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이요? 손님의 70%가 성인 남성이에요. 대부분이 흡연자죠. 매출이 다 그 손님들한테서 나왔는데, 금연법 시행된다고 하니까 귀찮아서라도 안오죠. 맥 끊기게 누가 나가서 담배 피고 돌아와 게임하려 하겠어요" 

 

지난 8일 PC방을 전면 금연 구역으로 지정한 '금연법'이 시행된 후 PC방 매출이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PC방 매출을 확인한 결과 감소분이 법안 시행 전 대비 최대 47% 하락했다. 

 

헌법재판소가 '금연법'을 합헌 결정한 27일 오후, 부천 소재 한 PC방을 찾았다. 오후 9시. 청소년 이용 제한 시간인 10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대부분 빈 자리였다.

 

이 PC방에서 8개월째 근무했다는 A군(22)은 "안그래도 PC방을 사양산업이라 하는데 금연법이 시행되서 손님이 더 줄었다"라며 "지금은 계도기간이라 아직 담배를 피는 사람이 있는데, 이 기간 마저 끝나면 타격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 금연법이 시행된 6월 S PC방의 매출 기록표. 금연법 시행 전후를 비교해보면, 8일 이후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금연법 시행 후 해당 PC방의 매출은 눈에 띄게 줄었다. 법안 시행 전인 1일부터 7일까지 매출을 기준으로 비교해 본 결과, 21일 하루를 제외한 모든 영업일의 매출이 감소했다. 적게는 2%에서 많게는 47%까지 빠졌다. 

 

월별로 비교해보면 지난 5월 해당 PC방의 일 평균 매출은 63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약 1천9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달들어 일 매출은 57만원 가량으로 떨어졌다. 월 매출을 추산해보면 200만원 정도를 손해본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황에 금연법이란 악재가 겹치며 폐업하는 곳도 늘었다. 인터넷PC문화협회에  따르면 6월 현재 영업중인 전국 PC방 수는 1만2천여 곳이다. 지난 2011년에 집계한 PC방 수는 1만5천800여 점포. 2년간 폐업한 PC방의 수만 3천800여 개에 달한다.

 

▲ 청소년 이용 제한 시간이 되기 전에도 PC방엔 빈 자리가 많았다.

협회 관계자는 "폐업이 계속해 이어질 것 같다"며 "(최근 폐업은) 대부분 금연법 때문이다. 손님이 줄어드니 매출도 줄어 운영이 힘들다"라고 말했다.

 

헌재는 PC방 금연법을 합헌 결정하며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PC방에서 흡연을 금지함으로써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공익의 효과는 매우 크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금연구역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10시 이후 PC방에 출입할 수 없다. 이용 가능 시간에도 청소년은 금연 구역에서만 PC를 이용할 수 있다. 아예 PC방을 찾는 이용자들 대다수가 성인 남성이다. 매출도 대부분 이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타 업종과 형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군은 "노래방이나 당구장은 금연구역이 아닌데 PC방만 금연 구역이라는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미 칸막이로 분리해 흡연과 비흡연 구역으로 나눠놨다. 매장별로 500만~1천만원이랑 비용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손해가 크다"고 덧붙였다.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 방문한 또 다른 PC방에서도 "체감할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며 "2년간 PC방에서 알바를 해왔는데, 지금처럼 손님이 적었던 적은 없다. 계도기간임에도 벌써 담배를 못핀다고 생각해 안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PC방 업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선 헌재 합헌 소식이 전해지자 한 이용자는 댓글을 통해 "지금도 죽을 지경인데 내년부터는 확인사살한다는 소리"라며 "판결 내용이 현실성도 없고.. 높으신 분이 시키면 그냥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로 들린다"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