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씻고, 늘 그랬듯이 습관처럼 물고기들 밥을 주러 갔는데 어항에 있던 큰 금붕어놈이 안 보여서 순간 덜컥했다.
나보다 이 집에서 더 먼저 산 놈이었다.
3년 살았으니 조그만한 금붕어 치고 오래 살았다.
그래도 제법 잘 자라줘서 하얀 꼬리가 몸통보다 더 길게 하늘하늘 거리던 놈이었다.
정말 예뻤다. 몸통은 티 하나 없는 단풍잎 색이었다. 너무 예뻐서 헤엄치는걸 보고 있으면 그저 넋을 놓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꼬리 끝만 닿아도 기분이 묘해 조심조심히 물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으면 먹이인 줄 알고 손가락에 입을 부볐다.
간지러워서 웃으면 녀석은 손가락 주위를 맴돌았다.
주인을 아는건지, 그냥 밥 주는 손가락을 아는건진 몰라도 내가 꼭 밥주는 시간이 되면
낮게 튀어올라서 찰박찰박 거렸다. 꼬리를 한 껏 위로 치켜들고 수면을 내리치며 밥을 달라 조르곤 했다.
그리고 밥을 넣어주는 척 두 손가락만 비비면 밥이 오는 줄 알고 손가락 위에서 뻐금거렸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곤 했었다. 그럼 왜 웃냐는 듯 밥을 달라는 식으로 또 꼬리로 물을 튀겼었다.
진주린은 그걸 또 거드는지 옆에서 빠르게 뻐끔거리며 손가락 주위를 배회했다.
이렇게 나는 녀석들에게 정을 붙였었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인진 몰라도 녀석도 내게 정을 붙였었다.
한 두번씩 백점병으로 아플때 약을 풀어주며 아프지 마, 아프지 마, 하고 어항 벽에 붙어 가만 보고 있으면
몸을 벽까지 끌고와 내 코와 자신의 얼굴을 마주대던 아이였다.
참 영리한 거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침에 새끼손가락만한 진주린 애기가 밥을 안 먹는다.
큰놈이 있을때까지만 해도 맨날 밥을 뺏겨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치이던 놈이,
막상 넉넉히 먹으라 넣어주니 한 두 알 먹고 더이상 안 먹는다.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러다 느리게 어항을 한 바퀴 빙 돈다.
머리 나쁘다고 유명한 물고기도 정이 있고 친구가 있었나보다.
처음 온날부터 자기 덩치 3배나 되는 놈한테 엉겨붙고 놀고, 잘 때는 꼭 배를 붙이고 자던 두 물고기였다.
이제 너무 커져버린 집이 적응이 안되는지 진주린이 느리게 배회만 반복할 뿐이다.
살만큼 살고 간 녀석이니까 잘 가라고 해줘야겠다.
네 동생은 내가 잘 보살필게. 거기선 우리 집 어항보다 10배는 더 큰 곳에서 헤엄치고 놀렴.
다시 태어나면 그때 또 내 물고기로 왔으면 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