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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신파] 1미터급 괴물메기를 잡아라
게시물ID : humorbest_557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컬트신파
추천 : 40
조회수 : 3166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8/22 17:28:47
원본글 작성시간 : 2004/08/21 07:51:03

1. 

회사에서 15분 정도만 가면 저수지가 하나 있다. 

몇 개의 수로에서 흘러든 물이 바다로 가기 전에 모인 곳인데 

제법 넓고 어자원이 풍부하며 낚시비도 받지않는데다 도심에 인접해 있는 까닭에 

사시사철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단 일기나 포인트에 따라 조황이 불규칙해서 

밤새 그림처럼 미동도 하지않는 찌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다 오는 일도 없지는 않고 

신파역시 두어번 가보기는 했지만 별 조과를 올리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 그 곳이 장마철이 지나면서 수량이 풍부해지자 

조황이 크게 좋아졌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70센티급 잉어 5수를 건졌다니깐!!" 

"지난주엔 떡붕어 40센티급을 바루 옆에서 잡아내더라!!" 

"수문쪽 말구 산골음식점 앞에 자리펴면 대박이야!!" 


평소 귀가 얇은 편은 아닌지라 

낚시꾼들의 악의 없는 허풍에 뇌동하지않는 신파였지만, 

민물고기 매운탕중 최고는 메기 매운탕이라 믿는 나로서는 

자재팀 이대리의 마지막 멘트엔 솔깃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큰 메기는 첨이야 첨! 완죤 이무라니깐요 이무기!!" 

"정말이야? 정말 팔뚝만 해? 

"아따,,팔뚝은 무슨 다리통 만하다니깐요" 

"그거 혹시 메기가 아니구 '아구' 아냐??" 

"엥? 민물인데?? -_-+" 

"그,그럼.. 가물친가?" 

"무슨-_-+...가물치에 수염난거 봤어요?" 


이대리의 말인즉 릴낚시에 미꾸라지 미끼를 쓰면 

팔뚝만한 놈에서 부터 다리통만한 놈까지 하룻 밤에 10수는 거뜬하다는 것이고 

지난주 자기가 낚은 메기는 배속까지 삼킨 낚시 바늘을 빼는데 

메기 주둥이에 자기 주먹이 들어가더라며 

양손을모아 큼직한 원을 만들어 내 눈에 들이대가며 침을튀겼다. 


"봐요! 거짓 말 하나도 안보태고 이만해요 이만!!" 

"에라!! 그 정도면 주먹아니라 머리통도 들어가겠다." 

"헐~~ 그럼 한 번 같이 가서 해볼래요??" 


그렇게 괴물메기를 잡기위한 대망의 출조 계획이 이루어졌다. 



2. 


"여보 메기가 혈액 순환에 좋다매?" 

"어 그래? 그럼 내가 먹어야 겠네..." 

"그렇지.그래서 말인데............ 

이번 토욜날 메기를 좀 잡아올까 하는 바람이 있는디..." 


"역시 여보 뿐이야 가서 많이 잡아와~~ 

잡아,,.....잡아,,,,,,,,잡아? 응? 뭘? 뭘 잡어??" 


"메,메기를...(__ " 

"여보...그냥 거실 청소나 하시지요.." 

"거실청소라니 버럭!!.........세탁기도 돌리고 설거지도 해야지 ^^;" 


"음...-_-;;" 



"토욜저녁에 갔다가 아침 일찍 올게.응? 여보... " 

"얘 어차피 군아~~..네 아빠 물에 빠지나 따라갔다 와라."" 

"오~ 아빠 고기 잡으러 가요? 네 엄마 갔다 올게요^^" 


그렇게 괴물메기를 잡기위한 대망의 출조멤버가 구성되었다. 



3. 


장마철 벌람을 막기위해 석축이 쌓여진 저수지 상류쪽에 자리잡은 신파일행 

전에 와서 앉았던 수문 쪽하곤 꽤 떨어진 자리였다. 

"아빠 미끼 껴줘" 

"아빠, 줄 엉켰어" 

'아빠 바닥에 걸렸어" 

"아빠 낚싯대 부러졌어 -_-" 


어린 조사의 쉴 새없는 어필에 따른 치닥거리를 해가며..;; 

겨우겨우 릴6대와 대낚을 한대씩 펴고 자리에 앉아 낚시를 하는데.... 

해가 지기 전까지는 릴 낚시는 꿈쩍도 않고 

대낚에 주로 2004년 산 새끼 손가락 만한 붕어만 몇 마리 올라오더니 

해가 지기 시작하자 뼘치급의 붕어가 간간히 섞여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빠 걸렷어요" 

"머 어디 어디? 땡겨!!" 

"수초에 줄이 걸렸어요" 

'......-_-;;" 




"아빠 물었어요" 

"그래? 땡겨 땡겨!!" 

"모기가 물었어요.." 

"그, 긁어...-_-;" 



"붕어는 좀 올라오는데 왜 릴은 꿈적도 않지?" 

