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 말은 많은데 필력이 없습니다. 첫 글입니다. 반말로 쓴 글 미리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경어를 꼭 사용하겠습니다.
# 모두들 10주년 무인도 특집때의 "차가운 4월의 바다"를 보고 세월호를 떠올렸다. 그도 그럴것이 떨어진 구명선과 달랑 주어진 구명조끼 그리고 그 배로 탈출해야 하는 모습까지 비춰줬으니 말이다.
나는 삼십대의 무도빠다. 십대 때는 김태호pd님의(이하 태호pd)논스톱을 보았고 이십대 때는 그의 무한도전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난 10주년 무인도 편을 보며 태호pd가 분명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꺼라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의 극한알바 마지막 편을 보며 남다른 감동을 느꼈던 것들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무인도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누구보다 화려한 연미복을 입고 축하를 받아야할 이유도 뒤로하고 표류한다.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것도 스스로 구해야 하고 그들을 돕는 제작진 조차 멀리 떨어져 있다.
아무도 없는 섬 무인도. 그 속에 표류된 그들의 모습이 참 요즘의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어느덧 10년이 지나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즉 사회적인 위치는 변했다. 더 많은 팬들이 생겼고 사회적 책임 같은 것 역시 생겼다. 하지만 그 무한도전 속에 맴버들을 도울 "사람" 같은 "사람"은 없었다.
말 그대로 그곳은 무인도였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도울수 밖에 없었다. 그녀석과 그 전녀석의 아웃은 그들에게는 뼈아픈 도려냄이였고 그래서 그들은 더욱더 서로에게 "사람"이 되어갔다.
그 무인도를 벗어나려고 하지만 무한도전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그들을 그 틀 속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을 둘러싼 것은 4월의 바다 같은 차가운 시선일 수도 있고 밀려드는 인기일 수도 있고 그들의 사회적 위치나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일 수도 있다.
태호pd는 무인도 편에서 멤버들을 통해 "왜 턱시도를 입고오라고 했어!!!" 라는 투덜거림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제 10주년이 되어 그가 느끼는 부담감과 불편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그 무리한 도전을 이어나갔고 태호pd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 역시도 이제 다시 무인도를 벗어나려는 무리한 도전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태호pd는 과연 무한도전을 무한도전으로 정의하는 그 틀을 무엇이라 생각하고 그것에서 어떻게 벗어나고자 할지가 그 다음회 부터 등장하겠구나 생각했다.
광희의 등장 그리고 소한마리 끌지 못하던 멤버들이 제작진과 함께 비행기를 끌었다. 무한도전 멤버들 주변에는 언제나 힘이 되는 그들이 있고 앞으로의 모든 무리한 도전도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 나는 좋았다.
첫번째 무인도편과 10주년 무인도 편에서 동일하게 있었던 것은 지는 태양 그리고 파도소리 그리고 스탭들 이였다.
그렇게 무인도를 빠져나와 그들을 돕는 "사람"인 제작진과 함께 비행기를 끌었다. 그들은 그렇게 태국을 갔고 극한 알바라는 것이 알려졌다.
극한알바 첫회 멤버들과 시청자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아마 "10주년에 이렇게 까지 해야해" 였을 것이다.
태호pd의 생각은 "10주년이 그럼 뭐 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 였을 것이다.
10주년의 턱시도가 불편했던 태호pd는 아마 10주년인 것을 잊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주었다.
10년간 거래처와의 신뢰를 위해 일을 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 비록 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걸어갈 길을 만들어주는 잔도공들의 모습, 갈길을 잃고 혼자가된 코끼리를 돌보는 케냐 사람들의 모습, 높은 관광지를 다른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오르내리는 가마꾼까지 그 누구도 10년이 되었다고 자만하지도 축하하지도 턱시도를 입지도 휴가를 가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10주년 그래서 멤버들 역시 카메라 없는 휴가를 바랬던 태국여행. 하지만 앞으로 무한도전이 무한한 도전을 하려면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10주년의 휴가지에서 역시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태호pd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무한도전을 무한도전 답게 보는 일이 얼마 남지 않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몇주간 태호pd의 생각을 생각하며 그것이 기우였음을 알았다.
끝으로 언제나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켰던 선배 가마꾼들이 가마를 탔을 때의 표정. 아마 먼저 휴가를 즐기고 있는 스탭들의 표정이 아닐까. 기분 좋지만 미안한 그들의 마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