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인 랜드의 아틀라스를 읽다가 갑자기 클라우드 아틀라스 생각이 났다... 다운받아 놓은 지 꽤 됐는데 비도 오고 해서 생각난 김에 참 오랜 만에 영화를 봤다... 평이 별로길래 그냥 쳐박아 뒀던 영화였는데 보길 잘 했다...재밌다~
몇몇 평들이 얘기하듯,,,참 간단한 주제,,,무지 복잡한 구성의 영화이다... 세 시간짜리라 너무 줄거리를 못 따라잡으면 지겨워서 꺼버리고 싶어지니까,,,좀 모르겠다 싶으면,,,주로 그렇듯,,,영화를 멈추고 서핑을 한다...
난 대체로 직설적으로 서술해 주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 한다... 표정이나 감성에 의한 전달,,,그런 걸 거의 수용하지 못 한다... 그래서 산문은 읽어도 시를 읽지 못 한다...
영화의 내용이야 보면 알 일이고,,,이런 저런 블로깅이나 리뷰도 많이 있으니 관련 자료를 찾아서 영화 이해에 도움 받기는 어렵지 않을 터...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긴 하다... 우선 요기... http://ttt77.tistory.com/88 영화를 30분쯤 보다가 이게 대체 뭔 소리야,,,하는 생각이 들 때쯤 한번 멈추고 이런저런 데를 뒤적이다 보면 그림으로 줄가리를 찾아주는 데가 있어서 참 다행스러울 수 있다... 한가지 팁을 보태자면,,,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에 각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별 분장을 후기로 보여준다... 영 답답하면 그거 먼저 보고 영화를 봐도 좋을 듯싶다...스포일러는 안 될 수준이니까...
그러니까 이 영화는 6개의 에피소드가 계속 교차하면서 진행되고,,,그 에피소드들이 각각 시간적, 주제적, 인물적(윤회적 인물)으로 이어지는 그런 형식이긴 한데,,,이게 우리가 아는 한국 배우 10여 명이 나오는 것도 아닌 데다가 분장들을 하도 심하게 해서 누가 누군지 몰라 짜증스러울 수 있으니 선행학습을 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다...
톰 크루즈, 할 베리, 휴 그랜트, 휴고 위빙, 배두나,,,보태기 수잔 서렌든,,,요정도는 웬만한 한국 관객들에게도 인상이 각인되어 있어서 구분이 쉬운데,,,주인공 격인 두 젊은 남자(요새 셜록으로 잘 나간다는,,,그러나 나는 알지 못 했던) 등 몇몇은 사진도 보고 하면서 먼저 좀 익숙해지는 게 영화 따라잡기에 도움이 되지 싶다...
영화의 주제는 뭐,,,6개 에피소드 공히 자유 또는 정의를 향한 투쟁,,,그런 거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다 게 자연의 이치라는 악역들에 맞서서,,,그들의 폭력에 희생당해 이빨만 남은 선인들의 흔적을,,,몇번 본 후,,,그들의 아구창을 날려 이빨을 뽑아내는 투쟁...의 6가지 형태,,,라고나 할까...
근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배두나의 에피소드,,,즉 22세기 네오서울에서 벌어지는 클론의 해방 투쟁에 불씨를 당기는 손미님 얘기에는 몇 가지 첨언하고 싶은 게 있다...
결국 매우 고루할 수밖에 없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투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형식상의 변주를 해야 하기 때문에(원작 소설 & 영화) 전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보다는 각 에피소드별로 특화된 스토리에 집중하는 게 자연스러운 감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그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에서 맥으로 두고자 하는 카르마,,,업이라는 게 우리네에겐 그다지 새로울 것-매트릭스의 세계관처럼 말이다-도 없고 그 윤회라는 장치를 통해서 엄청나게 전복적인 상상력을 보여주지도 않기 때문에다...
