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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은 도시괴담..1 - 클럽의 하얀 신사
게시물ID : panic_56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oima
추천 : 15
조회수 : 2494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3/08/31 16:08:26

[클럽의 하얀 신사]



C클럽은 오늘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많은 인파들로 인해 클럽안의 열기는 뜨거웠다. 

어지럽게 쏘아대는 다색의 조명은 사람들을 무아지경으로 만들었다. 

클럽이란 건 단지 춤만 추는 공간이 아니다. 짝을 찾기 위한 장. 그것이 클럽이다. 

그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은 저마다 짝을 찾기 위해 필사적이다. 

하얀 양복을 입은 남자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게 접근한다. 여자는 살결이 과감히 드러난 옷을 입었다. 

부드럽게 굴곡진 몸매는 여러 남자들에게 각성제가 되었다. 남자는 여자 뒤에 붙어서 팔을 올린 체 몸을 흔든다. 

천천히, 음악에 맞추어. 

여자는 남자를 위로부터 쭉 훑어본다. 제법 각진 턱에 준수한 외모, 훤칠한 키가 마음에 들었다. 여자는 슬며시 웃으며 남자의 춤에 화답한다. 

긴 생머리를 쓸어 넘기고 남자의 사타구니 사이로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흥분은 고조되었다. 

남자와 여자는 테이블에 앉았다. 술이 나오자 서로의 성공적인 만남을 축하하듯이 잔을 부딪혀 술을 들이켰다. 

여자는 남자가 주는 술을 맛있게도 마신다. 남자는 마시는 둥 마는 둥 몰래 여자를 훔쳐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여자는 취기가 오르는지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여자를 흔들어 깨운다. 그러나 여자는 긴 머리를 찰랑거릴 뿐 대답이 없다. 

남자는 어깨동무를 해 여자를 부축하고 클럽을 나왔다. 클럽에서 조금 덜어진 거리에 하얀색 외제차가 서있다. 남자가 리모컨으로 차문을 열자

 

‘삑-.’

 

소리가 났다. 여자를 옆 좌석에 태운 남자는 운전대를 잡고 차를 움직였다. 외제차 다운 소음 없는 유연한 움직임에 여자는 더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여자가 눈을 떴다. 

주황색 바탕의 천장이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감촉은 푹신한 실크 이불이다. 

여자는 몸을 일으켰다. 머리에 두통이 일었다. 

머리를 감싸 쥐고 인상을 찌푸리던 여자는 주위를 둘러봤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 안이다. 

여기가 어디지? 

여자는 침대에서 내려와 벽에 붙어있는 대형거울 앞에 섰다. 거울 상단에 투명한 글씨로 컬트모텔이라고 새겨져있다. 

자신은 클럽에서 입던 옷 그대로다. 

여자는 어제의 기억을 더듬었다. 하얀 양복을 입은 남자와 춤을 추고, 술을 마셨는데.. 그 뒷이야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게 틀림없다. 여자는 또 이런 관계를 저질러 버린 자신을 책망하듯이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클럽에서 놀다보면 자주 있는 일이라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여자는 다시 침대를 돌아봤다. 스탠드 받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두꺼운 편지봉투와 깔끔하게 반으로 접힌 종이가 있었다. 

여자는 편지봉투를 집어 들고 입구를 벌려 내용물을 확인했다. 

순간 여자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봉투 안에는 돈다발이 들어있었다. 

여자는 돈을 꺼내 그 흥분의 도가니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만원짜리가 하얀 끈으로 두툼하게 묶여 있었다. 

그것이 총 다섯 개. 이번엔 쪽지를 펼쳤다. 쪽지의 내용은 여자를 더 기쁘게 했다.

 

[당신 겁니다.]

 

아무래도 어젯밤 같이 잔 남자가 놓고 간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돈을 놓고 가다니. 

여자는 잠시 무슨 꿍꿍이가 있을까 의심했지만, 돈다발을 마다할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여자는 기꺼이 남자의 성의를 받아주기로 했다. 이 돈으로 명품백을 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어깨가 들썩였다. 

여자는 샤워를 마치고 모텔을 나왔다.

 

돈다발은 총 오백만원 이었다. 여자는 그 돈으로 G사의 명품백을 샀다. 

