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난 영화지만, 스토리나 배우들의 연기, 각종 소품, 역사적 고증 등,
어디하나 빠질데 없는 훌륭한 영화인 듯합니다.
모든 영화는 처음 볼 때, 두 번째 볼 때 그 느낌이 사뭇 다르지요.
처음 봤을 때 놓쳤던 이야기의 흐름이나, 비유적 상징,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녹아있는 메시지들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볼 때, 보다 더 잘 잡아낼 수 있고,
또 그런 요소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의 여운을 더 깊이 간직할 수 있게 만듭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스토리와 전투씬,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감상 정도에 그쳤다면,
두 번째 봤을 때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 스토리에, 배우들의 감정연기에 매몰됐었지요.
그리고 '6.25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이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있던 '오늘'은,
영화 도입부부터 끝날때까지 감동과 눈물이 범벅이 되었습니다.
뻔히 알고 있는 스토리에, 대사들이지만,
한 번 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던 정말 소중한 두 시간이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대성공을 이루고 나서, 강제규 감독이 영화제작동기에 대해 인터뷰 한 적이 있었습니다.
국군유해발굴단의 활동을 다큐멘터리로 보다가, 구덩이에서 녹슨 만년필이 발굴되는 것을 보고, 이 영화를 구상했다고...
사실 저도 그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군에서 제대한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무심코 틀었던 TV에서 그 다큐가 방송되고 있었죠.
현장 르포와 같은 형식의 다큐로, 당시 진행중이었던 국군유해발굴단의 진행과정과 얽힌 일화들을 풀어내는 내용이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다큐도, <태극기 휘날리며>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인 것을 오늘 새삼 재확인합니다.
거대한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소한 보통 사람들이 겪었을 아픔과 좌절을,
이데올로기라는 정치적 도구 속에서, 의식과 사상도 없던 이들이 그것에 휘말려가는 과정을,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무너져가는 인간애와 전쟁의 참상을,
서로를 내몸보다 소중히 여기는 가족간의 뜨거운 사랑을,
정말 너무나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전투씬의 묘사나 특수효과와 각종 소품들도,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장동건이나 원빈과 같은 걸출한 배우들의 명연기가, 이 작품을 더 빛나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고인이 된 故이은주 양의 애절한 눈빛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요.
(여담이지만 아직도 故이은주 양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영화를 많이 찍은 훌륭한 배우였는데... ㅠ.ㅠ)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한국전쟁 때 순국하신 선열들을 기리며 한 번 더 감상하시길 추천합니다.
혹시 아직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도, (거의 없겠지만, 어린 친구들은 못 봤을 수도 있겠지요)
옛날 영화라 치부하지 마시고,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런 말이 있지요.
비가 올 때 비를 맞고 있는 사람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은 '동정'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우산을 접고 함께 비를 맞아보는 것은, 진정한 '공감'이요, '동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보고, 그 상황과 스토리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봐야만, 진짜 제대로 영화를 감상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아픔을 이해할 때,
한국전쟁과 같은 끔찍한 비극을 내 피부로 느끼고, 함께 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만이라도 그분들을 기리며 엄숙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자 합니다.
오유분들이라면 함께 '공감'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뜻깊은 하루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