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2약으로 분류된 한화와 NC가 아니나다를까 4월 극도의 부진을 겪었습니다.
두 팀 모두 5월에 힘을 내면서 반등의 분위기를 보이나 했는데,
6월에 다시 힘이 빠지며 연패 후 승리가 반복되고 있네요.
선수들도 힘이 빠지지만 응원하는 팬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시작되면 더욱 힘이 빠집니다.
특히 팀의 현재 상황이나 선수를 응원하는게 아닌 팀 성적에 일희일비 하는 성향의 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과 같이 팀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여러분은 왜 "현재" 약팀의 팬이 되었나요?
한화의 제 2홈구장이며, 투타의 레전드 송진우-장종훈의 모교 세광고가 있는 "청주"가 고향인 저는 자연스럽게
한화이글스의 팬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얘기를 해보자면,
농구가 한창 인기를 끌 시점인 90년대 중후반에 청주에 "SK나이츠"라는 신생팀이 생깁니다.
선수 수급도 없고, 대형 신인이나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있는 노련한 노장도 없는 말그대로 신생팀이었습니다.
네.
이 팀은 역시나 "무척","굉장히","봤다하면 질 정도로" 약했습니다.
이들은 97-98 청주개막전에서 패기 넘치게 승리하지만 곧 12연패, 그리고 예측가능한 연패와 띄엄띄엄 승리가 반복됩니다.
하지만 청주 팬들, 특히 젊은세대와 청소년에게 청주SK나이츠는 이상하리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1년에 10경기 남짓한 한화이글스 프로야구 경기와 1경기 정도에 의례적인 K리그를 보던 청주 시민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홈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수투성이의 첫해부터 꾸준히 응원한 팬들과 창단 선수들의 투지
당연한 꼴찌를 받아들이고 2년간의 궁합좋은 신인선수(서장훈,현주엽<->조상현 트레이드,황성인) 영입,
리그 최강급 용병영입(하니발,재키존스)를 영입하며 착실히 전력을 업그레이드한 팀은 99-2000년 봄 플레이오프에서
창단 3년만에 KBL의 왕좌에 오르게 됩니다.
창단 첫해의 꼴찌로 시작한 팀이 팬들의 성원과 기업의 든든한 지원으로 영화같이 우승을 맛보았습니다.
네.
한편 이 시기 한국프로야구에서는
90년대 빙그레에서 한화로 바뀐 이글스는 하위권에서 전전하다가 1999년에 기회를 잡았습니다.
1999년도에 한화이글스는 한국시리즈에서 롯데자이언츠를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이루게 됩니다.
만년 준우승의 설움을 겪고 있던 빙그레 신인선수들이 선배들의 한을 풀어줍니다.
고향 팬들에게 잠실에서 로마이어의 동점 3루타, 장종훈의 결승 희생타, 구대성의 2루땅볼 세이브 순간까지.
우승의 순간 청주에서도 폭죽놀이가 시작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90년대 마지막 챔피언과 2000년 밀레니엄 챔피언까지 한번에 지켜본 그당시 정말 나는 행복했었습니다.
...
시간이 흘렀습니다.
SK나이츠는 우승을 하는 강팀이 되고 청주팬들에게 일방적인 작별을 고합니다.
당시 청주지역에서는 연고이전 반대운동과 SK 기업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일었고
구단에서는 어느날 일방적으로 서울연고 이전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현재 당시의 청주팬들은 SK나이츠라는 구단을 잊었습니다.
그리고
한화이글스는 1999년도 우승의 주역들이 노장으로 남아있던 07년도 플레이오프를 마지막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하나하나 추억의 레전드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시기부터 팀은 추락을 시작합니다.
구단 전체의 안일한 시각, 팀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감독과 프런트, 전성기를 이끌어온 주역들의 노쇠화
이글스 또한 우승이라는 목표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짜내지 않고 곪고, 곪고, 곪아서 결국 이 상황까지 왔습니다.
오늘 롯데전에서 최진행 선수가 역전 3점홈런을 쳤지만,
이글스 팬들은 뒤를 더 걱정하였을 겁니다.
추가점을 낼 수 있을까?
우리 뒷문은 저걸 막을 수 있을까?
불안한 예상은 결국 만루에서 추가점 실패, 허무하게 무너진 뒷문으로 귀결되었습니다.
...
지금 한화이글스는 전형적인 약팀입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보살이라는 팬들. 하필이면 한화이글스의 쇠퇴기와 맞물린 프로야구의 중흥으로
만년 약팀으로 굳어진 구단의 이미지와 맞물려 이글스의 답답함을 보고 있는 나이 어린 팬들.
이런 식으로 경기하다가 이분들이 어느 순간 야구가 싫어지는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기댈수 있는것은
서산에 2군구장에서 젊은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이글스의 나이 어린 주전들도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신임감독에 대한 불만은 매우 많지만 시즌이 시작된지 2달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당장에 제스쳐는 어렵습니다.
팬들이 할 수 있는 것...
내일도 한화이글스경기를 보는 방법밖에 없네요,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야구 즐기면서 보고 싶습니다.
창단 첫해부터 다시 시작 하는 마음으로. 김성한 수석이 3년을 이야기 했답니다. 이제 2개월 지났습니다.
술 한잔 먹고 짜증나지만,
내가 좋아하는 팀이 약팀이라면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동질감도 더욱 강해지거든요,
이것은 다른 스포츠지만 창단꼴찌부터 우승까지 일군 구단을 지켜본 경험담입니다.^^
...
우리도 10년이 넘게 힘든시기를 견디고 있는 LG트윈스처럼(오늘 마지막 잠실 9회말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팬들과 선수들이 함께 운동장에서 "행복해하며" 기쁨을 만끽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