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2017년도)의 예산안이 발표될 2년 뒤 가을에 주요 경제 뉴스 제목으로 오를 내용이다. 사실 이는 현 정부가 출범 첫해에 공개적으로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5년짜리 중기재정계획, 즉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서다. 이 계획을 살펴보면 현 정부는 임기 내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내게 된다.이명박 정부도 임기 내내 적자를 냈으니 두 정부를 합치면 10년간 나라 살림에 구멍이 나는 셈이다.
사실 우리 정부가 흑자 살림을 낸 경우는 과거에도 매우 드물었다. 관리재정수지가 공식 집계된 1988년 이래로 올해까지 스물여섯 해를 넘기도록 정부가 흑자를 낸 시기는 고작 4개 연도였다. 국민도, 정부도 부실한 나라 살림에 대해 불감증에 걸릴 만하다.
그러나 더 이상 재정 펑크를 관행처럼 여기기 어렵게 됐다. 적자의 규모와 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단 예산편성에 반영되면 줄일 수도, 뺄 수도 없는 경직성 의무지출 비중이 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복지 예산이 대표적이다. 이런 지출요소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까지 가세하면 늘면 늘었지 줄어드는 법이 없다. 잘 굴러가는 언덕만 만나면 크게 부풀려질 일만 남았다. 이른바 스노볼(눈덩이) 효과다. 재정적자는 상당액이 국가부채로 환원돼 결국에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정권별 임기 중 누적적자 규모는 대체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 금액을 구체적으로 집계해보면△문민정부 22조5,000억원 △국민의 정부 54조4,000억원 △참여정부 10조9,000억원 △이명박 정부 98조8,000억원이다.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초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의 재정적자를 이명박 정부보다 적은 85조5,000억원으로 억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재정수입을 과다 추계하고 경기 전망을 낙관한 오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경기침체로 8조원가량의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시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규모도 10조원 이상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재정적자 행진은 10년째인 현 정부 임기 말에 그치지 않고 10년 이상을 돌파해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가 당초 낙관적으로 잡은 계획을 그대로 이행한다고 해도 임기 마지막 해에서나 빠듯하게 균형재정(적자탈출)에 근접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세입결손, 재정지출 확대로 틀어지고 있다.
해법은 세금이나 세외수입(부담금 징수, 자산 매각 등)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의 세율을 올리는 직접적인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거듭 못 박고 있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대신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고 담뱃세 인상 등을 통해 재정수입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조세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목표달성 여부도 미지수라고 진단한다. 우선 비과세·감면의 경우 현 정부가 임기 내 총 40조원대에 달하는 세원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근로자, 농어민, 자영업자, 중소·중견기업 등 주된 수혜층의 격렬한 조세저항을 감내해야 한다. 세제실의 한 간부는 "지난해에는 비과세·감면 감축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지만 앞으로 남은 비과세·감면 항목들은 훨씬 더 이해관계가 복잡해 계획대로 줄일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