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에 한번가보고 오늘 두번째입니다. 전에는 일행에 공무원과 여자들이 많아서 12시쯤에 퇴장했는데 이번에는 철야로 달려봤습니다. 적이 피곤하고 또 뿌듯하군요. 이번에는 몇가지 포인트를 집어 서술하겠습니다. 저번에 글이 너무 지지부진했던 것 같아요. 역시 글이 감정적이 되면 신나는건 필자뿐인듯 합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짜증백만배 ㄱ-
1. 왜 모두가 소고기인가.
주요행사 단체가 광우병 대책협회인것도, 강기갑 의원이 한 대부분의 발언도 소고기 발언이었던것이 아쉽다. 우리는 이제 소고기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책불만'과 '국민주권 민주주의 수호' '독단독재적 국정운행 타도'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사태가 있게한 도화선도 쇠고기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것도 쇠고기라는 것은 알지만 문제를 더 넓게보고 나아가야한다. 이러다가 정부가 소고기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거기에 만족한 시민의 대부분이 촛불집회를 포기한다면? 그것만큼 상상하기 싫은 일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필자개인적인 의견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명박의 퇴진보다는 이명박정권이 국민이 무서워 벌벌 떨게하는게 더 큰 성공이라고본다. 이명박이 내려가봐야 박근혜나 다른 한나라당 의원이 그 자리에 앉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20년전 피값으로 얻은 새하얀 투표지 한장에의해 뽑힌 이름이 민정당 노태우였다는 뼈아픈 실책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국민의 무서움을 알게하여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못하게 5년을 손발을 끊어 묶어놓고 제대로된 인재를 찾아 새로운 5년을 맏기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본다.
2. 사분오열된 시민들이 아쉽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도부가 없는 작금의 상황이 시민주체의 시위를 상징하는 듯 보여 싫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조각조각 나뉘는 시위 행렬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부 선동자 - 쁘락치나 단체이익과 홍보에 촛불 집회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에게 시민들이 끌려다니며 이리저리 찢겨지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군대도 행렬도 한덩어리로 있을때 가장 강하고, 또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국민의 총의' 라는 하나의 큰 목소리를 외치는 행사중이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야한다. 또한 나눠진 집단은 쉽게 연행되고 진압당한다. 아무리 경우없는 집단이라도 명분은 있고 이목은 신경쓴다. 수만의 불법집회는 진압할 수 없지만 수십의 합법집회는 진압할 수 있는 것이다. 보는 눈이 몇개냐는 단순한 계산의 결과다. 오늘도 서대문 쪽에서, 31일에도 청와대 앞에서 소수 집단이 경찰에 연행되었는데 나는 그런 개별 행동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묻고 싶다. 일부 집단의 손익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조각나서는 곤란하다. 오늘만해도 촛불문화제중 아고라 깃발 아래의 일단이 청와대 앞으로를 외치며 대열을 가로 질렀는데 그런식으로 공명심에 들떠 리더가 된듯 설치는 모습은 반감과 냉소밖에 사지 못한다. 그리고 그 결과 분열된 행렬은 전체적인 행렬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행렬은 행렬일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띄엄띄엄 떨어진 집단의 집합이어서야 의미가 없다.
3. 시민의식의 희석에 실망하다.
술한컵에 물한컵을 섞으면 마셔도 쏠솔히 취하지만 술한컵에 물한병을 부으면 영 밍밍해진다. 시민의식도 비슷한것이 적은 숫자가 모일때는 완벽에 가깝던것이 사람이 많아지고하며 오히려 퇴보된 모습을보여 아쉽다. 아침에 거리에 널린 수많은 쓰레기는 모양이 좋지 않다. 일부 봉사자뿐만이 아니라 개인개인이 나서서 칭찬받을 수 있는 시민의식을 과시할 수 있었으면한다. 그런 당당한 모습이야말로 우리의 명분을 한층 빛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4. 전경버스를 부순다?
이건 뭐 반반이다. 어느 정도 행동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것도 좋고, 비폭력구호를 수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본다. 개인적으로는 비폭력을 기지로한 길고 넓은 - 계층과 나이를 초월하여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는 집회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시위꾼들의 앞장으로 행사하는 폭력도 아니고 전경버스를 치워 시위대의 의지를 보이는 정도는 용납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심한 훼손이나 전경과의 무의미한 충돌은 극력피해야겠지만 그건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시위대 자체에서 자체규제를 하고 있으니 만족스럽다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좀 소소한 이야기.
