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 중학교 때 친구가 많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전학을 많이 다녔기 때문이죠. 마침 IMF던 제 초등학교 시절에 아버지께선 이직을 많이 하셨고, 저는 초등, 중학교를 5군데를 다녔어요. 상당히 많이 돌아다녔죠. 동선도 서울->울산->안양으로 크게 바뀌어서 친구들과 만나기도 힘들었죠. 그래도 1년, 2년 만이라도 이사하면 계속 친구를 사겼죠.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재미있는 친구를 많이 만났어요. 아랍왕자 닮은 이XX, 코가 한라봉인 공부벌레 이XX, 검도를 하던 다부진 곰돌이 신XX, 다른 반이었지만 도서실에서 같이 놀던 최XX, 그리고 저까지... 진짜 다섯이서 재미있게 놀았는데 고등학교 배정에서 서로 갈렸죠. 당시 안양은 전체고사인가로 성적 순으로 지망해서 가는 형식이었는데, 저는 누나가 다니던 부흥고로 갔고, 아랍왕자는 평촌고, 그리고 최XX는 평촌고 지원했는데 성적이 딸려서 신설이던 충훈고로 갔죠. 그리고 다른 두 친구는 외고로...
그렇게 고등학교 가고 서로 만남이 점점 뜸해졌어요. 외고 간 두 친구는 지역이 달랐으니 만나기도 힘들었고, 저도 마침 고2 때 다시 서울로 이사가게 되면서 만나기가 더 힘들었죠. 그래도 또 전학가기 싫어서 고등학교 2, 3학년 동안 한시간 넘게 걸려서 서울에서 안양으로 계속 학교를 다녔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여름!
진짜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엄청난 우연 중에 우연이었어요. 믿기지 않을 만큼요.
저는 남들보다 빠르게 점심을 먹고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빨면서 4층의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죠. 왠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엄청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며 뛰어올라갔어요. 그러다 계단을 잘못밟고 미끌해서 넘어졌죠. 다행히 계단을 구르지는 않았지만 무릎은 계단에 부딛치고 말았어요. 아팠지만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거니하고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무릎이 굉장히 시원한 거에요. 이상해서 바지를 까고 무릎을 보니 ㅋㅋㅋㅋ
O이런 식으로 무릎 한 가운데가 벌어져 있는 거에요. 그 부분 피부가 찢어져서 피가 나오고 장난이 아니었죠. 그래도 보이는 것보다는 아프진 않아서 쿨하게 양호실에 갔더니 간단하게 응급처치를 해주시고 병원으로 가라고 하셨어요. 돈도 없고 외출증도 필요하니까 담임선생님께 가서 병원에 가야한다고 했죠. 저희 담임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2학년 때도 담임이셔서 제가 아픈 척으로 야자를 가끔 빼먹었다는 것을 아시고는 꾀병부리지 말라고 상처 보여달라고 하셨죠. 그래서 보여드렸더니ㅋㅋㅋㅋ 소스라치게 놀라시면서 빨리 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범계역 사거리에 있는 정형외과에 갔어요. 근처에 병원 아는데가 거기밖에 없어서요. 마취받고 꿰매는데 약간 따끔하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더군요. 그렇게 무릎을 꿰매고 수술실?을 나오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보니까 중학교 때 친구 ㅋㅋㅋ
게다가 그 친구는 아침에 잠결에 침대에 머리를 찧었는데, 그게 갑자기 피가 나기 시작해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둘다 같은 날에 아파서 병원에 온 것도 신기한데, 저는 걸어서 10분 거리지만, 그 친구는 버스타고 30분 거리의 이 병원에 와서 딱 만났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웃기더군요.
그렇게 저는 친구와 다시 만나서 신나게 놀았어요. 마침 담임선생님이 한동안 야자를 빼주셔서 둘이서 피시방이고 플스방이고 돌아다녔죠. 그리고 전 대학을 가고 친구는 재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재미있는 추억이에요. 지금은 10년지기 친구가 되었죠. 여러분도 이런 기가막힌 인연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