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언론에 사드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나옵니다. 그리고 여러 정치인들도 사드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측의 사실상 노골적인 내정간섭 언급까지 나올 정도로 사드는 심각한 정치-외교-군사 현안인것 같습니다. 도대체 사드가 무엇이길래 저러는건지 주로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해봅니다.
1차 이라크전쟁(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방어하면서 전세계인들에게 탄도미사일도 더이상 방어불가의 무기가 아님을 보여었죠. 초창기 패트리어트미사일은 현재 MD무기들이 주로 사용하는 직접충돌식(Hit-to-Kill)이 아닌 표적의 근처에서 근접신관으로 폭발하면서 파편으로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덕분에 스커드미사일은 격파되어도 몸체 대부분은 남아서 추락하여 피해를 유발하곤 했죠.
미국은 MD(Missile Defense)계획을 진행시키면서 몇가지 주요한 무기체계를 중점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여러가지 컨셉의 무기가 연구되었는데 현재 그나마 완성되거나 적극 진행중인 무기는 다섯종류입니다.
1. ABL (Airbone Laser)
2. PAC-3 (PATRIOT Advanced Capability-3)
원래 지대공미사일로 개발된 패트리어트미사일은 고성능 시커의 성능 덕분에 제한적인 탄도미사일 요격기능도 처음 갖춘 요격무기입니다.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스커드미사일(사거리 300km)을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에 발사하자 이를 요격하기 위해 당시로선 최첨단무기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스커드 요격에 동원되어서 일정부분의 성과를 거둡니다. 이후 계속 개량하다가 PAC-3에 이르러선 아예 탄도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MD무기로 탈바꿈합니다. PAC-3는 PAC-2에 비해 오히려 미사일이 더 작고 가볍지만 특정범위내에 떨어지는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여러대의 미사일을 쏴서 직접충돌로 파괴하도록 변화되었습니다.
PAC-3는 탄두의 분리없이 미사일 본체 그대로 표적에 명중하며, 발사대 주변 십여km의 범위를 탄도미사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아주 좁은 지역방어용입니다. 대도시나 주요군사기지에 배치해서 그곳을 목표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만 제한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죠. (방어범위는 탄도미사일의 종류에 따라서 유동적이며 ICBM의 탄두 요격가능여부는 불분명합니다) 위 사진에 나오는 타겟은 단거리탄도미사일(사거리 200km미만)이며 최대고도가 60~70km, 낙하속도가 마하 4~5 수준이므로 요격이 중거리-대륙간 탄도미사일에 비해선 훨씬 쉬운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이것이 문제의 사드(THAAD) 입니다. PAC-3는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좁은지역에서 비교적 저고도 요격하는데 반해, 사드는 100여km반경의 방어범위내에서 고도 150km까지 상승하여 요격을 합니다. PAC-3는 1단로켓으로 본체가 표적을 직접충돌하지만 사드는 2단로켓 구조이며 2단(위 사진의 오른쪽)은 Kill-Vehicle이라 불리우며 우주권까지 도달합니다. 특히 사드 시스템의 구성중에 1,800km의 탐지거리를 갖는 X밴드 레이더가 포함되었다는게 중국과 갈등의 표면적 이유입니다.
사드의 제원을 살펴보면 최대속도 마하 8, 최대고도 150km, 사거리 200km 입니다. 요격가능범위는 저 최대고도와 이동거리를 입체적으로 연결한 커다란 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죠. (200km거리의 고도 150km 타겟을 요격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보시듯 저렇게 보이지않는 거대한 돔을 생각하고 PAC-3는 중요한 거점을 좁은범위에서 방어, THAAD는 좀 더 넓은 범위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셈이죠. 그리고 THAAD의 비행능력을 보면 탄도미사일 중에서도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까지만 적극적으로 요격이 가능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PAC-3와 마찬가지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나 ICBM같은 속도가 훨씬 빠르고 최대고도가 높은 타겟은 요격 가능여부가 불투명합니다. (물론 시도는 할 수 있으나 제약이 따름)
위 사진의 왼쪽은 THAAD 요격시험용으로 만든 헤라 미사일입니다. 제원이 스커드미사일이나 조금 더 사거리가 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맞춰져서 1,100km의 사거리 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북한의 로동미사일, 무수단미사일의 기반이 된것으로 알려진 구.소련의 R-21 중거리 탄도미사일입니다. 버젼에 따라서 사거리 1,000~1,600km 정도이며 북한의 중거리미사일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모두 1단로켓이거나, 2단이더라도 2단이 비교적 덩치가 큽니다. THAAD는 초기 요격실험에서 헤라미사일 요격에 여러차례 실패했으나 오랫동안 개선을 거쳐서 드디어 헤라미사일을 요격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다양한 환경에서의 요격실험도 실행했습니다.
