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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가장 공포스러웠던 사건.
게시물ID : panic_501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스트림치킨
추천 : 4
조회수 : 185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6/13 21:33:28
 
 
 
때는 제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인가 였을거에요.
 
중3이나, 고1쯤 이었던 것 같은데.
 
아주 더운 여름이었고, 오후 2시,3시 쯤 밖에 있었던 걸로 봐서 방학 때 였을 거에요.
 
제가 밖에서 놀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할 일이 생겼었죠. 뭐 사소한 걸 물어봐야 했거나 그랬을 거에요.
 
그때 당시 핸드폰이 있었지만, 알 요금제 기억하는 분 있을까요?ㅋㅋ
 
알 요금제 라고 해서 학생 요금제는 알을 다 써버리면 전화도 문자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었죠.
 
마침 저도 요금제를 다 써버려서 공중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수신자부담 전화라고 해서 돈이 없이도 공중전화로 전화를 할 수 있는 게 있었거든요?
 
*23#인가?? 무슨 번호였는지 잘 기억안나는데, 그 숫자를 누르고 긴급통화를 누르면 상대방 전화번호를 누르라고 말합니다.
 
상대방과 전화 연결이 되면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한 10초?
 
짧은 시간 동안 상대방을 확인하고 이 수신자 부담 전화를 받을지 말지 결정하도록 합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겠다고 1번인가를 누르면 전화 연결이 되고, 일반 전화요금보다 조금 비싼 전화요금으로 상대방과 통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이 받더군요.
 
 
 
"여보세요."
 
"야, 누난데 집에 엄마 있어?"
 
"엄마 집에 없어."
 
"엄마 어디-"
 
"(안내방송 노래 나옴)"
 
 
 
전 확인 할 수 있는 10초 동안 빠르게 필요한 걸 다 물어보려 했지만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결국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지 말지 결정중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듯 안내방송이 끝나자. 수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엄마?"
 
"어. 왜."
 
"엄마 집이야?"
 
"아니 밖인데?"
 
"어...? 근데 왜 집전화로 받아?"
 
"뭔 소리야."
 
"방금... 혁이가 받았는데??? 같이 있어??"
 
"아니. 엄마 밖이라니까. 왜 전화 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상하네.. 이걸 왜 엄마가 받아?"
 
"니가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했으니까 엄마가 받지."
 
"어... 이상한데...."
 
"엄마 바빠. 왜 전화 한거냐니깐?"
 
 
 
엄마가 바쁘다고 재촉해서 전 전화건 목적을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한 겁니다.
 
나는 분명 집전화번호로 수신자부담 전화를 걸었는데, 어째서 엄마가 받으신건지...
 
제가 뭔가를 착각한건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만약 집전화에 전화를 걸었다가 동생과 통화하고 끊고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착각한 건 아닌지.
 
근데 제가 착각했다고 생각해봐도 말이 안되는 게 있었습니다.
 
분명 전 동전이 하나도 없었으니 두번 다 수신자부담으로 걸었을텐데,
 
엄마가 받았을 땐, 10초간 확인하고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건 정말 확실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내방송 소리는 딱 한번 들렸었습니다. 기다린것도 딱 한번이구요.
 
 
진짜 멘붕이 왔습니다. 순간 제가 무슨 바보 멍청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전 멍 해져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니 동생놈이 언제나처럼 신나게 컴퓨터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타에 빠져서 매일같이 스타를 하고 있었죠.
 
저는 동생에게 이 이상한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건지 알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야, 너 아까 내가 전화 했을 때. 나인거 확인하고 나서 전화 안받았어?"
 
"어. 그냥 끊었는데?"
 
"야 왜 끊었어."
 
"할 말 다 했잖아. 나 스타하느라 바빴어."
 
 
 
스타에 빠져서 동생놈이 건성으로 대답했고, 전 더욱 멘붕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상대방에 전화를 끊었는데 그 전화가 그대로 엄마 핸드폰으로 연결이 된건지...
 
순간 제가 무슨 치매라도 걸린 줄 알았습니다.
 
전 하루종일 이 일 때문에 멍하게 있었고, 저녁에 엄마가 오시자 전 허겁지겁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엄마. 내가 아까 수신자 부담전화 했을 때, 나 확인 하고 전화 받는 안내방송 나왔어?"
 
"어. 나왔어."
 
"어?? 나왔다고????? 난 엄마 핸드폰으로 전화 건 기억이 없는데... 난 엄마 확인 안했어!"
 
"얘가 뭔 소리하는거야.. 니가 전화를 걸었으니까 엄마가 받았지"
 
 
 
엄마가 절 미친년 보듯이 보면서 말하자 옆에서 수박이나 쳐먹던 팔자 좋은 동생놈이 히히덕 거리면서 끼어들었습니다.
 
 
 
"누나 왜 저런대. 더위먹었나."
 
 
 
뭣도 모르는 동생놈이 깝죽대면서 말하니까 짜증이 났습니다. 전 두 사람에게 계속해서 코치코치 캐 물었고.
 
결국 아까의 일을 자세히 설명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반응은 똑같았습니다.
 
 
 
"니가 착각했겠지."
 
 
 
둘 다 콧방귀를 뀌며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전 혹시 이 두 사람이 나를 놀리나 해서 , 둘이 나 놀리는 거 아니냐고 따져물었지만.
 
둘 다 저를 정신나간 애 보듯 했습니다.
 
더이상 제 이야기를 해봤자 저만 정신병자 되는거 같아서 그 날 이후로 이 얘기는 묻어 두었지만...
 
아직까지도 이 일은 제 인생의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그 더운 여름날이 잊혀지지 않네요.
 
 
저는 절대로 착각하지 않았고, 전화를 두번걸지 않았습니다. 맹세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말이죠...
 
제가 만약 틀린 거라면, 전 동생이 전화를 받고, 안내방송이 나오고, 전화가 끊기고. 다시 *23#수신자 부담 번호를 누르고 긴급통화를 누르고.
 
엄마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10초동안 서로 확인하고, 안내방송이 나올 때 까지의 기억이 없는 겁니다.
 
어떻게 갑자기 한 순간의 기억이 사라질 수 있는 걸까요.
 
전 더위를 먹은 것도. 뭐에 맞아 기억상실에 걸린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만약 제가 그 순간의 기억이 갑자기 사라진 게 맞다면...
 
더 무서운 건.
 
앞 뒤의 상황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는 겁니다.
 
갑자기 어디서 눈을 뜬다거나. 새로운 환경에 있다던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 안내방송 하나로 저의 시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는 것이.. 저는 아직도 멘붕이고, 혼란스럽고, 무섭네요.
 
 
제게 기회가 된다면 죽기 전에 꼭 이 미스테리를 알고 싶어요.
 
제가 정말 단순히 착각한 걸 까요?? 전 그냥 그 순간 갑자기 바보가 됬던 걸까요??
 
혹시 여러분도 어느날 갑자기 한 순간의 기억이 송두리 채 사라진 경험이 있나요????????
 
 
 
 
근데.. 이거 어떻게 끝내야 되죠??
 
긴 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
 
ㅂㅂ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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