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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과 픽앤롤 전술
게시물ID : basketball_31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머슴
추천 : 11
조회수 : 91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7/05 14:45:38
나는 매일 출근 할 때마다, 
타고난 촉과 스크린 아웃 능력을 십분활용하여 탑승 후 10분 안에는 꼭 자리에 앉는다. 
오늘도 역시 강남에서 2호선 탑승 후, 바로 다음 역인 교대에서 내릴 것 같은 아주머니 앞에 서 있다가 곧바로 착석. 그리고 곧 꿀잠. 

2호선에서 잠이 들면 이상하게도 신도림 근처에서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간혹, 당산에서 눈을 떠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신도림이나 대림에서는 일어난다. 눈을 떠보니 내 앞엔 철벽수비 능력을 겸비한 노련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 앞에, 그리고 그 뒤에 작은 체구의 임산부가 서 있었다. 

고민에 빠졌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베테랑 수비수를 제치고 저 임산부에게 자리를 넘겨줄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이 아주머니는 지금 나와 거의 무릎이 맞닿아 있다. 완벽한 박스원이다. 내가 앉던 이 자리에 꼭 앉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마치 산왕전에서 정대만을 막던 김낙수 급의 수비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픽앤롤을 할 수 없는 거리와 위치다. 난 스탁턴인데 말론 앞에는 무톰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좌우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임산부가 나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로 와주기를 바라는 일 뿐. 나는 임산부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나 곧 일어나니 이쪽으로 와서 여기에 앉으세요'라는 눈빛을 쏘아댔으나 작은 내 눈으로는 역부족인 듯 했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영등포구청에서 나는 내렸고, 김낙수는 자리에 앉았다. 
임산부에게 자리 넘겨주기 작전도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다. 

김낙수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김낙수 뒤에 있는 임산부에게 손을 뻗어 '여기에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또한 김낙수에겐 예기치 못한 인생의 태클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자기가 앉을 차례인데 갑자기 앉아 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앉게 하면 그것도 얼마나 황당한 경우인가. 

김낙수의 앉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임산부를 서서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정녕 없었던 것인가... 

아직 많은 전술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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