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랜 습관이라 해야할지, 아무튼 좋지 못한 버릇이 있다.
그것은 닫힌 문을 무서워 하는것이다.
아니, 닫힌 문이라해도 모든것을 무서워 하는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내 감각에 의존해 발생하는데 주로 화장실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은 생각해보지 않는다.
내가 여는 문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를.
그저 당연히 그 안이 비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문고리를 당긴다.
그 안에 무언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대개는 나도 그렇다. 여느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가끔, 화장실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 있을때 그것은 망치에 머리를 맞는것 같이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제서야 갑자기 생각이 드는것이다.
과연 이안에 아무것도 없는것일까?
대개 상상은 어느 공포영화에서 빌려온 장면들로 만들어진다.
목멘 시체, 머리를 풀어헤치고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여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어린아이,
아니면 몇일 안씻은 냄새가 심하게 나는 손에 칼을 든 노숙자라던가.
내가 대학생이기 때문에 주로 학교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잦은데
그때마다 나는 나를 타일러 문을 연다.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게 분명하다, 내 느낌은 그저 어딘가에서 스쳐가며 보았던 영화나, 아니면 소설에서 느꼈던것 뿐이라고.
그리고 여태까진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지금 그 소리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좀 있을것 같다.
이제야 내가 처한 상황을 말 할 수 있을것 같다.
미리 양해를 구할걸, 순서가 조금 잘못된것 같지만 아무튼 내게는 저런 버릇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다시 저 상황에 처했다.
낯익은 학교가 아니라 정말 쌩판 처음보는, 게다가 오늘이 아니면 두번다시 볼 일이 없을것 같은 어느 화장실에서다.
어느 도로변에 있던 공중 화장실이었다. 어딜가나 그렇듯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누런 때가 낀 표지판과
구석에 낀 거미줄, 손때가 잔뜩 묻은 거울,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간헐적으로 껌뻑이는 등을 가진 그런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닫힌 문에 시선이 꽂히고 말았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그 강렬한 느낌에 시달리고 있는 중인 것이다.
게다가 마치 머리 속 새빨간 경고등이 번쩍이는듯이 여느떄와는 달리 정말 한 10배는 더 강렬한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할 재주가 없는게 참으로 참담할 따름이다.
재주 없는 말로나마 표현을 해보자면,
저 안에 무언가가 있을것 같다. 그리고 그무언가는 반드시 좋지 않은 것일 것이다.
라는 그런 느낌이다.
혹자는 이걸 6감이라 할수도 있을테지만 나에겐 그저 가끔 느껴지는 아주 불편한 느낌임에 분명했다.
일단 여태까지 그런 느낌을 받고도 전부다 열어본 나에게 있어서 이 느낌이란건 그저 가끔 잊을때쯤이면 날 찾아와
화장실에서 왠지 모르게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여느때처럼 닫힌 문앞에서서 문고리를 잡기전 나에게 말했다.
저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태까지 그래 왔던것 처럼.
그리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위에서는 대개 학교 화장실에서 일어난다고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것이
거기서 밖에 일어난적이 없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세면대와 절대 흐릿하게 깜빡이지 않는 센서 감지형 전등, 깨끗하고 커다란 거울,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청소하는 분까지 계시는 그런 곳에서 느끼던 감정을 지금 이 도로가의 허름한 화장실에서
몇배는 강렬하게 느꼈다는 사실이 문득 나를 불안하게 했다.
저 안에 정말 무언가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그것은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었다. 불안감은 요의를 더욱 자극 시킬 뿐이었다.
나에게 선택은 두가지 뿐이었다.
이 강렬한 이름 붙일수 없는 기분을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무시하고 문을 열것인가
아니면 평소와는 왠지 다른 느낌에 굴복해 이 허름한 화장실에서 바삐 걸어나가던가.
단어의 선택에서 눈치챘겠지만,
나는 이 느낌을 조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느낌때문에 요의까지 참아가며 화장실을 나가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다음에 또 언제 화장실이 있는줄 아는가?
그래서 나는 다시 문고리를 잡았다.
아차, 잊을뻔 했다.
고리를 잡았던 손을 놓고 똑똑하고 정중하고 날카롭게 두번, 문을 두드렸다.
잠시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불안하게 두근대는 가슴을 외면하고, 눈을 꾹 감은채 나자신에게 속삭이며 문을 열었다.
기분 나쁘게 후덥지근한 공기가 훅 밀려나가며 난 눈을 떴다.
당연하게도 안은 비어있었다.
하, 역시 이 보라지.
왠지 모를 승리감에 취해 나는 문을 잠그고 변기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내 배설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순간, 문이 똑똑하고 두드려졌다.
순식간에 요의가 가시고, 식은땀이 등에 주륵 하고 흘렀다.
이 작은 화장실, 내가 문을 잠글때까지 아무도 없던 공간에서 갑자기 내가 앉자 마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나는 변기에 앉은 그대로 굳었다.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아까도 평소보다 몇배는 강했는데, 지금은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
내 온몸을 난도질 하는것 같았다.
똑똑,
똑똑똑,
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