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이 포털사이트 등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게시판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검열을 우려해 카카오톡을 이탈하는 움직임이 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사적 대화'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25일 "다음 아고라나 네이버 게시판 같은 포털사이트 공개게시판이나 누구든지 회원 가입을 통해 글을 게시하고 열람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비방 목적의 허위사실 적시를 수사하겠다"며 "메신저나 SNS상 대화는 통상의 수사 절차대로 고소ㆍ고발이 이뤄질 때에나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유상범 3차장 검사는 "주요 수사 대상은 공적 인물, 연예인 등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조작ㆍ유포하는 경우, 개인에 대한 악의적인 신상털기, 기업 대상 허위사실 유포, 학생ㆍ청소년에 대한 집단 괴롭힘이나 왕따 카페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의 발표는 검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천명하자 인터넷 이용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정부의 검열을 우려해 국내 SNS인 카카오톡을 떠나 러시아의 텔레그램, 미국의 바이버, 스냅챕 등으로 옮겨 가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현실화한 것.
검찰이 SNS가 아닌, 포털에 공개적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여전히 민감하다. 정치적 내용을 포함해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 엠엘비파크의 한 사용자는 "이게 정말인지 당최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 반어법과 주어 생략 등을 써서 비판해야겠다. 각하 이야기는 각별히 조심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 직후 법무부를 통해 지시가 내려왔다는 점에서, 결국 대통령이나 정부에 비판적인 글들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갑자기 검찰이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결국 대통령의 '모독 발언' 때문이고, 검찰이 청와대에 답을 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치적 의도를 부인하지만 피해자의 고소ㆍ고발이 없이도 인터넷 공간에 대해 상시적인 감시와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크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치입법팀장은 "설령 (공개게시판에)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주장이 있다고 해도 검찰이 나서서 언로를 차단하려는 발상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수없이 많은 말이 돌고 개별 유저들이 그 중에서 진실을 찾는 '정보의 바다'"라며 "민주사회라면 시민 각자가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명예훼손 발언을 감안해서 판단할 수 있다고 전제해야 하는데, 전담팀을 만드는 것은 개인들의 자유로운 주장을 겁을 줘서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유 차장은 논란이 커지자 "최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악의적인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일부 사이트처럼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도록 하진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