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뉴욕에서 일할 때 가장 자주 만났던 외국기자는 일본기자들이었다. 특히 유엔을 취재하면서 그랬다. 우선 유엔에서 북한이슈가 등장할 때, 김계관 등 북한 고위외교관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한국과 일본기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취재했기 때문에 유엔주재북한대표부나 북한 외교관들이 머물던 호텔 등 밖에서 계속 진을 치면서 취재했던 기자들도 역시 한국과 일본기자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이였다. 또 <동양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서양인보다는 웬지 가깝게 느껴자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정보도 교환했다. 때론 식사를 하면서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 런데 아무리 친해져도 좀처럼 꺼내지 않는 주제가 있다. 독도문제가 그랬다. 동아일보의 경우 일본의 아사히신문과는 특별한 관계다. 두 신문은 서로 상대방 회사 건물에 자국 특파원사무실을 둘 정도로 돈독하며, 해외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등 각별한 사이다. <일본의 양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사히 신문은 과거사문제 등과 관련해 때론 일본 정부나 자민당에 대해 따끔한 사설을 쓸 정도다. 아사히 신문은 정의를 세우기 위해 일본에서 인기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젠가 아사히 신문 특파원과 이야기하던 중에 아사히 신문조차도 독도 등 영토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선 일본인들이 심정적으로 느끼는 점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토문제는 그 만큼 일본에서도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필 자는 요미우리 신문특파원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독도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의 보수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이며, 과거사문제에 대해서도 아사히신문과는 다른 강경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미우리 A기자가 했던 말이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그가 했던 말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런 취지였다.
" 일본인들은 대부분 여전히 그 섬이 일본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적어도 일본의 주류는 현재 한국이 점유하고 있는 그 섬을 강제적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사실 다른 국가와 다투고 있는 영토와는 달리 그 섬은 경제적 가치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그 땅을 찾아야 한다고 의지가 강한 편이 아니다. 다만 어업조업권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선 목소리가 크지만 적어도 중앙차원에선 의지가 강한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이 점유하고 있는 땅을 현실적으로 일본이 강제적으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보나? 국제정치 역학상 불가능하다."
그 말을 들으면서 독도에 대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뭔가인지를 생각해봤다. 현재 중요한 것은 이 일본기자가 인정했던 것처럼 한국이 현재현실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일본이 현재 국제관계에서 독도를 강제로 취하려고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로선 가장 좋은 것은 한국 국민을 상대로는 독도가 우리땅이라는 사실을 계속 주지시키는 한편 일본과는 굳이 독도문제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독도문제가 계속 <분쟁영토>라는 점이 부각될수록 우리에겐 별로 이득이 될 수 없다는 게 내 판단이다. 한국이 독도에 경비병력도 보내고, 또 지금도 결코 여건이 좋지않은 독도땅에서 우리 국민이 살고 있는 현 상황이 100년, 200년 계속된다면 국제적으로도 갈수록 우리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동아일보 공종식 기자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