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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이슈 보며 제가 박사과정 포기한 이야기 한번 써봅니다
게시물ID : science_555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적절한답변
추천 : 13
조회수 : 1189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5/11/28 19: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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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글 써봅니다.

저는 서울의 모 대학교 공대에서 학사 석사까지 마친 아저씹니다.

학부생시절 학과내에서 이런저런 활동으로 대학원 선배들에게 대학원 진학권유를 많이 받았고, 저 역시 박사라는 꿈을 갖고 3학년부터 지도교수님을 택해 연구실에 들어갔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학부생때부터 학술대회도 나가고 저널논문도 실어보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그 근거없는 자신감을 근거로 석박 통합과정에 입학을 합니다.

처음엔 같은 연구실에 있던 박사 연구과정 형님이 진행하던 연구를 보조합니다.

이미 이론적인 근거와 전체 검토는 된 상태, 실험으로 입증만 하면 됩니다.

전 밤을 지새워가며 실험을 돕기 위한 H/W도 제작하고 F/W도 짜면서 함께 일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진심 흥미로웠고 즐거웠으니까요.

덕분에 썩 좋은 결과를 냅니다. 덕분에 이 형님도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하게 됩니다.

이때 교수님이 이 형에게 하나만 더 하고 가라고, 이걸로 SCI논문만 완성하고 가거라 합니다.

근데 이미 지칠대로 지친 이 형은 쪼금 끄적거리다 목차만 작성하고선 휘리릭 떠나버렸지요.

덕분에 논문의 완성은 교수님이 90%는 진행하시고, 제가 10정도의 노가다작업을 보태서 SCI급 저널에 제출합니다.

이때... 교수님이 절 제1저자로 적어서 제출해버리셨습니다.

기분이 묘하더군요. 절 한껏 배려하신거였겠지만요.

뭐 논문 뒤에 짤막하게 이름 하나 실을정도는 일했다고 생각했지만 제1저자급은 아니었거든요.

이 연구의 전체 진행은 바람처럼 사라진 박사형이 한거고, 논문작성은 교수님이 직접 하신걸요.

게다가 상당히 잘된 논문이었기 때문에 당연하게 게재 승인이 되고 전 대학원 입학하자마자 SCI급 논문을 게재한 우수한 학생이 된겁니다.

이것은 제가 박사과정을 포기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잽싸게 제가 하던 연구주제로 석사논문을 써버리고 4학기만에 도망쳐버립니다.


전 제가 쓰지 않은 논문으로 SCI급 저널에 이름을 실었고, 당시의 제 소속과 신분이 그대로 적힌채 현재까지도 인용지수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10년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이 편칠 못합니다.

중간에 회사도 다녔고 국가연구소에서도 일하면서 중간중간 박사 진학의 꿈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이 일이 족쇄가 되어 도무지 원서를 낼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전 제 전공 공부가 좋고 연구업무가 재미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지도교수님의 그 작은 배려가 제겐 마음의 족쇄가 되어 늘 꿈꿔오던 학자의 길을 스스로 포기해야한 합니다.

아직까지도 누가 그 논문에 대해 메일로 질문이라도 할까봐 무섭습니다.

어린 학생에게 이 마음의 짐을 말해주고 싶네요.

자네가 함부로 짊어질 만한 무게가 아니라고 말이죠.
출처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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