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말씀드렸던 대로 남성 신발의 종류에 대한 글을 써보겠습니다.
저번 글 댓글 중에 여성은 파티용, 등하교용, 출퇴근용 등등 여러 용도와 목적에 따른 분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그냥 '신발'이라고 작성해주신 것이 있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그 자료를 보면서 많이 공감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용 신발도 여성용에 못지 않게 다양하고 그에 따라 여러가지 코디가 가능합니다.
요즈음은 계절 상 구두보단 슬립온이나 샌들을 많이들 신으실텐데요.
나중이라도 자신이 주로 입는 스타일이나 취향에 맞는 신발을 올바르게 구입하실 수 있도록(?)
남성 신발의 종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비록 남성용 신발이라는 경계가 상당히 모호해졌지만 그 기원이 남성용에서 시작했다든지
남자가 특정 상황과 착장에 맞게 신었을 때 어울리는 신발들을 위주로 분류해서 몇 가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뭐 딱히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신발에 대한 관심이 많기도 하고,
요새 남자분들도 신발에 관심이 부쩍 늘어가는 것 같아서 저의 비루한 지식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적는 것이니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마구 지적해주시고, 같이 수정 및 보완해 나갔으면 좋겠네요.
사실 게시물을 둘러보면서 구두 종류에 대해 잘못 알고 계신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우리 오유인들이 혹여나 그런 문제로 구두를 구매하실 때 소위 '호갱'이 되시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각설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남성의 구두는 크게 신발끈의 유무로 옥스퍼드(oxford)와 슬립온(slip-on)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는 일반적으로 '끈 구멍이 세 개 이상'인 구두를 일컫습니다.(요새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많이 혼합되었죠.)
주로 포멀한 복장에 매치하지만 라스트(신발의 전체적인 모양)나 끈 구멍의 개수 등에 따라 캐주얼하게 코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는 반드시 끈이 세 개 이상 있는 옥스포드화를 신고 가시길 바랍니다.
그러한 자리에 허용되는 슬립온슈즈는 몽크스트랩 밖에 없다는 것 또한 명심하시고요. :)
이에 반해 슬립온은 신발끈 대신 신축성이 있는 소재를 덧대거나 옥스포드화보다 발목을 낮추고 발의 투입구를 넓게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신발을 신을 때마다 끈을 풀고 여맬 필요 없이 쉽게 신고 벗을 수 있게 고안한 신발을 통칭합니다.
때문에 보다 캐주얼하거나 가벼운 옷차림에 잘 어울리며 산뜻한 느낌을 내기에 좋죠.
(딱 요새 같은 날에 맨발이나 페이크삭스를 신고 코디하기 좋은 신발이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 번 신어보겠... 그전에 글을 마저 써봅시다.)
우선 옥스퍼드의 종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플레인토(plain toe)
이름에서 말해주듯이 구두코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구두를 말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구두의 형태로 구두만 보면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매치하기 쉽고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포멀한 디자인의 플레인토슈즈는 예식같은 행사 또는 회담같이 격식을 차리는 착장에 가장 적합한 구두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을 비롯해 여러 행사에 사진상의 검정색 플레인토 슈즈를 신었습니다.
깔끔한 것이 참 젠틀해보이네요.
물론 좀더 캐주얼한 디자인은 가벼운 차림에도 충분히 잘 어울립니다.
아메리칸 캐주얼의 대명사 브루스 패스크 형님이 즐겨신으시는 이 신발도 플레인토 더비로 보이네요.
코도반(말 엉덩이 가죽으로 고유의 광택과 튼튼함 때문에 일반적인 소가죽보다 비쌉니다.)을 써서 단순한 디자인임에도 상당히 고급스럽고 예쁘군요.
여담이지만 이 사진 때문에 제가 청자켓을 중청이 아닌 진청으로 구매했습니다.
근데 막상 사고 보니 코디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구두는 대개 가죽을 덧대어 장식을 하기 때문에(브로그 제외)
하나의 가죽 조각을 통째로 재단한 홀컷(whole cut)은 주로 플레인토 슈즈에 많이 적용됩니다.
(일반적인 것일 뿐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홀컷에 브로그 장식을 넣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디자인을 흔히 메달리온이라고도 합니다.)
홀컷은 제작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신발이기 때문에 제대로 만들었을 때 특별한 장식이 없어도 묵직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추가로 플레인토 슈즈를 구입하실 때는 라스트(신발의 전체적인 생김새)가 너무 뾰족하지 않은 것을 구매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해외 스트릿 사진 등에서 얄쌍한 플레인토 슈즈로 멋진 코디를 보여주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선 딱 양x치로 오해받기 좋을 것 같네요.
2. 스트레이트팁(straight tip) 혹은 캡토(cap toe)
스트레이트팁은 구두 발등에 발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가로지르는 일직선 모양의 장식이 있는 구두를 말합니다.
발가락(toe)이 모자(cap)을 쓴 것 같다하여 '캡토'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예복부터 일반적인 수트까지 포멀한 복장에는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처음 구두를 사신다면 스트레이트팁으로 구매하시길 권합니다.
특히나 면접에서부터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주구장창 신으실 신발을 찾으신다면 꼭 끈구멍이 5개 있는 검정색 스트레이트팁으로 사시길 바랍니다!
물론 위의 착샷과 같이 브라운색상이 예쁩니다... 거부할 수 없죠.
