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역사적인 2008년 6월 10일의 100만 촛불의 하나가 되기 위해 퇴근 후 친구놈들과 메신저로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할 스물 다섯인데다 갓 전역한 놈들, 예비군 녀석들이 많아 각오가 남달랐습니다 ^-^;
그런데 난데없이 친구들과 저에게 예약 쪽지가 하나 날아오더군요. 그 놈은 바로 전경에 입대한지 1년 정도 되는, 저희가 술자리에서 혼자 까까머리라고, 군바리라고 놀려대던 그 녀석이었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창 바쁠 놈이고 연락도 안되던 놈이 왠 쪽진가 해서 친구들과 저는 의아해 하며 조심스레 쪽지함을 열어보았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문장들.....
'내 평생을 같이 할 친구들아....오늘 너희를 전경과 시위대라는 이름의 적으로 만나는구나...언제 어디서 만나도 즐거울 너희들, 오늘 만큼은 너희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말 미안하다...' . ..
착한 녀석, 너무나 착한 녀석이기에 가슴 한켠이 저려왔습니다. 자기가 제일 마지막으로 입대하니까 친구들 휴가나 면회는 꼬박꼬박 챙겨주겠다며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쪼개가면서 여자친구와의 유원지 데이트 대신 여자친구 손잡고 몇시간을 걸쳐 친구 면회를 와 준 녀석입니다.....여자친구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남자들만 득실대는 군대에서 생활하는 놈 어깨 좀 펴주자고 몇통이나 되는 편지까지 써서 보내준 녀석입니다...
그러한 마음을 뒤로하고 집회에 가담했습니다. 친구들과 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의 정의를 외쳤고 행여 누군가 돌발행동을 한다면 있는힘껏 만류하며 비폭력 시위를 했습니다. . . . .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든 한국인 여러분. 팍팍한 현실속이 저를 힘들게 하지만 저는 여러분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보았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P.S : 동수야, 보고있냐? 니가 걱정하던 일 같은건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다 자식아...ㅋ 우리는 촛불의 온화함과 평화로 너희를 지켰고 너희 역시 최소한의 저지로 우리의 발언대를 안전하게 지켜주었구나....고맙다. 지금은 서로를 적대시 하는 사이일지라도 니가 즐겨듣는 어떤 노래 가사처럼 전경과 시민들...서로 대립했었지만 우리 모두 친구 아니냐. 걱정마라. 니 착한 마음을 뒤로하고 진압봉을 휘둘러야 할 일 따윈 결코 없을테니...수고했다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