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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이 나쁜이유 (펌)
게시물ID : sisa_562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실귀요미
추천 : 23
조회수 : 10905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4/11/29 16:24:01

종편은 왜 나쁜가


중앙 15, 매경 16, 동아 18, 조선 19. 각 종편들이 차지하게 된 채널의 번호다. 그들은 의무송신채널이라는 특혜를 껴안고 방송으로 진출했다.이렇게 신문이 종편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에까지 진출하게 된 계기는 2009년 7월에 통과되었던 '미디어법' 때문이었다. 우리는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회의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찬성 버튼을 누르는 부정투표를 벌이고, 국회부의장이 정족수가 부족하다며 "투표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가 다시 재투표를 했던 그 때 그 기억. 헌법재판소까지 이 논란에 끼어들어 "과정은 잘못되었으나, 그 결과는 유효하다"는 기괴한 판결을 들이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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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은 그렇게 통과되었다. 미디어법은 방송법, 신문법, IPTV법을 묶어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참여 허용, 종합편성 PP신규 허가, 보도전문채널 허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람들은 분노했었다. 민주주의가 사망한 날이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기필코 보복하리라고도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종편이 나쁜 건가요?"라고 말한다.

좋다.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하자. 절차적 민주주의를 개무시하며 탄생된 종편이, 시작은 더러웠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해버리자. 그래도 지워지지 않는 종편의 해악은 있다. 신문과 뉴스에서 한 번 쯤은 접해봤을 용어, '미디어랩법'과 관련된 이야기다. 

 미디어랩법, 즉 광고판매대행법이란 방송사와 광고주가 광고를 매개로 직접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방송광고공사가 마련한 법이다. 광고주가 광고를 무기 삼아 방송사를 협박하거나, 방송사가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하지 않는 대가로 광고를 뜯어내는 등의 해악을 막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철책이다. 헌법재판소가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판매대행 독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 대체 입법을 권고한 이후로 미디어랩법은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모두가 각자의 판매대행사를 설립하여 방송국들은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물론, 이 경쟁 속에서 희생되는 것은 지역 민영방송, 종교방송 등 중소방송사와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들이다.

 2011년 12월 1일 부로 종편 채널들은 방송을 시작했고, 미디어랩법은 아직도 제정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최대한 미뤘다는 혐의는 차치하고 생각하자. 어쨌든 결과적으로 미디어랩법은 없다. 그래서 종편은 직접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되었고,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기업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매년 100억원치씩 광고를 내라고 종용하는 등 배짱을 부렸다.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중동은 신문 판매 부수의 측면을 보나, 사회의 아젠다를 설정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지위를 보나 기업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언론권력이다. 조중동에서 있지도 않은 기업의 비리를 터뜨리기라도 한다면 정부와 검찰이 쥐잡듯이 달려들 것이 뻔하고, 매일경제에서 기업의 비전이 우려된다고 보고하는 날이면 해당 기업의 주식은 당연히 폭락한다. 그래서 기업은 조중동이 종용하는 종편에 대한 광고 계약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체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신문을 무기로 방송 광고를 뜯어내는 조중동매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방송국들은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어 광고 따내기 전쟁에 참전한다. 결국, 시청률에 목매다는 방송은 예능과 자극적 보도 위주의 방송으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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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률 높이기에만 급급한 방송, 어떻게 변하게 될까? 종편은 개국 첫날부터 강호동과 야쿠자를 연결시키는 보도를 꺼내들었다. 그런 식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극도로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일 뿜어져나오고, 교양이나 다큐 등 시청률이 비교적 낮은 프로그램들은 최대한 줄어든다. 여기까지도 문제지만, 종편이 가지는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종편은 높은 시청률을 차지하기 위해 자극적인 보도와 선정적인 예능으로 편성표를 뒤덮어놓고는, 기존의 조중동 신문이 갖고 있는 보수적 관점을 강화시키기 위해 보수 편향의 뉴스보도만을 하고 보수에게 불리한 팩트나 사건들은 왜곡하거나 은폐할 소지가 크다. 그리고 한나라당을 위시한 조중동의 지지세력들이 논란이 되기라도 한다면 종편에서는 또한 자극적인 연예인 스캔들이나, 선정적인 소재로 대중의 이목을 다른 곳으로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보수세력과 보수방송은 카르텔로 똘똘 뭉쳐있는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많이 주는 대기업의 비리를 덮어주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여기까지 짚어본 바를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모를 리가 없다. 방송업계에 종사하는 PD나 기자들 또한 모를 리 없다. 연예인들이나 스포츠스타들은 모를 수 있다. 그렇지만 교수나 평론가, 방송PD나 신문기자가 이것을 모른다면 사회의 거대한 담론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판받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종편행을 결심하는 그들에게 화살을 쏠 수 있다. 언론업계를 무한경쟁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 거대 언론이 중소 언론들을 잠식하고, 진실이 그들의 손에 가려지게 되는 이런 세태에, 알면서도 영합하는 그들에게 화살을 쏠 수 있다. 정말 심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나치부역자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인디음악을 사랑하면서, 독립영화를 사랑하면서, 이 세상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사랑하면서 종편을 옹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중동매가 일으켜세운 종편은, 거대한 힘으로 자신의 몸집을 불려나간다. 종편에는 참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을 것이다. KBS와 MBC와 SBS에서 활약하던 PD와 스타들이 대거 영입되었기 때문에 재미는 따논 당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달콤함 뒤에서 말라버리는 것은 작고 소소한 것들이다. 시청률을 올려주지 못하는 것들이다. 재미는 없지만 지혜가 되는 것들이다. 부당하게 잘려나가 자살을 택하는 노동자와, 대기업의 횡포 속에서 백혈병에 걸려 버림받는 노동자와, 용역깡패들에 의해 철거되는 명동의 작은 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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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사진. 왼쪽에서 국회 부의장에게 어서 재투표를 실시하라며 지시하는 두 사람. 최구식 의원과 김효재 의원이다. 그리고 그들은, 조선일보 출신이다.
http://swordsoul8.egloos.com/viewer/2878274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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