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툴이 아이어 공격을 멈추라고 할 때 아르타니스가 멈추지 않았던 걸 "실책"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ㅉㅉ 제라툴이 멈추랄 때 멈출 것이지" 하는 식으로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제라툴의 말대로 아르타니스가 아이어 공격을 멈추고 기사단원을 귀환시켰다면 오히려 우주가 멸망했을 거란 걸 알 수 있습니다.
0. 프로토스의 아이어 공격과 아몬의 칼라 오염 사이엔 어떤 상관 관계도 없던 걸로 기억합니다. 결국 황금 함대를 샤쿠라스로 돌렸어도 칼라는 오염됐을 겁니다.
1. 제라툴이 아르타니스의 신경삭을 끊을 수 있던 것, 그리고 암흑 기사들이 일부 칼라이 기사단의 신경삭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은 기사단이 흩어져서 수복을 위해 싸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황금 함대 함선 위에서 칼라가 오염됐다면? 제라툴은 칼라이 기사단 전원을 상대로 신경삭을 잘라내며 싸워야 합니다.
제라툴이 이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실 분은 없을 겁니다. 차라리 제라툴이 6일에 걸쳐 세상을 만들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겠죠. 일단 이 시점에서 제라툴도 죽고 프로토스는 멸망합니다.
2. 아주 운이 좋아서 제라툴이 도주에 성공했다 칩시다. 이제 제라툴에게 무엇이 남습니까? 아이어에 가지 않았으니 아둔의 창을 꺼낼 수도 없고, 간신히 제 몸만 사려서 도망친 제라툴에겐 공허의 구도자밖에 없죠. 그럼 아몬을 당연히 못 막고 우주는 멸망합니다.
결국 결과적으로 보면 아르타니스가 아이어 수복을 멈추지 않았기에 프로토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제라툴이 죽긴 했지만, 온 우주를 구하게 된 첫 선택이었기에 이걸 실책이라고 부르긴 힘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