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펀치’라고 아시는지.
예를 들어 누군가의 뺨에 어쩔 수 없이 철권을 날려야 할 사정이 되어 주먹을 굳게 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주먹을 잘 보길 바란다. 엄지손가락이 주먹을 밖에서 휘감아 싸는데 그건 다른 네 손가락을 무쇠로 잠그는 것과 같다. 그 엄지손가락이야말로 우리의 철권을 철권이게 하여 상대의 뺨과 긍지를 무자비하게 뭉개버리는 것이다. 폭력이 더한 폭력을 부르는 것은 역사가 가르치는 필연이니 엄지손가락에서 생겨난 증오심은 요원의 불길처럼 세계로 퍼져 나가 드디어 혼란과 비참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남김없이 변기에 흘려보내게 되리라.
그러나 여기서 일단 그 주먹을 풀고 다른 네 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휘감듯이 쥐어보자. 이렇게 하면 남자 주먹 같던 울퉁불퉁한 주먹이 분위기를 싹 바꾸어 자신 없어 보이는, 마치 마네키네코의 손같이 앙증맞아진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주먹에는 온몸의 증오를 담을 수 없다. 이리하여 폭력의 연쇄는 미연에 방지되고 세계가 조화로워지는바, 우리에게 아직 약간은 아름다운 것이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엄지손가락을 남몰래 안으로 숨기면 굳게 쥐려고 해도 쥐어지지 않아요. 그 살짝 숨긴 엄지손가락이야말로 사랑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 그녀는 언니에게서 친구펀치를 전수받았다. 언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알겠니. 여자란 시도 때도 없이 철권을 휘둘러서는 안돼.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성인군자는 그야말로 한 줌, 남은 건 썩은 못된 놈이든가 멍청이든가, 아니면 썩은 못된 놈이면서 멍청이야. 그러니까 때로는 그러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철권을 휘두르게 되지. 그럴 때는 내가 가르쳐준 친구펀치를 써. 굳게 쥔 주먹에는 사랑이 없지만 친구펀치에는 사랑이 있어. 사랑이 가득 찬 친구펀치를 구사하며 우아하게 살아갈 때 아름답고 조화로운 인생이 열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