위 그림은 우리나라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들(사거리 300, 500km짜리 두종류)에 대한 기술자료입니다. 보시듯 300km 사거리의 스커드도 최대 고도 93km, 낙하속도가 마하 5를 넘습니다. 탄도미사일은 저런식으로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로켓모터의 연소시간이 길어지고, 최대고도가 높아지며, 낙하속도가 빨라집니다. 사거리 9,000km짜리 ICBM은 최대고도 1,500km, 종단속도(Terminal Velocity)가 무려 마하 20입니다.
THAAD는 처음부터 단거리, 또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1,000~2,000km까지)을 주요 요격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왜냐면 THAAD의 유효한 도달범위내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만 요격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특히 비행중간단계에 요격하면 최고점에 도달시 속도가 비교적 낮고 요격이 용이합니다만, 종말단계(Terminal)에 요격하는건 자유낙하시 중력가속도로 속도가 더 빨라져서 어려워지죠.
모든 탄도미사일은 저러한 비행궤도를 갖습니다. 사거리 300km정도만 되어도 우주권으로 분류되는 100km고도 가까이 상승하며 중거리탄도미사일들은 모두 우주권을 주로 비행합니다. 발사초기단계에 요격하는건 ABL에서 설명했듯 지리적 어려움이 있기에 중간단계에 요격시도를 하는게 좋은데 THAAD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고도를 비행해서 이 단계에서는 요격을 못합니다. 결국 THAAD의 요격가능범위에 들어오는 종말단계(거의 대기권재진입 구간)에 시도하는데 사거리가 긴 미사일 일수록 속도가 더 빨라서 시간적 여유가 적고, 요격성공률도 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THAAD는 육상에 전개되는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이며, 강력한 레이더를 포함해서 모두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래에 설명할 SM-3 요격시스템은 반드시 이지스함과 함께 해상에만 배치가 가능한 단점이 있는데 반해서 매우 유용한 특징입니다.
4. SM-3 (RIM-161 Standard Missile 3)
스탠다드 미사일(SM)은 당초 구축함에서 발사되는 함대 방공미사일입니다. 주로 적기나 폭격기를 타겟으로 했지만 SM-3 버젼은 아예 MD전용으로 확 바꿔서 우주권에서 탄도미사일이나 심지어 저궤도위성까지도 요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은 SM-3의 탄두(Kill-Vehicle)인데 THAAD나 SM-3, 그리고 아래에 설명할 GMD 모두 비슷한 원리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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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투브 링크 : http://youtu.be/KBMU6l6GsdM ]
Kill-Vechicle은 일단 1단로켓 등으로 가속하여 탄도미사일의 탄두처럼 우주까지 올라간 뒤에 타겟을 정밀한 시커로 추적하면서 매우 강력한 측면추력장치로 궤도를 빠르게 수정하면서 직접충돌시키는 장치입니다. 폭약이 들어있지 않아도 자체의 중량과 운동에너지로 인해서 타겟과 충돌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줍니다.
SM-3는 3단로켓이며 최대도달고도가 500km 이상인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THAAD에 비해 좀 더 무겁고 크며, 요격 가능범위가 버젼에 따라 반경 500~1,500km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지스함과 반드시 연계되어야 하기에 사용하려면 이지스함을 보유한 국가이어야 합니다. THAAD는 이란 중거리탄도미사일의 위협이 실존하는 중동지역에서 수출활동을 벌이고 있고, SM-3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위협에 직면한 일본이 구매한 상태입니다.
아래 그림은 일본이 이지스함에 배치한 SM-3를 이용해서 북한이 동해쪽으로 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요격범위에 대한 설명입니다.