1. 19세기 태평양을 항해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는 노예문제에 대한 투쟁을 주제로 하고...
2. 20세기 초반 영국의 작곡가 이야기는 동성애와, 기득권층의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및 낮은 계급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얘기를 하는데 에피소드 2의 주인공은 에피1의 주인공이 남긴 항해일기를 책으로 읽으며 행동의지를 충전한다...안타깝게도 책이 반쪼가리라 에피1 주인공 스토리의 영웅적인 후반 발기를 읽지 못 했을 것이다...
3. 70년대 미국 핵발전소의 비리에 대한 과학자의 내부고발과 기자의 추적 취재 얘기에는,,,내가 생각하건데 분명히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두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이 나온다...내부고발 과학자가 바로 그 사람이므로 에피3은 에피2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4. 2012년 영국의 편집자 에피소드에서는 요양원에 강제 수용된 주인공이 에피3의 여기자가 쓴 책을 읽고 있는 장면으로 에피3와 연결된다... 영화적인 장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이를 테면,,,영웅적인 투쟁을 한 사람들의 행적이 다음 세대에도 면면히 영향을 끼친다,,,그런 스토리텔링이라고 보면 되겠다...
5. 22세기 서울 에피소드에는 직접적으로 이전 에피들과 연관지어주는 소품이나 장면은 없어 보인다...있는데 내가 못 봤을 가능성도 매우 크긴 하다... 이 손미 에피에는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벤허의 찰톤 헤스톤은 미국 총기협회장을 오래 한 강성 보수주의자로 유명한 인물인데,,,대략 상징하는 이미지가,,,벤허 류의 기독교 근본주의와 빅 컨추리 류의 개척정신, 카우보이스러움 등이고 실제로도 꼴통 보수 인물이었다...미국은 총으로 만든 나라니 총은 미국과 떼려야 뗄 수 없다,,뭐 그딴 이바구들 말이다... 근데 이 양반이 유명 배우치고는 다작을 하진 않은 편인데,,,그중 유명한 게 혹성탈출 아니겠는가... 인류가 멸망한 지구로 돌아와 바다에 꼬라박힌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며 끝나는 충격적인 엔딩의 그 영화 말이다...이 영화 말고도 헤스톤은 꽤 여러 SF 영화에 출연을 했는데 그중 매우 유명한 영화가 '소일렌트 그린'이다... 나름대로 미국에서는 꽤 유명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도 별다른 설명없이 일반명사처럼 대사처리를 했을 거다... 이를 테면 영화 아마겟돈에서 우주에서 특수임무를 하는 대가로 받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나사 책임자에게 '제스로 툴'의 앨범을 재발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오웬 윌슨의 대사가 '제스로 툴'이 누군지 모르는 한국 관객에게는 무의미한 대사가 되어 버리듯이 말이다... 외국 영화니까 당연히 그런 것들이 있다...'살인의 추억'대 담긴 80년대적 이미지들을 외국 관객이 이해할 수 없듯이 말이다... '콘에어'에서 비행기가 추락할 때 '레너드 스키너드'의 '스위트 홈 앨러배마'가 흘러나오는데 '레너드 스키너드'가 비행기 추락으로 전 멤버가 몰살한 전설의 밴드라는 걸 모르는 비미국인이나 서던락과는 거리가 먼 관객들에게는 감독의 그 기막힌 선곡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 하게 되듯이 말이다...
아무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소일렌트 그린'이라는 대사를 넣은 이유는 난 이렇게 본다... 일단 손미 에피소드의 주제와 상관없이 소재는 '소일렌트 그린'과 동일하다...일면 '매트릭스'도 인간의 육체를 유기체 에너지로 삼아 누군가가 이용한다는 소재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손미 에피소드와 같은 소재라고 보기는 힘든데,,,이로 인해 워쇼스키 남매는 손미 에프소드가 '매트릭스'에서 발전된 스토리 라인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테고,,,그렇다면 '소일렌트 그린'과 표절의 관계인가, 오마쥬의 관계인가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론 이 모든 추측은 이 영화가 원작 소설에 기반했으므로 무의미한 추정에 불과할 것이다... 어쨌든 원작 소설이라도 이 스토리가 '소일렌트 그린'의 변주라는 오마주의 예를 갖출 필요는 있었을 거다...