하지만 블랙이 더 기본인 칼라이기 때문에 블랙을 갖춘 후에 차츰 브라운으로 넓혀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비, 차콜 그레이의 수트에는 블랙과 브라운 구두 모두 어울리지만 블랙 수트에는 무조건 검정구두를 신어야 하니까요. :)
3. 윙팁(wing tip)
윙팁은 말 그대로 발등에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W자모양의 장식이 있는 구두를 일컫습니다.
포멀한 착장은 물론 캐주얼한 코디에도 두루두루 잘 어울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입니다.
닉 우스터 형님인 것 같네요. 윙팁은 톰브라운 제품으로 보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윙팁은 완전히 포멀한 수트보다는
자켓과 색상이 다른 턴업된 슬랙스, 데님 혹은 치노팬츠로 연출한 캐주얼한 세퍼레이트룩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플레인토나 스트레이트팁에 비해 비교적 캐주얼한 신발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정통 클래식 수트에 묵직한 디자인의 윙팁을 매칭하면 상당히 중후한 느낌을 줍니다.
간지짱짱맨 닉 우스터 형님은 과감하게 노란색 윙팁을 선택했지만
저희는 무난하게 바지 기장을 조금 더 길게 하고 갈색의 윙팁을 매치해도 충분히 멋질 것 같니다!
4. 유팁(U-tip)
유팁은 발등에 U자 모양으로 주름을 잡아 바느질을 한 구두입니다.
유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역시나 파라부트죠.
둥글둥글 귀여우면서도 쫀존한 가죽질감이 잘 어우러져 꼭 사고 싶은 신발 중 하나입니다. 근데 가격이 후덜덜해.
유팁은 옥스퍼드 중에는 가장 캐주얼에 가까운 구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데님이나 치노와 매치했을 때 상당히 지적인 이미지를 연출하실 수 있습니다.
봄, 여름에 로퍼가 있다면 가을, 겨울엔 유팁으로 훈내나는 선배 느낌을 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
물론 정장을 잘 차려입고 포멀한 유팁을 매치해도 충분히 멋스럽습니다. 그 사람의 위트나 센스도 돋보이고요.
5. 새들(saddle)슈즈 & 스펙테이터(spectator)슈즈
새들(saddle)은 말에 얹는 안장을 뜻합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신발 발등에 안장을 얹은 듯한 모양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펙테이터(spectator) 또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객석 또는 관객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두 신발 모두 정통적인 클래식 슈즈보다는 가벼운 날씨에 신는 멋내기용 신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생긴 올랜도 블룸은 새들슈즈로, 섹시남 조니뎁 형님은 스펙테이터로 멋을 냈네요. ㅎ
6. 벅스(bucks)
이 녀석은 사실 분류할 때 고민이 많았던 녀석입니다.
대표적인 디자인은 분명 플레인토 더비의 모양을 띠고 있지만 윙팁이나 유팁같은 장식을 얹기도 하고, 아예 로퍼 형식으로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표적인 디자인이 분명 플레인토 더비 형태이기 때문에 옥스퍼드로 분류를 했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벅스는 사슴가죽(buckskin)으로 제작된 신발을 말합니다.
크게 화이트 벅스와 더티벅스로 나눌 수 있고 화이트 벅스는 흰색, 더티벅스는 그외의 색상을 말합니다.
흰색 바디와 빨간색 아웃솔이 대표적인 벅스의 디자인입니다. 분명 소위 말하는 '빽구두'인데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깔끔하니 멋지지 않나요?
화이트 팬츠에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며, 밝은 톤의 치노나 데님과도 캐주얼하게 매치됩니다.
재작년인가 김연우 씨 콘서트엘 갔었는데, 포스터에 화이트 벅스가 있더군요.
김연우 씨도 같은 신발을 신으셨고요. 상당히 센스있어 보였습니다. ㅎㅎ
* 발모랄과 더비(블러쳐)
위에서는 라스트의 장식에 따른 신발 종류를 구분한 것이라면
발모랄과 더비는 신발끈 구멍이 있는 부분(아일렛)의 모양에 따른 구분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발모랄은 아일렛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반면 더비는 발등 양쪽에 각각의 아일렛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를 일컫습니다.
이러한 아일렛 형태는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을 보여주는데요,
첫째는 발모랄타입이 더비보다 격식을 차린 포멀한 형태의 신발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더비가 신발폭이 더 벌어지는 만큼 좀더 편한 신발이라는 점이죠.
때문에 발모랄 타입은 플레인토나 스트레이트팁 같은 포멀한 슈즈에 더비는 유팁이나 벅스같은 보다 캐주얼한 쪽에 많이 사용되곤 합니다.
** 브로그(brogue)혹은 메달리온(medalion)
브로그 혹은 메달리온은 가죽에 찍어낸 구멍장식을 일컫습니다.
윙팁 같은 경우는 윙팁장식 라인을 따라 전체적으로 브로깅이 되어 있는데 때문에 풀브로그(full brogue)라고도 합니다.
습지가 많은 스코틀랜드에서 그 유래가 시작되었는데 신발에 찬 물이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고안한 신발입니다.
물론 근래에는 그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스트레이트팁의 라인을 따라 브로깅 장식이 된 신발을 하프브로그(half brogue)혹은 세미브로그(semi brogue)라고도 하는데 신발 전체에 브로깅이 된 윙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된 데에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진상 왼쪽부터 브로그가 없는 스트레이트팁, 하프브로그, 풀브로그입니다.
***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일반적으로 옥스퍼드슈즈는 수트에 어울리는 신발입니다.
다만 라스트의 모양이나 색상, 추가적인 장식여부에 따라 좀더 캐주얼한 복장에도 적절하게 매칭할 수 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슬립온에 관한 글은 곧이어 바로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