"아따 과장님 좀 진득허니 기다려봐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무렵이었고 

사방은 고요했고 모기들이 달려들기 시작하길래 

바르는 모기약을 어차피군의 팔다리에 발라주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꿈적도 않던 릴대하나에서 "털렁~".하는 소리가 나더니 

릴 끝이 마구 요동치는게 보였다. 

이대리 신파 어차피군 셋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왔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어차피군이 엉겁결에 릴을 들자

릴대가 휘청 꺽이며 어차피군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어어...아,아빠;;;; -_-;;"

"야,야 이리줘!!"

고기 잡으려다 애 잡을라..날렵한 동작으로 릴을 뺏어들었다.


"피잉~ 피잉~"


끊어질듯 팽팽해진 낚싯줄을 통해 

릴을 감기는 커녕 바로 세우고 있기도 힘들 정도의 육중한 무게감이 전해왔다. 

팔뚝의 힘줄이 터질듯 부풀어오르는걸 느껴졌다...



"와! 와~"

어차피군의 함성도 


"뜰채어딨어?..뜰채!!" 

소리치는 이대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4.


대어를 걸었을때 절대적으로 지켜야할 수칙이 있다면 그건 

반드시 릴을 똑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릴대의 탄력이 있는한 고기는 쉽게 바늘에서 빠지지않는다.

대어의 힘에 굴복해서 낚싯대를 세우지 못하면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할 수 없게되어 바늘이 펴지거나 

목줄이 끊기거나 또는 고기의 주둥이가 터지면서 

대어와의 상견례는 취소되고 허탈함만을 낚게 되는 것이다.

릴을 세우기에 급급해 버티고만 있기를 얼마나 했을까....?

물속에서의 저항이 약간 약해지는게 느껴졌고...조금씩 릴을 감기 시작했다.



서너바퀴 감다가...멈췄다가

다시 서너바퀴 감고...또 멈추고...다시감으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의 차량으로 인한 영동고속도로의 

정체가 지속되고 있는 현장에서 신파특파원이 전해......(머래니;;)



잠시 샛길로 빠진건 제외하고 암튼...

체감시간 두시간에 해당되는 5분쯤이 지났나보다.

드디어 녀석이 처음으로 수면에 얼굴을 내밀었다.

30여미터 전방의 수면에 나타난 시커멓고 커다란 아가리...


"와우!!!" 

역시 이구동성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아빠 저,저게 머여?"

"야!! 진짜 큰데요."

"메기 맞냐?...가물치 같기도 하고...?"


신파일행이 요란떠는 소리에 주변 갤러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버라이어티한 의견들이 보태졌다.


"크다!!"

"머야? 메기야 가물치야?"

"한 1미터는 되겠는걸?"

"베스 같은데...-_-a"

"상어 아녀??"



5.


먹이를 통채로 삼키는 메기의 습성상 

바늘이 빠져나올 염려는 안했지만

바늘을 맨 목줄이 끊겨 나가거나 

원줄이 끊길지 모른단 조바심 속에서 릴을 감았고


마침내...



몰려든 갤러리들의 환호성 속에서 놈을 끌어낼 수 있었다.



과연....난생 처음보는 초대형 메기였다.

아무리 박하게 잡아도 70센티는 족히 됨직한 대물이었다.



관객들 중 한 사람은 

"거의 일미터 정도 되겠는걸?"하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도 있었는데,

그 화자가 동공에 백태가 비치고 

좀 전에....."저거 상어아녀?"..라고 흰소리를 한 이와 동일인임이 밝혀지자 

곧 바로 무시되긴 했지만.....


"이런 놈은 보기도 처음이네..."

"저수지 수호신 아녀?"

"그러게,,도로 놔줘야 하는 아닌가 몰러.."

"저,저 입 속으로 어른 주먹이 다 들어가네그려.."

"저,무슨 미끼 쓰신거에요?"


질시와 부러움이 섞인 관중들의 분분한 멘트 속에서 

귀에 쏘옥~ 들어오는 참신한 멘트가 있었다.


"와!! 왕 올챙이다!!!"...........<-- 어차피 군...-_-;;


하긴 메기를 처음보는 어차피군이니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러고보니 메기 생김새가 올챙이를 뻥 튀기 해놓은 것 같기도 하다......^^;


방금 잡은 메기를 살림망에 담아 놓으니 그때까진 가뿐하던 망이 

메기 도망 안가고 잘있나 본다며 수시로 확인하는 어차피군이 

제대로 들지도 못할만큼 묵직하다.

과연 한마리 만으로도 가까이 사는 두 동서네 식구를 불러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해보인다.



6.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후에도 먼저 잡은 놈만은 못해도 40센티급 메기 3마리를 더 잡았고

대낚시에서도 뼘치급의 붕어가 찌를 시원스럽게 쭉쭉 올려주며 

심심찮게 올라와주는 바람에 제대로 손 맛을 볼 수 있었다.


