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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끌려갈 뻔 했던 썰.txt
게시물ID : military_55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長吉山
추천 : 12
조회수 : 2276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5/05/21 15:16:15
대딩 때 동아리가 풍물패여서 자연스레 시위도 몇 번 나가고 준운동권 생활을 했습죠. 2학년 끝나고 96년 3월 군대를 갔는데 대학 친구란 게 뭐 뻔하죠. 부대 밖에선 술과 밥셔틀, 부대 안에선 편지셔틀....

근데 편지도 맨날 받던 놈들한테만 받으니까 지겹더라구요. 그래서 알고 지내던 여자사람칭구한테도 편지 한 통 보내라고 압박을 좀 넣었습니다.

 그랫더니 학생회활동하는 여자애한테서 편지가 한 통 왔더군요. 그때가 대략 상병 5호봉 정도? 그동안 ㅊㅈ편지라고는 한 통도 온 적없는 저였는데 미리 행정반에 내 앞으로 여자이름 편지 올 거니까 잽싸게 갖다바치라고 후임한테 미리 주문도 넣어놓고.

햇볕 좋은 가을날 장비점검(통신이었습니다 1732)을 하고 있던 저는 갑자기 중대본부에서 호출을 받습니다. 편지때문에요...... "오징어 상병님 빨리 오시랍니다. 좀 큰일 같은데요." 왜??? 무슨......

중본으로 가니 이번엔 운용과로 가랍니다. 중대장은 대위 운용과장은 소령. 대대 넘버 2죠.

운용과장이 묻더군요. 입대 전에 뭐했냐 음 대딩...4년제? 음... 혹시 사회에서 데모했었냐?? 지금도 걔네들이랑 연락 자주 하냐?? 
사실 전 혹시나 군악대 소속 풍물패라도 가볼까 해서 훈련소에서 쓴 종이에 특기로 풍물!!! 을 대빡만하게 써 논 전적으로 96년 8월 연세대 사건이 터졌을 때 간부들 면담을 좀 했었어요. 
각설하고 이러저러해서 그냥 시위 몇 번 선배한테 이끌려서 나간 정도다 했더니

운용과장이 그 문제의 편지를 내밀더군요. 이미 개봉된...

그 미친 여자아이가 웬 난데없이 소녀감성 듬뿍 넣어 이쁜 반투명 비닐 재질  꽃무늬 편지봉투에 쓴 편지였습니다. 사실 내용이야 뭐 뻔했죠. 뭐 남친도 아니고 걍 남자인 친구일 뿐인데. 하여튼 읽어보라길래 읽어보니 그냥 억지로 쓰는 티 역력한 잘 지내고 블라블라 휴가 나오면 편지값으로 술 쏘삼 블라~~ 

도대체 뭐가 문제.....싶어서 운용과장 얼굴을 멍때리고 보고 있으려니 한 말씀..."뒤집어봐."

Aㅏ.......이 ㅊㅈ돌아이가 봉투를 이쁜 거 사느라 돈을 다 썼는지 어쨌는지 편지지는 굴러다니는 아무 a4용지나 집어서 뒷면에 썼더라구요. 봉투가 니미랄 시스루 재질이라 다 쓰고 접어서 봉투에 넣으면 뒷면이 비치겠죠?? 

뒷면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피식 나오려다가 분위기 파악하고 정색했습니다. 

"한총련 긴급 투쟁지침!!!
미제의 전쟁책동 분쇄와......"

하.......온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영창 피아노  소리가 환청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과거를 캐묻는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하고 나왔습니다.

대대 전체 200명도 안되는 부대에 소문은 쫙 퍼져 부대 내에 이후 제 별명은 빨치산이 됐고...다행히 뭔 뒷조사를 했는지 진짜 쩌리였음이 밝혀졌는지 그냥 앞으로 조심하라고 책 몇 권 압수당하고 끝났네요.

휴가 나와서 물어보니 귀찮게 편지를 왜 쓰라고 지랄인지 조때바라고 일부러 그랬답니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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