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하는 데 가끔 오시는 손님 두분이 계셨어요. 인상도 좋으시고 항상 생글생글 말씀도 잘해주셔서 저도 기분 좋게 맞아드리곤 했지요.
어제 그 중 한 분께서 오셔서 본인이 교회 다니시는데 교회서 설문을 해오라고 한다, 해줄 수 있냐길래 해주겠다 했더니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내일 오겠다고 하시더군요.
방금 평소 오시던 대로 두분이 같이 오셔서 파일에 유인물 잔뜩 넣은 걸 펴 시면서 종교있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성당에 다닌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설문말고 짧은 강의를 하겠다고 그 후에 소감을 써달라는 겁니다.
뭔가 이상하다싶은데 곧바로 유인물 펼쳐서 주기도문의 비밀을 아냐고 묻더군요. 그건 모르니까 모른다하니 주기도문은 마태복음의 구절이다 라고 하면서 큰 비밀인 양 가르쳐주는데. . 어이가 없었지만 금방 끝나라고 가만 있었습니다.
그 다음장에서 인간에겐 엄마 아빠 자녀가 있는데 종교에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고 우리들 자녀가 있으니 뭐가 비냐면서 가계도를 보여주는데. . (위에 두 칸 아래 한 칸 짜리 있잖아요 . ) 아. . 사이비 확정!! 싶더군요.
그래서 제가 모른척하고 엄마 없는 가정도 많이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니 동공지진. . . 그뒤로 생물학적 엄마가 없는 가족은 없으므로 하나님 어머니도 계시다는 이상한 논리를 쓰면서 다음장으로 넘어가더군요.
그러면서 유월절에는 아버지의 피와 살을 나눈다면서 너무나 좋은 거라고 하길래 저는 성당서 매주 성체성사를 받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 당황해하면서 유월절은 특별한거다 뭐다 하면서 계속하길래 지겨워서 어느종파시냐고 물으니 하나님의 교회라는 겁니다.
난 설문인 줄 알고 응한 거지 설교 들으라고 하신거면 응하지 않았을거라고 이제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다 이해한다면서 너무나 속깊은 행세를 하며 계속 이어가려고 하더군요.
저도 똑같이 속깊은 어조로 이런 종교 믿으시는건 이해한다. 그런데 난 내가 믿는 것과 다른 것을 듣는다고 바뀌지도 않을거고 듣고 싶지도 않다고 웃으면서 말씀드렸습니다.
갑자기 제가 태도가 바뀌어서 놀라셨는지 이렇게 불편해하실지는 몰랐다고 그래도 이 설명을 다 듣고 채점표에 설교등급을 매겨달라고 하시길래 유인물만 내가 보고 등급을 매기겠다 난 설명은 불편해서 더이상 듣기 싫다고 또 그랬죠. 결국 등급만 매겨달라기에 이해가 전혀안된다고 표기해드렸습니다.
그 뒤로도 다 이해한다 불편해할 수도 있다 하면서 계속 대인배 코스프레를 하시면서 가셨습니다. 웃는 얼굴로 보내드렸으나 다시 오시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쓰고나니 그렇게 큰 사이다는 아니네요
평소에 웃는 얼굴로 안면을 트고 거절 안 할 만한 작은 부탁을 한뒤에 포교를 시작하는것이 이들의 방법이구나 싶었습니다. 외로운 사람 혹은 거절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어찌어찌 끌려가겠다란 생각도 들고요.
그러고보니 이전에 교회 운동회해서 김밥을 많이 말았다고 두줄 주고 갔는데 제가 빚지는걸 싫어하는성격이라 금액상당의 음료수를 돌려드린적도 있네요... 호의를 자꾸 적립해서 거절을 힘들게 하는게 맞네요. 이런 사람들 때문에 갑자기 호의를 주는 분들을 의심하게 되니 사이비는 없어졌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