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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는 악법이 아닙니다.
게시물ID : sisa_5542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유유
추천 : 1/6
조회수 : 117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10/02 22:43:00
클리앙에서 퍼왔습니다.
http://clien.net/cs2/bbs/board.php?bo_table=park&wr_id=32682284&page=8






단통법과 도서정가제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단통법은 악법이지만 도서정가제는 악법을 고치려는 법입니다.


단통법과 도서정가제가 동일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점이 무척 안타까워 아래에 링크걸린 예전 글에 덧붙여 몇마디 보충하고자 합니다.

 

 http://m.clien.net/cs3/board?bo_style=view&bo_table=park&page=1&wr_id=27496808 

 

단통법은 그 이름에서부터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즉 단말기에 관한 법입니다. 이동통신사법이 아닌 ‘단말기’의 ‘유통’에 관한 법인데 실상 이 법의 관건은 단말기제조사가 아닌 이동통신3사가 쥐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는 상호종속적인데다가, 우리시장은 자급제시장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 이동통신3사가 단말기 유통의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甲의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이동통신가입자는 5,000만명을 넘어선데 반해 자급제는 30여만명 수준이었습니다. 올해 들어선 통계수치가 좀 오락가락한데 어느 통계를 보더라도 자급제는 5%를 넘기지 못합니다. 이 곳 클리앙에서야 해외언락폰 구매가 빈번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락폰을 모릅니다. 아마도 멜론폰의 유사제품으로서 '언'더그라운드 '락'음악을 주로 들을 수 있는 '폰'으로 인지하고 있을 지도요… 

 

반면에 세계시장은 우리나라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이트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통신사 유통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매된 휴대전화는 59%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금 현재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휴대전화를 직접 사서 오는 사람에게는 이동통신사들이 최대 20∼30%의 요금할인 혜택도 줍니다. 이동통신사를 끼고 휴대폰을 구매하며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고객에게만 엄청난 보조금을 (불균일하게) 퍼부어주고 자급제폰 사용자는 찬밥대우인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요.

 

여기에 더해 선불폰 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극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선불폰은, 대포차처럼 범죄에 악용된다든 지, 신용불량자나 범죄자들 혹은 조선족 등이나 쓰지 않느냐는 식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게끔하는 교묘한 언론플레이마저 종종 보일 정도입니다. 이태리던가요 ? 거기는 이통사 통신요금은 부가세를 매기고 선불카드는 면세인가 감세를 해 줘서 선불시장이 더 크다고 하더군요. 국내는 선불시장은 철저히 억눌려 있구요.

 

이렇게 우리 시장은 5:3:2 의 철저한 삼분구도가 고착화되어있습니다. 이 세 회사는 마치 독점을 하지 않고 자유경쟁하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여주는 척(!)만하고 있지 실질적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합을 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통신서비스의 질을 높여 제공하는 것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자급제폰 시장과 prepaid 시장을 최대한 억제하고, 단말기제조사의 최신제품에 보조금을 엮어 고객을 획득하면서 온갖 약정과 위약금 등으로 고객을 보유하고 낙전수입을 노려 쓰지도 않는 폰의 가입비와 일시정지요금 등의 수익을 긁어내는데 여념이 없을 뿐입니다. 

 

국가도 이를 묵인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통신인프라 설비투자에 이통사들이 돈을 들이는 것을 정부가 밀어주고 그 비용을 국민들에게 이동통신요금으로 삥뜯는 것에 대해 방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SKT가 하든 KT가 하든 LGT가 하든, 다 만들고 나면 나중에 쓸 일이 있겠거니 싶은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일전에 쓴 글처럼 개나소나 초고속인터넷망 깔았다가 혈세낭비가 될 뻔 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인터넷강국의 밑거름이 되는 반전을 기대하는 건 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m.clien.net/cs3/board?bo_table=park&bo_style=view&wr_id=15981182

  

그동안 3대 이통사는 자신들의 이익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하여 단말기와 서비스의 전환비용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전환비용에는 장비자체의 호환성, 가입,약정,해지,위약금 정산 등의 전환에 대한 금융비용,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학습소요, 마일리지 멤버십 등등이 포함이 되는데 각 이통사들은 이 장벽을 높게 쌓아둡니다. 그래야 고객을 안 뺏기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를 묵인해 줍니다. 