일본열도를 넘어서서 태평양까지 날아가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도 최고점을 지나서 낙하단계에 접어들 무렵부터 요격시도가 가능한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5. GMD (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GMD는 말 그대로 지상발사-중간단계 요격체계입니다. 초장거리 레이더와 함께 GBI (Ground-Based Interceptor)라는 거대한 요격미사일을 통칭하여 GMD라고 하며, GBI미사일은 마치 ICBM처럼 지하사일로에 장착되어 일종의 ICBM잡는 ICBM입니다. GBI미사일은 종단속도가 마하 28에 육박하여 사실상 인공위성속도까지 낼 수 있고, 지구 반대편을 넘어서서 수천km고도까지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THAAD나 SM-3와 마찬가지로 미사일의 최종단은 작은 EKV (Exoatmospheric Kill Vehicle : 외기권 요격체)를 장착합니다. EKV 사진의 윗쪽 황금색 경통은 빛을 차단하는 용도이며 그 안쪽에 있는 초정밀렌즈가 표적을 광학추적하는데 외부 불빛을 막아서 도와줍니다. EKV역시 순수한 운동에너지만으로 타겟을 파괴합니다.
GBI미사일은 현재 알래스카에 수십여기 배치되어 있으며(러시아, 중국, 북한에서 발사하는 ICBM은 북극을 지나게 됩니다) 하와이에도 일부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GBI의 요격범위를 보면 주요 가상적국들이 미국으로 쏘는 거의 모든 ICBM을 중간비행단계에서 요격시도 할 수 있습니다. ICBM의 발사를 인공위성, 초장거리 레이더 등으로 파악하며 요격미사일이 대형이므로 이동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ICBM처럼 매우 값비싸서 대량배치와 유지에 예산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의 주요 MD 무기체계를 살펴봤습니다. 모두 특징이 다르며, 요격가능범위에 차이가 있고, 요격범위가 넓을수록 비쌉니다. 이것들을 조합하여 이런식으로 다층방어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위 그림처럼 PAC-3는 사거리 1,000km미만의 탄도미사일에 대해서 최종낙하단계에서 적극적인 요격을 할 수 있고, THAAD는 사거리 1,000~3,0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습니다.
THAAD는 이름처럼 Terminal(종말, 낙하)단계에서 주로 요격활동을 하며, 비교적 비행고도가 낮은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비행구간에서 요격할 수는 있지만 속도가 낮아서 요격이 용이하므로 PAC-3에 임무를 주로 넘길것으로 보입니다.
SM-3는 해상에 배치된 상태에서 해상을 넘어가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까지 요격시도가 가능하며, 중단거리탄도미사일은 비행구간에서도 중간단계요격시도가 가능합니다.
GMD(GBI미사일)는 PAC-3, THAAD, SM-3로 요격시도가 곤란한 ICBM을 대적합니다.
물론 SM-3, THAAD, PAC-3도 자신이 배치된 요격영역내로 종말단계(대기권재진입, 낙하)에 접어든 ICBM의 탄두를 요격시도할 수 있습니다만, ICBM은 통상 핵탄두를 탑재하며 매우 작고 대기권재진입속도가 마하 20~28 사이이므로 1~2분내로 지상에 충돌해서 요격 자체가 힘들겁니다. (ICBM 탄두의 탄착속도는 외형상 대기마찰로 인한 감속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역시 매우 빠를겁니다)
[사진 생략]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핵탄두입니다. 다탄두ICBM에 탑재되어 수백km 고도의 우주권에서 하나씩 분리되어 대기권에 마하 20 이상의 속도로 재진입하며 100km고도에서 지상까지 1~2분이면 내려오니까 그걸 낙하단계에서 요격하긴 너무 어렵겠죠. 1초에 8km를 날아갑니다.
위 그림은 각 MD무기들이 타켓 탄도미사일의 종류(사거리)에 따라서 어떤식으로 단계별 요격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거리별로 탄도미사일들의 궤적과 각 요격무기들이 요격시도하는 구간입니다.
[ THAAD 배치논란 ]
이제 대충 MD무기들에 대해서 이해하셨을겁니다. 그러면 중국이 우리나라에 THAAD가 배치되는것을 극력반대하는 이유를 하나씩 분석해보죠.
