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좋아하던 계절이었다.
가을 바람과 봄 바람은 같은 의미였다.
벚꽃잎을 눈에 담지 않으면 도저히 못 견딜 날이
다가온다. (벚꽃좀비 노래와 함께.)
봄을 유난히 탔다.
어디로 휙 날아가도 누가 뭐라할 수 없을 날들이었다.
나는 붙박이 신세고, 지박령처럼 가는 곳만 가야 했다.
그 계절을 네가 쑤욱 밀고 들어왔다.
갑갑하고 어두침침한 곳을 벗어나
눈이 부시도록 따뜻한 햇빛 아래 벤치.
단 한번도 내가 먼저 너를 불러낸 적이 없었다.
너는 늘 나를 불렀고 옥상에서 잠시 쉬자고 했다.
분명 잠을 깨기 위함이었을텐데,
노릇노릇한 햇살 아래 나는 잠이 왔다.
옥상에 올라가기 좋은 날들이 다가올 수록
나는 더욱 더 그곳에 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멍하니 카톡만 바라보다, 이제 넌 여기 없지.
쓴 웃음짓는다.
네가 나에게 이런 흔적들을 남겼고,
난 그 자욱들을 자꾸 들여다보며 운다.
네가 나에게 이런 의미를 남겼다는 걸 알까?
너는 이제 이 곳에 오지 않을테고,
나의 흔적 같은 건 너에게 남겨져 있지 않다.
왜 나만 그때의 추억 속에 허우적대야 하나,
억울한 생각이 들다가도, 그때가 가장 좋았음을.
좋았기 때문에 자꾸만 너의 없는 흔적을 찾고 있음을.
너 없는 계절에 살고 싶다.
그러다 네가 잔뜩 묻어 있는 봄이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