1. 아 이번에는 개인으로가는거라 위탁할 집단이 필요해서 친구가 속해있는 루리웹애들이랑 껴서 미치는줄 알았다. 다음엔 꼭 오유에서 갈때 같이 가자고 해봐야지. 군대도 갔다오고 나잇살이나 먹었다는 남자들 모아놓고 제대로 통솔도 안되서 어리까고 있고, 화장실가는데도 몇십분이나 기다리는 바람에 결국 행렬의 최후위에 붙었다. 이게 좀 전열이나 중열에 서야 사람들도 기운차고 구호 호응도 좋고해서 의식도 고양되고 힘이 좀 나는데 뒤에서 소리 빽빽 질러봐야 앞 사람 따라가기 바쁘니 힘만 빠진다. 게다가 지네들끼리 신나서 구호 좀 따라할만하면 다른 구호로 바꾸질 않나, 구호가 점점 빨라져서 다른 사람들 따라하기 힘들게 하지를 않나, 그저 어디만 도착하면 저들끼리 앉아서 과자나 까먹고 있고 중간부터는 빡쳐서 걍 다른 친구네 소집단에 속했다.
근데 이건 이것대로 웃기는게 다음에서 올라오는 무분별한 진압대정보만 믿고 몇번이나 자리를 바꾸고 후퇴하느라 어지간히 진을 ㅤㅃㅔㄴ게 아닌거다. 웃기는건 개중에 한번도 맞은 정보가 없다는 것. 물론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만 수천에서 만여명이 모여있는데 특기대를 투입할리가 없잖는가. 출근시간이라 억지로 해산시켜야 될 상황도 아니었고 그저 11시~12시였는데! 결국 새벽 2시에 위험하다는 핑계로 시청광장에 버리고 왔음. 아 빡침...
2. 아고라애들은 자기네들이 굉장히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하나 봄... 물론 아고라가 이번 집회에서 여러모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행동력과 판단력에는 심히 의구심이 든다. 집회할때는 청계천가자 그러고, 안국동에서는 절단기로 체인따고 있고, 특기대온다고 튀라고 질질짜더니 결국 암것도 안오고... 깃발만 화려했지 참 실속없는 집단이었다.
3. 안국동에서 앉았는데 왠 양복입고 아타쉐케이스를 든 양키가 뭐라 씨발대고 지나간다. 영어로 하는 소리라 다들 벙쪄있었는데 일행분이 번역해주기를 "니네 언제 가냐!" 빨리 꺼지란 소리. 한국말이었으면 날라가도 뭐가 날라갔을텐데 - 욕이든 주먹이든 - 영어라서 살았다. 걸음이 좀빠른게 아닌게 번역내용이 주변에 돌고 분노를 느낄 즈음엔 벌써 그림자가 아련히 사라져가더라.
4. 왜 그리 쁘락치같은 애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대열중간에 괜히 다른 길로 찢으려는 애들도 많고, 그 까만마스크 쓰고 군복입은 아저씨도 있었지. 아침에는 골목길로 남자들을 집어넣으려는 아줌마가 아주 빡친다. 아니 전경이 거기 있다고 치더라도 전경과 대치하는데 골목길로 사람을 집어넣는 병신이 어딨어? 골목길에서 전경 뚫을 수 있는 민간인 있으면 어디 나와보라 그래. 결국 욕처먹고 버로우 타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선동식 쁘락치 아주 짜증난다.
5. 기독교 애들한테 두번이나 발렸음... 첫째는 뭐냐하면 까만옷 입은 할렐루야 아줌마 야유하러 갔다가 동조하는 줄 아는 아줌마가 날리는 미소크리에 빈사상태. 두번째는 왠 집단이 찬송을 부르며 지나가길래 '당신들 소속이 어디고 촛불집회에 대한 의견이 어떠냐' 하고 물으러갔다. 뭐 국가를 걱정하는 어쩌구하면서 나한테 정신차리라고 팔을 잡고 늘어지는데 내가 여기서 하던대로 한바탕 쏘아대면 성경으로 존나 맞을것 같아서 뒤로 빠졌음. 갸들 쭉 가다가 그 대한감리교빌딩인가 앞에서 찬송부르고 있는데 이게 또 가관. 주변에 줄을치고는 '여기는 사유지입니다' 하고 그 안에서 서있는데 와... 진짜 치사하게 군다. 짜증이 폭발해서 침을 뱉고 갔음. 바닥에 앉는 시민들을 위해 안하려고 했지만 입에 똥을 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