물속에 담궈둔 살림망은 고기들로 인해 터질듯 했고 

신파일행의 기분은 같은 이유로...... 째질듯 했다.


자정이 지나면서 입질이 뜸해지기 시작하자

의자에앉은 어차피군이 연신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졸리지?...그만잡고 갈까?"

"아,아니 더해...하품~ .-o-;."

"그래요 신파과장님 많이 잡았는데 그만 철수하죠.."

"그래 그럼 철수하자구~"


낚시대를 추스리고 살림망을 들고 일어서니 

아예 꾸벅꾸벅 졸고 있는 어차피군..

그 모습을 본 이대리가 말했다.


"과장님 짐을 저 주시고 어차피군을 업으세요"


"어 그래야겠어.."


헤어벤드형 랜턴으로 길을 비추며

어차피군을 업고 주차장소를 향해 걸어가는 길..


살림망은 고기로 가득하고

낚시터의 밤공기는 시원하고

어차피군의 가늘게 코고는 소리가 기엽고

이대리의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은 유쾌하고

수면에 수놓아진 낚싯꾼들의 캐미라이트 형광 빛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이게 밤낚시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내일있을 푸짐한 메기 매운탕 안주를 겻들인 소주타임을 생각하니

더 더욱 흐뭇하기만 하고.......



저수지주변 공터에 세워둔 차에 거의 다와갈 무렵이었다.

걸음 걸이에 따라 흔들리는 랜턴빛에 

저수지가에 세워둔 하얀 입간판이 보였다.

올 때는 눈여겨 보지않던 간판이었는데

랜턴 빛에 반사되는 흰 빛이 유난히 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녀의 자전거처럼...(또 머래니;;)



입간판 글씨가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별 생각없이 글을 읽기 시작했다. 



1) 본 저수지는 수심이 깊고 수문개방시 물살이 빠르므로 수영을 삼가....

(음 그렇지...수영은 위험하지..)



2) 본 저수지는 낚시 및 기타 어로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니....

(응? 낚시 금지야? 그래서..그만하고 가잖아..히~ ^^;)



"과장님 안가구 머하세요?"

"어, 그냥 ,,자 가자구....."

'네 가요...근데..어? 자, 잠깐만요...-_-;;

'어,,왜그래?"

"이..이런.........씨앙!!!!!!!!!..-_-;;"

"아 글쎄 갑자기 왜 그러는데?"



" ☞ 저, 저길 좀 보라구요...젠장!!!!!!!!!!! " 


"대체 멀,,,,헉,.....헉스!!!!!!!"



평소 절실한 크리스챤이었던 이대리의 입에서

이교도적 상소리가 튀어나오게한 그 문구....

기대에 부푼 신파를 허탈함으로 털썩 주저앉힌 그 문구....

이번 밤낚시에 갈끔한 피어리어드를 찍은 그 임팩트한 문구....

낙천가 이대리가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가르킨 입간판의 3번 조항.......




그 저주받은 글귀를 눈물을 머금고 지금 여기에 옮기는 바이다.......징징...-_ㅠ





3) 본 저수지는 쓰레기 매립장의 침적수와 정화조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으로서 이곳에서 포획한 어패류는 식용으로 사용해선 안됩니다...





본 저수지는 쓰레기 매립장의 침적수와 정화조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으로서.... 

본 저수지는 쓰레기 매립장의 침적수와 정화조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으로서.... 

본 저수지는 쓰레기 매립장의 침적수와 정화조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으로서.... 

본 저수지는 쓰레기 매립장의 침적수와 정화조 및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으로서.... 




7.


지구의 오염원 인간이 만든 어려운 환경속에 용케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살링망을 가득채운 물고기들을 다시 저수지에 놓아주면서

신파의 눈가에 잠시 물기가 비친 것은.............


단지.....지금 잠들어고 있는 어차피 군에게 

내일 아침 왕올챙이의 행방에 대해 설명할 멘트가 떠오르지 않아 

배어나온 땀 방울에... 고온다습한 여름 밤의 이슬이 더해진 것일 뿐...



신파를 그깟 메기 매운탕 못먹게되서 눈물흘리는 

쪼잔한 부류라 여기지 말아주기 바란다.





일동: 네. 저희는 신파님을 믿어요.^^/

신파: 네.네. 감사합니다. (__)


일동: 좋아???? ^.~ 


신파: ...벌러덩~ ...~(_-_;;)~ 






※참고


★메기

메기목 메기과의 민물고기. 

분류 메기목 메기과 
생활방식 야행성, 무리를 이루지 않음, 오염된 물에서도 잘 견딤 
크기 몸길이 25∼30cm(때로는 100cm 이상) <--밑줄 쫙ㅡ 
체색 등쪽 어두운 회색, 배쪽이 흰색 
산란시기 5∼6월 
서식장소 물살이 느리고 바닥에 해캄이 깔려 있는 하천이나 호수, 늪 
분포지역 한국·일본·타이완·중국 등지의 담수계 






◆ 울면서 글쓴이: 신파.......ㅡO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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