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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서 써보는 군대탁구 썰.txt
게시물ID : military_560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규
추천 : 12
조회수 : 2853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5/06/09 00:38:22
막상 들어가보면 생각보다 심심하고 할게 없는 군생활중
저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줬던게 탁구였습니다.

처음엔 어쩜 그리 어렵던지 손에 익을때까지 
무척 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반년쯤 꾸준히 치니

제가 이기지 못하는 사람보다 이길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어느덧 병사중에서 절 이길 사람이 없어지더군요

상병을 달고 두세달쯤 지난후 저희부대로 원사계급장을
달고계신 행정보급관님이 오시게 됐습니다.

저희 부대가 규모가 작은편이여서 짬밥이 많으신 
행정보급관이 군생활의 마지막 점을 찍으러 오시는
경우가 많으셨는데요 그 행정보급관님은 특징이
30년 탁구 외길인생이셨습니다.

행정보급관님이 오시고 부대원들을 모아두고 
제일먼저 병사들에게 물어보셨던게 
"이부대 탁구짱이 누고?"이셨습니다.

그렇게 전 자연스럽게 행정보급관님의 탁구 파트너가
되었는데요 비가오나 눈이오나 일과시간 쉬는시간
주말 평일 상관없이 하루중 기본 3시간씩은 
행정보급관님과 탁구를 치게 됐습니다.

웃긴건 탁구실력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제가
단 한번도 행정보급관님을 이길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저는 말차휴가를 떠나게 되고
9박10일의 꿈같는 시간을 보내고 휴가복귀를 하니
제가 없는 시간동안 행정보급관님이 적적하셨는지
옷도 안 갈아입은 제게 오셔서 탁구채를 건네셨습니다

"밖에 나가 꿀 빨고 왔으면 탁구 쳐야지 ?"라는 말과함께
그대로 저는 탁구장으로 끌려가 행정보급관님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탁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날따라 운이 좋았는지 3셋트 승부 1:1상황
마지막 셋트 2점차로 행보관님과 탁구시합중 처음으로
행정보급관님을 이기게 됐는데요

그때 행정보급관님께서



 "이제 너한테는 탁구로 안되겠다. 많이 늘었네"



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행정보급관님께서
제 군생활에 미련이 남을까봐 마지막 탁구경기를 
져주셨던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 티비에서 탁구경기를 보거나
요즘같이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의 밤이면

군시절 행정보급관님과 치던 탁구가 많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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