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내부의 추악한 '밥그릇 싸움'을 폭로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발언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가운데 한사람이다.
"어느 고위 공직자는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거야~잉'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을 이들이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했다"
▲ 2월 10일 초대 청와대 수석발표 ⓒ청와대
이런 식의 고위직 인사청탁 즉 '오빠청탁'이 일어났고, 실제로 그 청탁이 통해서 그 사람(여성)이 고위직에 임명됐다는 것은 충격이다.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에 관해서는 과거 정권, 특히 노무현 정권과 비교하면 상대도 안될만큼 수준 이하일 것이란 관측은 있었지만, 실제로 수준 이하의 일들이 집권 초기의 이명박 정권 내부에서 일어났던 셈이다.
과연 그 고위공직자는 누구일까. 워낙 정 의원의 표현이 원색적이어서 누군지 발설하기조차 겁난 상황이라는 게 7일까지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의 입을 통해서 그 당사자가 누군지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박 비서관은 중앙일보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강부자’ ‘고소영’ 내각을 내 책임으로 돌리면서 박미석 전 청와대 보건복지수석(50)을 거론한 대목은 인격살인에 해당한다. 비열한 짓이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의 '인격살인' 당사자, 즉 정 의원이 토설한 '오빠청탁'의 당사자가 바로 박미석 전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이었다는 점이다. 박 비서관이 기자의 유도질문에 걸린 감도 없지 않으나, 결국 박미석 전 수석이 '오빠청탁'의 당사자란 사실은 박 비서관이 밝힌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 돼 버렸다.
박미석 전 수석은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가정생태학 박사를 취득하고, 2002년에는 서울시장 직무 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했으며, 2008년 2월 ~ 2008년 5월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거쳤다.
박미석 전 수석은 기용 때부터 말이 많았다가 재산 의혹문제로 끝내 중도하차했다. 청와대에서는 "공직을 수행하는데 (재산이 많다는 점이)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엄호했지만 여론의 질타를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박 전수석 단순히 땅 투기 의혹을 넘어서 자경확인서를 거짓으로 떼어 제출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감당하기 힘든 비판 여론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위장전입, 투기 논란에서 ‘거짓말’ ‘도덕성’ 문제로 폭발력이 한결 커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었다는 점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왜 청와대가 그렇게까지 박미석 전 수석을 감싸는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갸우뚱하는 분위기였었다. 정 의원의 폭로로 그 이유의 한자락이 드러난 셈이다.
박영준 비서관은 이 문제의 세부를 토설한 정 의원에게'인격살인'이라고 반박했으나 '오빠청탁'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앞으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