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하여 연일 진실의 목소리를 높이고 계신 표 교수님께 먼저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제 다소 의아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가두 투쟁에 대해 교수님께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씀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불법 폭력 시위', '시선을 끌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방식', '시민 참여 이끌어내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시며 놀랍게도 대학생들의 가두 투쟁을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비교하시더군요.
표 교수님께서 무엇을 우려하는지 십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교수님, 외람되게 한마디 드리자면 교수님께서 그렇게 목 놓아 외치시는 민주주의, 절차적 정당성과 '정의'라는 것 역시 60년 4.19 대학생들의 가두 투쟁, 80년 광주 시민들의 처절한 가두 전투, 87년 6월 거리로 진출한 학생들과 시민들에 의해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합리적 이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중시되는 민주주의는 바로 넌센스하게도 그 법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들의 부정과 억압을 물리치기 위해 그들이 휘두르는 법을 넘는 항쟁의 피 속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그 토대 위에 세워졌습니다.
'선출과정의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그러한 '박근혜 정부의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 라인을 넘는 학생들'을 병렬 비교하시는 것은 사실상 제 집에 침입한 도둑의 칼과 그 도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려하는 가장의 칼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강도의 칼과 의사의 매스는 엄연히 다릅니다.
지금 국정원 대선 개입으로 코너에 몰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촛불의 외곽에서는 NLL논란으로, 국정원 촛불의 내부에서는 합리와 과격, 시민과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며 안팎으로 반격을 꾀하고 있습니다.
촛불의 현장에서는 어버이연합이 괴성을 지르며, 시국 선언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대학에서는 일베를 비롯한 수구소년들이 그 무슨 편향이니, 절차니, 중립이니, 대표성이니 하며 '진실과 거짓의 분명한 전선'을 '합리라는 그럴듯한 수사로 포장한 허구들을 유포'하며 전선을 흐려 행동을 저지시키고 있습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대학생들은 다소 서투르더라도 '행동성 없는 지식을 배격한다.'는 기조 아래 가장 앞장에서 싸워왔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인 이 싸움에서 교수님과 두 손 꼭 잡고 만나고 싶습니다. 차이를 넘어 힘을 합치는 모습, '하나 더하기 하나는 더 큰 하나'가 되는 우리가 될 때에만이 소통 없는 정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일요일인 오늘도 3일째 촛불은 밝혀졌습니다. 대학생들의 투쟁이 어떤 시민 분들의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지 솔직히 잘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수님, 분명한 사실은 오늘까지 3일째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천여명의 시민과 대학생들은 교수님의 참여를 가슴 깊이 갈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의 수호자 경찰을 길러내는 경찰대 교수로 평생을 살아오신 표 교수님, 다소 서투르지만 불의에 항거하고자 하는 저희 대학생. 광화문에서 만납시다. 촛불 3일만에, 드디어 등장한 경찰의 캡사이신 분사를 맨 얼굴로 맞고, 눈물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이 밤. 교수님과 광화문에서 얼싸안을 날을 상상합니다.
진실을 찾는 역사 레지스탕스, 대학생 민족문제 연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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