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길 (편도 35km, 고속도로 90%)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갑작스럽게 급X의 기운이 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괄약근을 쫄깃하게 죄어오는 급X의 기운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X 됐구나. 내가 아침에 뭘 먹었더라.'
나는 차분하게 대처법을 생각했지만
가까운 휴게소 따위는 없었다.
'우르르르릉, 우르릉.'
맥동치는 장음이 일순간 내차를 8기통 머슬카로 착각케 했다.
우선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난 우선 갓길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에 실려있던 세차용 걸레들을 조수석에 실었다.
최악의 케이스라도 운적석 시트는 살려야 했다.
차 안으로 돌아와 열선을 최대로 틀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혹시 열선 틀고 달리다 지리면 감전될까?
감전 때문에 사고 나면 어떡하지?
아냐,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실내 온도를 30도로 맞추고
온풍기 각도를 모두 아랫배로 집중시켰다.
따듯한 바람이 곧 으르렁 거리던 맹수를 잠재웠다.
아.....좀 살 것 같다.
짧은 여유가 찾아온 순간, 난 재빨리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던
'뉴에이지 100선'을 틀었다.
이루마의 kiss the rain 이 첫곡으로 흘러나왔다.
피아노 선율에 온 신경을 집중하자
조금 더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도로 막바지. IC에서 정체가 시작되었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차들 사이에서
내 안에 잠들어있던 야수가 눈을 뜨는 것이 느껴졌다.
'안돼, 제발!'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새벽 무렵 완간을 달리는 악마의 Z처럼
내 안의 그것은 온몸을 뒤틀듯이 달리고 있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은 30도의 실내 온도에 아랑곳 없이 차갑기만 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었다.
난 무려 2만7천원 주고 구입한 드라이타올을 엉덩이에 깔고
비상등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고 손짓으로 양보를 구하느라
실내로 찬바람이 들어왔지만
이미 깨어난 맹수에게 온풍이나 냉풍은 차이가 없었다.
시내로 진입하자 스타X스가 눈에 들어왔다.
탄맛 나는 에스프레소를 파는 커피 전문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차문 잠그는 것도 잊은 채 까페 화장실 안으로 뛰어들어가 내 안의 맹수를 내보내며
자가용이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30도의 온풍과 2단 열선, 이루마의 피아노 선율이 아니었다면
난 여기 앉아있지 못했을 거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