 

이번 단통법(+통신사들의 위약4신설)이 악법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전환비용을 예전보다 더 높게 만들어 시장과점 형태를 더욱 공고히 해주고 통신비용의 증가를 도모하면서 이통사의 이익만 배부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긴 합니다만, 삼성이 갤럭시알파를 싸게 출고하려 하였으나 이통사들이 더 비싸게 출고가를 책정하는 작태를 범하기도 했다지요. 유통을 툴어쥐고 있는 자들이 보여주는 횡포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여기에 더해 높아진 통신비용으로부터 빼내가는 부가세 세수증가는 덤인 셈입니다. (참고로 책은 면세입니다. 도서정가제로 인한 세수증가는 실질적으로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2013년 이동통신3사의 ARPU가 3만3천원이 넘는데 이는 2010년의 3만원에서 10%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아마도 단통법 이후에는 더 늘겠지요. 그에 따라 정부는 세금도 거대한 규모는 아니나 조금이라도 더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 수 있고 말이지요. 요새는 순위가 몇 위인 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억으로는 십 년 넘게 대한민국이 국민1인당 소득대비 이동통신 평균매출액이 전세계 1위였습니다. 제가 피부로 느끼는 비용만 해도 2G폰 쓸 때와 3G폰 쓸 때 퀀텀점프 수준의 지출증가가 있었고, 3G 무제한 요금제에서 LTE무제한 요금제는 따블 느낌의 지출증가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입니다.  

 

사실 필수재에 가까운 이동통신 요금을 내려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은 매우 쉽습니다. 자급제 시장을 키워주고 선불폰시장을 활성화시켜주면 됩니다. 그리고 그간 끊임없이 불공정거래행위로 지탄받아온 가입비를 없애버리고 일시정지 비용을 낮추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제조사와 유통업자간의 밀월관계를 끊어내고 제조사와 유통사를 분리시켜 주면 됩니다. 전환비용을 낮추어 이통사들간의 바람직한 경쟁을 도모하게하고 이통사가 유통을 장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제조사간의 경쟁을 통하여 가성비도 좋고 자기 용도에 맞는 휴대전화를 국민들에게 보급하면 됩니다. 당장 단말기 구입대금은 비싸지겠지만 누구나 다 비싼 폰을 사기 위해 신경안써도 됩니다. 지금은 비싼 폰에만 보조금이 왕창실려 싼 폰을 사느니 차라리 비싼 폰을 사서 통신요금 펑펑 쓰자는 분위기가 정착되었지만 이 또한 제조사와 단말기유통사인 이동통신서비스 업자의 플레이에 휘말린 셈이니까요. 

 

결국 문제는 유통입니다. 단통법에 나와있는 단말기 ‘유통’바로 그 자체이지요. 

 

예를 들어 우리가 CD를 사서 CDP로음악을 듣는 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CD플레이어는 CD가 없으면 조그만 불빛 몇 개 번쩍이는 장난감일 뿐입니다. CD플레이어는 CD가 없으면 조그만 불빛 몇 개 번쩍이는 장난감일 뿐입니다. CD와 CD플레이어는 이렇듯 상호종속적입니다. 휴대전화와 이동통신서비스가 그러하듯이. 단말기가 없으면 이동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이동통신서비스가 없으면 단말기는 시계이거나 아이팟터치일 뿐이죠. 어떤 CD플레이어 제조사가—여기는 클리앙이니깐 소니로 하죠—소니가 음악CD를 사서 들으면 약정을 걸어서 싸게 공급 해 주겠다고 합니다, 아니, 주는 척 합니다. 있쟎아, 원래 CD가격이 1만원인데 우리 소니껄로 들으면 공짜로 듣게 해 줄께, 대신 월 사용료를 얼마씩 내라. 그런데 우리 소니 CDP로 음악을 들으려면 가입비가 있어, 그리고 한 두어달 어디 절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위해 음악 안 듣겠다 싶으면 한 달에 얼마씩을 내고 일시정지를 해. 아~ 그리고 말야, 그 CD는 소니CDP에서만 들을 수 있어, 락이 걸려있단 말이지, 그래서 파나소닉CDP로는 못 듣는다구. 지금의 이통사의 단말기 유통구조를 과장 좀 보태면 이런 식입니다. 어떤 물품이나 서비스의 공급 유통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특정한 소수의 업체에 집중시켜버리고 다른 유통으로의 전환비용을 높여 버리면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제한됩니다. 소비자에게는 피해가, 이득은 유통사 거진 다 가져갑니다.   

