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을 가야했다. 대학등록금은 내가 사고싶던 CBR만큼이나 비쌌고 나는 그돈을 주고는 공부할수 없다! 라며 부모님에게 대학을 안가겠다고 바득바득 우겼다. 그결과 그럼 군대에 다녀올동안 아버지가 너의 등록금을 모을테니 첫학기 등록금을 내고 바로 군대에 가도록 하라는 말을 듣고 나는 병무청으로 향했다. 저멀리 가슴에 반짝이는 휘장 하나를 달고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말했다. "지원하러 왔습니다" 그사내는 너같은 덜떨어진 풋내기들은 많이 봐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그래 운전병인가?" 운전병? 운전? 내가 가지고 있던 면허는 원동기면허 였고 네바퀴가 달린차는 몰수 없다는걸 고등교육을 받은 나로써는 잘알고 있었다. "일반 보병입니다" 라고 대답하자 그 사내는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내 손끝을 봐라 그럼 널 지옥으로 안내하지 애송이. 라는 포스로 어떤 사내를 가르켰다. "저사람한테 가봐" 그리하여 다가간 사내는 아까의 그 사내보다 조금더 피부가 감었고 표정은 세상의 걱정들은 다 짊어진듯 입꼬리를 내리고 병무청 대기실 구석의 티비만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지원하러 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사내는 나의 상박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혔다. "그래 나이는?" "19입니다" "좋아. 여기 작성해" 나는 기입용지를 작성하면서도 이거 뭐지? 해군? 해군인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땅인들 어떠하리 물인들 어떠하리 사실 그 당시 가난한 집사정에 나는 나 나름의 도피처를 찾고 있었고 내가 찾은 최적의 도피처의 조건인"숙식제공" 을 충족하는 곳이 군대였을 뿐이었다. 따라서 그곳이 어디든 크게 상관없었던것 같다. 기입용지를 다 작성할 무렵 그 사내는 내가 기입한 종이를 낚아채 기계적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내 질문따위는 받지 않겠다는 그런 표정으로 종이를 한번 보고 나를 한번 보며...
몇일뒤 집으로 우편물이 갈거라는 그사내의 말을 들으며 집으로 왔고 정확히 사흘뒤 집으로 등기가 왔다.
면접요강. 어쩌구 저쩌구
면접위치 경기도 수원시 영통
그리고 그 맨 밑에 큼지막한 이름
발신 대한민국 해병대 사령부
그 안내문을 보신 아버지는 가지말라며 화를 내셨다. 사람 성격 망가져서 온다며 가지말라면 가지말라고 하시면서
그로부터 십오일뒤 나는 수원역에서 버스를 타고 독수리가 별을 밟고있는 동상이 보이는 철문앞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