목숨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삶'의 체인을 잡아당겨야 하는 것인가..
아...
나는 천천히 일어나 '삶'의 체인을 손에 쥐었다..
잡아당기면 내가 산다.. 그리고 희정이는 죽는다...
...
"크흑"
'죽음'만큼은 아니어도 '삶'의 체인을 잡아당길 용기도 생기질 않았다..
내가 '삶'의 체인을 잡아당기면..
희정이가 날 원망하여 죽을 것인가...
그것은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일이다..
흐음...
하지만.. 내가 종료직전에 '삶'의 체인을 잡아당기면..
그렇다.. 그러면.. 내가 '삶'의 체인을 잡아당겨서 죽는 건지 시간이 다되서 죽는건지 모를 것이다..
잠깐... 그렇지.. 희정이라면..
희정이는 분명 침착하고 냉정한 아이이다...
낯설은 곳에 갇혀서 처음에는 겁에 질려있더라도.. 곧 자기자신한테 가장 이로운 선택을 할 아이이다..
줄 곧 나는 내 생각만 하고 있어서.. 몰랐지만..
이제야 왜 희정이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는지 알것 같다..
그녀도 분명 종료직전에 '삶'의 체인을 잡아당길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아... 이 얼마나 악마같은 생각인가..
나는 갑작히 희정이가 꽤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 희정이도 자기 살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도 살려고 하는 것은 정당한 생각이다...
희정이는 그냥 같이 죽을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야.. 아니야..
희정이라면 분명 수작부리고 있는거야..
...그렇겠지?
그래 그럼 내가 살려면 희정이가 잡아당기전에 잡아당겨야 하는데...
그럼 1초전에 잡아당겨야 하나..?
아니면 좀 더 안전하게 2초전..?
잠깐 잡아당기는 순간 타이머가 멈춘다면...?
독가스가 퍼져나와 죽기까지 3분이 걸린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럼 3분동안 날 원망하며 죽겠지.. 배신감에 사무쳐서..
"크흐흑.."
갑자기 희정이를 죽이고 살아야 된다는 부담감이 내 머리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는 타이머의 시간을 확인하였다..
30초..
이제 진짜 시간이 없다...
결정해야한다...
정말 내가 희정이를 죽이고 살 수 있는가..?
20초..
희정아...크흐흑..
희정아 진짜 미안하다..
난.. 난 살아야해..
10초..
지금 당겨야하나..?
어떻게하지..?
5초..
아아..
3초..
타이머의 시간이 멈추었다..
내가 '삶'의 체인을 잡아당겼다...
"크흐흑.. 희정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예상대로 타이머의 시간은 멈추었다.. 희정이는 지금 날 원망하고 있을까..?
얼마나 배신감에 괴로워하고 있을까..?
"크흐흐흑.. 희정아 미안해.."
나는 밀려오는 슬픔과 죄책감으로 너무도 괴로웠다...
나는 방금전까지만해도 그렇게 무서워했던 '죽음'을 갈망하는 내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아아.. 나는 얼마나 비겁한가..?
아아.. 나는 겁에 질려 나의 사랑을 걷어차버렸다.. 아니 죽여버렸다..
그순간 내 정면에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열렸다..
나는 그 앞에 서있는 사람을 보고 내 눈을 의심하였다..
"희정이..?"
내가 슬픔에 미쳐 환각을 보는 건가..?
"교수님 절 사랑하나요..?"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날 모호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희정아.. 정말 미안해.."
나는 반쯤 넋이 나가 그녀를 멀뚱멀뚱 보면서 중얼거렸다..
"교수님은 절 사랑하지 않아요.."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무언가를 입에 대더니 스피커속의 미친놈의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마도 나는 환각뿐만아니라 환청도 듣는듯 싶다...
"희정아.. 정말 미안하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아니 중얼거리며.. 철문앞에 있는 그녀에게 그자리에서 엉금엉금 기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 손목에 차여있는 수갑때문에 한 발짝도 못 나가 멈추었다..
철문 앞에 있는 그녀는 한참을 날 쳐다보더니 곧 철문을 닫아버렸다..
나는 넋을 잃은체 멍하니 닫힌 철문만 바라보았다..
스스스... 어디선가 연기가 올라온다...
곧 온 방은 연기로 뿌옇게 흐려졌다...
나는 점차 의식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난 살 가치가 있는가..?
없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
여기까지 허접한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구리다 싶으면 욕해도 좋습니다.. 관심 좀 주세요..ㅎㅎ
아.. 이 이야기는 순수 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쏘우를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가 참조한 것은 '질문의 책'에서 나온 수많은 질문 중 하나입니다...
제 소설에서 나온 상황이 똑같이 그 책에 있어요...
아.. 그리고 설마 이것도 릴레이가 되는 건 아니겠죠..ㅎㅎ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