 

도서정가제는 유통을 다변화 시키는 의도입니다. 단통법과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북풍 몰아치는 한겨울 새벽에 핸드폰을 싸게사기 위해 줄 서는 고통을 줄이려는 어느 위정자분의 참으로 고맙기 그지없는 충정심의 발로로 만들어진 이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의 칼자루를 쥐고 있던 통신사에 오히려 유통을 몰빵시켜 권력과 부를 집중시키는 법안이지만, 

 

도서정가제는 그동안 도서유통의 절대강자였던 대형온라인 서점에의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 도서 유통의 생태계, 나아가 출판유통 전반의 생태계 복원과 다변화를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그게 도서정가제와 단통법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아까 어느 분의 리플에 보니, 초창기 도서정가제도 골목서점들을 위해 법안을 시행했지만 원래 경쟁력이 없었던 골목서점은 그대로 다 망했을 뿐이다, 라시던 분이 계시던데요, 사실관계를 반대로 알고 계셔서 바로잡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실시된 도서정가제는 인터넷서점을 살찌우고 골목서점을 죽이는 악법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넷비즈니스를 키운다는 미명하에 인터넷서점은 가격인하를 허용 해줬었고 동네서점은 정가제를 강제했습니다. 해당내용은 아래 링크의 국가기록원이나 법제처 사이트 등에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http://www.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3622

 

이 때 제정된 도서정가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정거래위원장이 협의해 지정하는 발행된지 1년 이내의 도서에 한해 정가판매를 의무화한 법입니다. 일반적인 책들은 대부분 해당이 됩니다. 법에 따라 출판사는 책에 정가를 표시해야 하며, 서점은 정가에 책을 팔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서점처럼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책을 판매하는 경우 정가의 10% 범위 내에서 할인해 팔 수 있다고 규정하여, 동네서점은 할인이 불법이었고 인터넷서점의 할인은 합법적으로 촉진시켰습니다.  

 

그 결과로 인터넷서점은 급격히 흥하고 다수의 오프라인 서점은 망했습니다. 물론 이 법 때문만이었겠습니까. 저녁이 없는 삶, 어디 서점가서 넉넉히 책 몇 권 훓어보다 책 한 권 사들고 집에와서 맥주 한 캔 하면서 책을 보는 느긋한 삶이 사라진 시대, 참고서가 아닌 다른 책을 읽으면 경쟁에 뒤쳐져 시대의 낙오자가 되어야 하는 사회분위기 등등이 더 큰 원인이긴 하겠지요. 다만 이 글은 유통에 관한 글인지라 그 내용은 논외로 하겠고요,

 

이처럼 도서유통에 있어 특정플랫폼에 인센티브를 주게 되고 가뜩이나 가격경쟁력이 약한 중소서점들은 망합니다. 이미 종로서적은 교보와 영풍의 틈바구니 속에서 2002년에 최종부도처리되어 폐점이 되었고, 동네의 어지간한 서점들도 버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나마 대학가 앞 사회과학서점들이 끝까지 고군분투했으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도서 유통시장은 인터넷대형서점과 교보, 영풍, 서울문고가 칼자루를 쥐고 있습니다. 유통이 집중되었고 콘텐츠는 유통의 눈치를 보아야지만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마치 이통사가 단말기 유통을 틀어쥐고 있듯이, 인터넷대형서점들은 서적콘텐츠 업체에 대해 철저히 슈퍼갑의 지위를 휘두릅니다. 이렇게 시장이 한 쪽으로 쏠리고 독점 또는 과점이 심해지면 결국 도서유통 생태계는 파괴되고 맙니다. 이를 방지하며 도서의 일물일가를 유지하여 중소서점과 중소출판사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 도서정가제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일전에도 장황한 글을 써 둔 적이 있으니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셨으면 합니다. 

 

 http://m.clien.net/cs3/board?bo_style=view&bo_table=park&page=1&wr_id=27496808 

 

 

참고로, 위 링크의 글에 나오는 랑 법(Lang law)이 더 한층 강화된 도서관련법이 최근 프랑스에서 새로이 지난 7월쯤부터 시행되었는데 이 법은 앞서 말씀드린 우리나라의 초창기 도서정가제와는 완전 반대입니다. 인터넷서점은 할인판매를 할 수 없고 무료배송을 금지하며 대신 동네서점을 포함한 오프라인 서점은 책 값의 5%까지 할인해 파는 것을 허용해 줍니다. 그래서 프랑스 출신으로 요즘 가장 센세이셔널한 정치경제학자인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아마존에서 25유로를 줘야하는데(정확히는 배송비를 포함해서 25.01euro 겠지요) 동네서점에서는 23.75유로로 살 수도 있습니다.