친구들에게 가방을 자랑하자 저마다 부럽다, 어떻게 구했냐는 등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친구들이 명품백의 자초지종을 묻자 여자는 “클럽에서 어떤 남자가 내가 마음에 든다면서 주더라고.” 하며 마치 자신이 공주라도 된 양 으스댔다. 

여자는 남은 돈으로 피부 관리와 마사지, 고급 레스토랑을 다니며 호위호식을 누렸다. 

며칠이 지나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자는 피부마사지실에서 아로마 향기를 맡으며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마사지사의 그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던 찰나, 갑자기 복통이 느껴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여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쥐었다. 

그 날, 여자는 마시지를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가 곧바로 앓아누웠다.

그 이후로도 복통은 계속 찾아왔다. 깊은 곳에서부터 오는 바늘로 찌르는듯한 고통. 더구나 시간이 지나자 몸 어디선가 악취까지 느껴졌다. 

여자는 며칠간 버티다 결국 병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내린 의사의 진단은 여자를 경악하게 했다.

 

“자궁이 심하게 부패되어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사의 음성이 여자의 귀로 들어가 몸을 진동시켰다. 여자의 손은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온 몸에 소름이 돋고 한기가 올랐다.

 

“그.. 그럼 전 어떻게 되나요?”

 

그 짧은 한마디에는 여러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수술을 하고나면 어떻게 되는지, 자신이 왜 이렇게 됐는지.. 하지만 의사는 안타깝다는 얼굴이 되어 진지하게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아마 자궁을 절제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여자는 다른 방법이 없겠냐고 계속해서 물었지만 의사는 없다고 했다. 

더 이상 놔두면 생명마저 위험해 질수도 있다기에 여자는 망연자실하게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당일 날 여자는 수술대위에 올랐다. 

산소마스크가 끼워지고 여자는 몽롱한 정신을 놓았다. 

푸른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날카로운 매스를 들고 여자의 배를 갈랐다. 

곧이어 자궁이 드러났다. 

붉은 선혈이 낭자한 자궁 안에 무언가 있다. 의사들은 경악했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 누워있는 여자에게 의사가 찾아왔다. 여자는 메말라 붙은 하얀 입으로 의사를 불렀다.

 

“선생님.. 저 어떻게 된 거죠..?”

 

의사는 잠시 틈을 벌이고.

 

“일단,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충격적인 발언 그 자체였다.

 

“자궁 안에서 올챙이들이 썩어 있었습니다. 부패정도가 너무 심해서 조금만 더 늦었으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그 말에 여자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그럼 저 이제 아기는 못 가지나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임신은 못 하실 겁니다. 일단 큰 수술이었으니 만큼 되도록이면 좋은 생각을 많이 하시고, 몸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최대한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럼.”

 

의사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하지만 여자의 눈에는 그것이 무언가의 조의를 표하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는 침상에 누워 천장을 멀거니 올려봤다. 그 동태 같은 눈이 되어. 마치 영혼이 없어진 시체처럼.

 

몇 주가 지나고, 퇴원 후 집에 가는 길에 하늘이 노래졌다. 

머리가 백지가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엇부터 잘못 된 걸까.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자는 것..? 

그 때 여자의 뇌리에 기억의 파면이 튀어 박혔다. 

클럽, 클럽에서 만난 하얀 양복의 남자. 

그 남자와 모텔에서 잔 이후 복통이 생겼다. 여자는 남자를 떠올려보려 했지만 이미 얼굴은 지워지고 없었다. 

그 남자가 이렇게 만든 게 틀림없다. 이 현상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 남자, 그 남자가 원인이다. 

여자는 몹시 분노하고, 울부짖다가 다시 화를 냈다. 

그 날 클럽에 간 자신을 비난하며, 그 남자를 만난 것을 후회했다. 여태까지 별 생각 없이 한 문란한 성생활도 자책했다. 

여자는 갑자기 그런 자신이 혐오스러워졌다. 이제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살아있는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여자는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웃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잠시 후 여자는 현실로 돌아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펼쳤다. 수술 청구비 였다. 여자는 종이에 적힌 금액을 확인했다.

 

[5,000,000 \]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마치 녹슨 쇠를 긁는 소리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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