'소일렌트 그린'이 어떤 이야기인지는 굳이 쓰지 않는다...영화를 보면 알게 될 손미 에피소드와 같은 얘기다...'소일렌트 그린'이란 쇠꼬챙이에 양 발목이 꿰어진 배두나가 변신하게 될 어느 물건의 이름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하나 더... 작년에 본 영화 중 단연 최고로 꼽는 단 한편이 있는데,,,안타깝게도 피에타나 26년이 아닌,,,'네버 렛 미 고'라는 영화였다... 이 영화 역시 손미 에피소드와 같은 주제를 다룬다... 매우 유명한 일본계 영어작가의 SF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데,,,매우 깊이 있고 사색적이며 절제된 영화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7백5십만년 동안 계산을 마친 컴퓨터가 내놓은 대답이 '42'였는데,,, 요즈음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수천년 묵은 철학적 질문이 같은 문장이라도 다르게 또는 훨씬 광범위하면서도 무시무시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즉,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전적인 존재론-형이상학-도덕철학의 영역에서 사유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얘기인 즉슨,,,'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요즈음,,,'무엇이 인간인가'로 변주되고 있는 터... '클론은 인간인가' '의식이 없는 인간의 육체는 인간인가' '치료 목적으로 복제된 몸뚱아리는 인간인가' 라는 지극히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실제로 현실에 밀어닥친 문제에 대답해야 하는 의무가 인간들에게 지워져 있는 마당이라,,,'인간이란 무엇인가'가 더 이상 형이상학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왜냐면 근자에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인권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인가'라는 질문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인간이기만 하다면 인간에 따르는 권리가 자동적으로 부여된다'는 사회적 동의가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새로운 고민이다... 흑인이나 유색인을 '신이 창조한 인간'과는 다른 종으로 규정하고 동물원에 전시했던 기독교 철학이나,,,나치와 일제의 인종주의 유전학, 심지어는 미국도 버젓이 자행했던 에스키모의 인체 모형 전시(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참조)등의 행위가 모두 20세기 중반까지에 걸쳐 수백년 동안 지속되었던 일이었다는 걸 생각하면,,,이른 바 철학이라는 것은 결국 수천년 동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조또 주지 못 했달 수밖에 없다...
이제는 철학이나 종교에 결정적으로 구애받지는 않는 과학이 일면 고삐 풀린 뭐처럼 '무엇이 인간인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자꾸 던지고 있으니,,, 여기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개인따위는 있을 수 없는 거고,,,몇 년 전에 '마이 시스터즈 키퍼'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이 주제가 '네버 렛 미 고'에서 가장 깊이 있게 고민되고 있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손미 에피소드는 주제만 공유할 뿐,,,사유를 확장하거나 심도를 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한 영화의 1/6일 뿐이라...
혹여나 나에게 '무엇이 인간인가'라고 묻는다면,,, 물론 위와 비슷한 류의 몇몇 영화, 책 등을 보다 보면 누구라도 자문하게 되겠지만,,, 난 기실,,,'모든 인간은 신이 부여한 신성한 인권을 '자동적으로' 갖는다'는 프랑스 인권선언이나 동학의 천지인/인내천 사상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는 인권을 가지고 누구는 안 가져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고... 인간이라는 동물이 나 어릴 적보다 지금 지구상에서 두배로 번식해서 지금 70억이다... 두세대쯤 지나면 인권 찾는 철학이 사치가 될 생태적 상황에 직면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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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대한 리뷰의 결론은,,, '네버 렛 미 고'가 좋은 영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