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너무나 좋아.
옛 생각에 '잠기'는 건, 말 그대로 우리가 잠시 그것을 공기 삼아 들이쉬고 내쉬는 게 아닐까.
조금만 더 가까이, 내가 여기에 있다고 착각을 하면서 사실은
내 삶의 몇 초를 거기에 살기로 조금 더 떼어준 것이 아닐까.
분명 내 시간은 계속해서 다가오고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그 시간들을 여기가 아닌 저기에 자꾸 조금씩 떼어준다.
그래서 지나가던 나뭇잎의 색깔도 가끔 잘 기억하지 못한다.
네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어.
난 지금도 가끔 궁금하거든, 우리 엄마는 어떻게 된 걸까, 하고.
내가 이 세상을 이해한 바로는 엄마는 사라지지 않았어.
사라질 수 없지.
그래서 궁금해.
사라지고 난 것들에 대해서는 더 궁금할 것이 없고,
진짜로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