주한미군이 (아마도) 오산이나 평택에 THAAD를 배치하겠다는 이유는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은 PAC-3로 요격시도가 가능하지만, 로동미사일 이상의 중거리미사일은 PAC-3가 배치된 특정지역 이외에 커버하기 힘들고 THAAD와 PAC-3를 함께 배치하면 다층구조의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핵탄두를 소형화했다고 믿어지는 상황에서 핵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시 THAAD와 PAC-3로 이중요격체제를 갖춰야 요격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MD체계로 자신을 둘러싸는것을 못마땅해합니다. PAC-3는 그렇다쳐도, THAAD부터는 본격적인 MD무기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표면상 THAAD의 X밴드 장거리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시 중국의 주요 산업, 경제지역이 거의 들어가는 서해안일대를 모두 감시할 수 있다는게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주장이 어패가 있는것은 THAAD가 자체적으론 중국의 ICBM이 미국으로 날아가는걸 막기 어렵고, 기껏해야 중국이 만약 한국을 향해 쏘는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데 그걸 막는것은 자신들은 공격무기를 갖추고 방어측에 대해서는 골키퍼없이 문을 활짝 열어놓으라는거죠.
약간은 터무니없는 중국측의 억지주장에 대해, 최근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 입장에선 거슬리기 힘든 모양입니다. 어쨌든 THAAD의 주한미군 배치는 허용하지 않고 있었으며, 설령 배치된다 하더라도 THAAD 자체의 요격능력은 한반도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 방어에 국한되는 수준이고 중국이 염려하는 X밴드레이더는 제외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X밴드레이더의 성능이 정확히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이 주장하는것처럼 X밴드레이더가 아니더라도 이미 미국은 중국을 샅샅히 감시할 인공위성망을 갖추고 있는데 군사적으로 THAAD 레이더의 한국배치가 중국에 과연 큰 위협이 되는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아무튼 한반도에 THAAD가 배치가 된다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처능력이 향상되는건 주지의 사실이며, 외교안보적으론 중국의 전략무기(탄도미사일)가 우리나라를 겨냥하는것에 대한 억지력도 생깁니다. 그외에 중국의 대미 ICBM발사능력이나, 대일 중장거리 탄도탄발사능력이 제약을 받는건 별로 없고 미국의 복합적인 미사일감시시스템에 한국에 배치된 THAAD의 레이더 능력이 조금 더해지는 정도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없는 수준)
THAAD 설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찬-반측의 논리는 모두 1세기도 전에 구한말 외세에 휘둘리던 상황이 연상됩니다. 찬성측은 미국과 한국이 굳건한 동맹으로 실존하는 최대위협인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폭탄에 대해 최소한의 대비책이라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실존위협에 대한 대처를 중국이 왈가왈부하는건 심각한 내정간섭이며 제국주의적 행태라고 비난합니다.
THAAD반대측의 논리는 대중경제의존도가 심한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사안을 조심스레 접근하자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THAAD를 우리가 구매하여 사용하는 자주적 도입이 아닌, 미국이 자국영토나 다름없는 미군기지나 활동지역에 배치하는것이므로 THAAD가 우리 시민들과 영토를 보호하는게 아닌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는데 최우선으로 쓰일거라고 우려합니다. 미국에 THAAD배치를 허용하면 그 역효과로 오히려 우리나라만 중국의 보복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고요.
결국 핵심문제는 단 한가지 입니다. THAAD가 우리것이 아니라서 중국-미국의 첨예한 외교/군사적 갈등에 우리나라가 끼인 형국이라는거죠. 만약 우리나라가 THAAD와 비슷한 방어무기를 북한의 실존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서 갖춘다고 하면 중국도 저렇게 막나갈 수 없을겁니다. (물론 중국도 한국이 전략적능력을 높여서 외교협상력 높이는것을 막을겁니다만..)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의해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개발이 막혀있습니다. 이는 탄도미사일이 갖는 전략적 의미를 고려해서 만약 한국이 장거리 투사수단을 갖추면 곧 외교협상력이 향상되고, 그러다보면 한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걸 우려하는거죠. 미국은 자신들의 안보우산속에 한국이 가급적 머물기를 바라며, 한국에 중국과 가장 가까운 대규모 미군기지를 계속 유지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참 안타깝지만 THAAD도입에 관한 건은 THAAD가 정작 우리나라 자신에게 절실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미-중의 외교적 힘겨루기에 한국이 끼인 형국입니다. 최근 미국도 한국이 중국위협에 굴복해서 친중노선이 강화되지 않을까 분석하는것 같은데요... 역사상 이렇게 강대국 틈에서 줄다리기 해야 하는 시기도 드물겁니다.
북한과 전쟁을 하면 우리 경제가 수십년 후퇴하고, 수십만이 죽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중국과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못하면 수백년간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사실상 속국으로 살아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 왜 탄도미사일이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고,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역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경제의 절반이 한반도를 가운데 두고 밀집해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