 

클리앙 회원님이시라면 어디서 책을 사시겠습니까 ? 이른 퇴근길 동네서점에 들러 과연 이 책이 내가 볼만한 책인 지, 물경 800여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과연 내가 읽을 수나 있을 지 대충 한 번이라도 훓어보고 책의 질감이며 인쇄상태도 확인한 연후에 2만3천7백5십원에 사시겠습니까, 아니면 훓어보지도 못한 채 그저 다른 사람들 얘기나 언론의 서평 몇 자만 보고 인터넷에서 내일이나 되어서야 받아볼 수 있음에도 더 비싼 2만5천원에 주문하겠습니까 ?   저같으면 당연히 동네서점에서 삽니다. 무려 1,250원이나 싼 데다가 지금 당장 집에 들고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지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 출판사들은 대형서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대형서점들이 광고비나 판촉비를 강요하면 동네서점들을 뚫으면 됩니다. “내가 너네 책 베스트셀러에 올려줄게, 대신 광고비 좀 써…”라는 횡포에 맞설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자급제폰과 유심반값으로 MVNO이통사로 옮기듯이.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작은 서점들이 근처에 생겨납니다. 바로 제 앞글의 리플에 제가 간략히 소개해드렸던 부산의 인디고 서원 같은 곳이 그 예입니다. 인디고서원은 학습참고서가 없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입니다. 

 

http://www.indigoground.net/ 

 

최근 인디고서원의 운영진이 올린 글은 바로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글인데 참 짠하더군요. .

 

http://www.indigoground.net/jBoard/view.html?bcode=indigo_38&no=62&page=1

 

제목은 “꿈이 좌절되면 갈망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재회가 불가능하면 그리움이 그 자리를 메우지.” 시간 여유가 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봐주셨으면 합니다. (아~ 저는 그 서점과 전혀 무관하고 운영진과는 일면식도 없습니다. 광고나 홍보는 아니오니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세월호특별법을 위해 단식에도 참여하고 박근혜의 자갈치시장 방문을 비판하며 청소년들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해주고자 노력하는 인디고서원 같은 서점들이 유지되기 위해서 도서정가제는 고육지책으로 필요합니다. 인터넷 대형서점과 오프라인 대형서점만이 이 땅의 도서유통을 잠식해버리고나면, 삼성과 이건희와 박근혜와 국정원을 비판하는 책들은 어쩌면 서가에서 깡그리 사라지고 말 지도 모릅니다. 

 

이런 서점뿐만이겠습니까. 대전복합터미널에는 영풍문고라는 대형서점이 있는데 그 앞에 무려 건담덕후들의 심장을 건덕건덕하게 만드는 프라모델전문 매장이 있습니다. 동네서점들이 살아난다면 프라모델전문서적을 구비하고 프라모델 제품도 함께 구비한 테마서점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까지 함께 제공하는 이점이 있으니까요. (근데, 사실 제가 건담덕후가 아니라 채산성이 맞을 지는 잘… 그냥 예를 들어…그렇지 않을까 싶은...^^; ) 지금은 사라진 신촌 오늘의 책이 부활할 수도 있고, 클리앙의 무수한 개발자들의 입맞에 맞게 각종 개발서적들만을 전문적으로 구비한 책방이 문을 열 수도 있습니다. 다른 책과 내용을 비교해가면서 고를 수 있고, 구석탱이에서는 개발자들끼리 토론도 벌어지는 IT전문 오프라인서점에서 책을 사면 인터넷서점에서 사는 것보다 최소한 같은 가격이거나 프랑스처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으니 어쩌면 클리앙번개모임도 열릴 지 모르죠. 그런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난 2000년대 초에 인터넷서점만 살려준 악법의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으로, 도서정가제는 시행초기 다소간의 지출증가가 불가피하겠지만 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싼 책을 비싸게 국민들 호구삼아 강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왜곡되었던 책가격을 바로잡아 적정하게 책정된 가격의 책을 제 값주고 어디에서든 편하고 쉽게 사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법의 취지입니다. 유통의 집중을 제어하고 다변화된 유통을 통하여 컨텐츠제조사를 살리고 동네서점을 살리고 특화된 서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명확하고 엄정한 도서 일물일가가 가장 우선적인 선결과제입니다. 프랑스처럼 오프라인 인센티브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물론 시행초기의 혼란은 피하기 힘들 듯 싶고,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입법취지가 실제 잘 구현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어려움과 부작용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출판사의 중고거래 꼼수라든지... 아니, 그런 걸 다 떠나서 책을 읽는 사회가 우선 되어야하고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며, 향후의 독자층인 아이들이 쑴풍쑴풍 태어나야겠지요. 도서가격 정책만으로 동네서점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건 허망한 몽상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런 정책은 그런 정책대로 추진하고 도서정가제를 통해 도서생태계 복원은 함께 병행하는 것이 올바르다 여겨집니다.

 

부디 단통법과 도서정가제를 똑 같은 악법이라 몰아부치지 않아주셨음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오랜만에 장문의 뻘글을 남깁니다. 글이 길고 너저분해진 점 너르신 마음으로 양해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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