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서른 살은 처음이라. 서른 살 생일을 맞는 날 맞은 버라이어티한 일의 정점은 모르는 남자와 키스.
나이 서른 먹도록 이게 뭐하는 짓인지 나에게 쪽팔려 하는 나에게
신피질의 재앙이라 설명해주는 다시 못 볼 그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못 볼 사이라 애틋해서, 건투를 빈다며 이번 생은 어차피 모두 처음이라. 말하는 남자
잠시 잊고 있었던 이번 생도 이 순간도 다 한번 뿐이라는 걸.
2부. 키스는 제가 처음이라.
이렇게 까지 깜깜할 줄 몰랐고 이렇게 까지 외로울 줄 몰랐던 암울한 터널 속 주저 앉았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그나마 편했던 곳 그곳에서 들었던 말.
"혹시 시간이 좀 되시면 저랑 결혼하시겠습니까?" ..
3부. 프로포즈는 처음이라.
올라올 땐 반짝거렸는데 많이 도 치이고 다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내려가는 고향 가는 길
난데 없이 나의 꿈을 들고 쫓아 온, 내가 필요하다고 처음으로 말해준 그 남자에게
'저랑 결혼 하실레요?'
혹시 저를 좋아하십니까?
아니요
4부. 결혼은 처음이라.
힘든 본인을 포함한 88년생들, 삶에 어떻게 남들처럼 살아야 하는지 궁금증에 대한
이미 모든 게 포화나 고갈 상태이기 때문에 최악의 내일을 피하기 위해 사는 건지도 모른다.
결혼도 그저 평범하게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한다.
5부. 약속은 처음이라.
'그럼 같이 가시죠. 울어도 괜찮으니까 나랑 같이 가요 내가 옆에서 같이 있어 줄께요.'
서로의 이익이 만나는 간단한 일 이였던 결혼. 간단치 않은 일이 시작 되어 버렸다.
잠시 기뻤다 나에게도 '우리'가 생긴 줄 알고
'그러니까 이제 쉽게 우리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착각하니까.'
당신에게 내가 상처 주고 싶었다는 것. 우리의 중력이 깨졌다.
스물넷 욜로족이 맥락 없는 영어가 적힌 나에게 준 책 서문 중.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거 아까 검색해 봤는데 그래 비싸더라. 이천사 십팔년까지 집이랑 같이 갚을께"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빨리와 우리집에 가게'
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